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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닭의 눈물
게시물ID : readers_147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ohn.Watson
추천 : 3
조회수 : 62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8/13 00: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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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뻣뻣해진 몸을 깨우며 옆에있는 붉은 표지를 가진 책을 들었다. 어제와 똑같은 페이지를 펴봤지만 아직도 내 가슴속에는 그 한줄이 가득 들어찬다.
"성공하던 실패하던 시작을 준비하라" 이 글귀를 햇살과 맞이하기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매일매일 잠자리가 비어있던 나에게 가득참을 선물해 주었다. 이 글귀뿐만 아니다. 어떤 책은 나에게 행복함을 선사해주었고 어떤 책은 나에게 공허함을 선물해주었다. 책은 우리에게 시간밖에 가져가지 않고 많은 것을 선물해준다.
모두들 책게 많이 사랑해주세요!

벌써 한달이 되었다... 그 놈이 치킨에 빠지기 시작한건 3년전 내가 허름한 기숙사방에서 처음으로 몰래 시켜서 나눠먹었던 버얼건 양념이 올라간 통닭이 처음이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녀석은 점점 치킨을 좋아하고 심지어 사랑한다며 좁고 쓸쓸한 방벽을 배달책자에 있는 치킨부분으로 가득 채우기도 했다. 그러다 저번 달에 갑자기 닭이 되겠다며 그녀석은 매일 매끼를 치킨과 심지어 닭이 줏어먹는 쌀알같은 곡식을 한줌씩 먹기 시작했다. 아직 거지같은 꼴의 기숙생이었다면 하지 못할 발상이었겠지만 우리는 이미 졸업을 했고 그녀석은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해서 몇달치 월세까지 모아놓은 상황이었다. 나는 그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놈의 사랑은 고집불통이었다. 할 수 없이 나는 포기하고 잠시 접어놨던 39만원짜리 노트북을 켜서 알바XX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오늘 알바를 시작한지 약 이주일 정도 되었는데, 갑자기 그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임마.. 나 드디어 닭이 된거 같다.
그게 뭔 개소리야 혹시 머리가 닭이 된건 아니고?
장난아냐 ㅋㅋ 나 지금 털이 났어
너 혹시 겨털없었었나?
그만해ㅡㅡ 흰 털이 온몸에 돋아나고 있다.
역시 가능할거라고 믿었어
기다려봐 내가 정신병원 전화번호 찾아보고 다시 올게
병X아 못믿겠으면 와보등가
흠... 일단 니머리가 닭이 된거보다 앞에 있는 
라면국물치우는게 먼저인거 같거든?
알바 이따 8시에 끝나니까 치킨사들고 갈까?
ㅇㅋ 그러면 닭이나 뜯고 있는다

이놈이 정상이 아니란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난 그저 장난으로 알고 있었다. 동족을 먹으며 동족화되간다니... 차라리 죽었다가 3일만에 닭으로 부활한다는게 더 믿길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석의 집에 찾아갔을 때 나는 순간 손에 들고 있는 12000원짜리 시장 치킨을 놓칠뻔했다. 녀석의 머리가 시뻘건 색을 띄었고 입은 점점 돌출하고 있었다. 그녀석의 톡처럼 온몸 곳곳에는 흰색 털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 놈은 날보면서 씨익 웃었고 나는 이 미친 상황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머니에 있는 한물간 스마트폰을 켜서 카메라 어플을 들어갔으나 그놈 뒤쪽에 있는 산더미같은 닭뼈와 쌀자루를 보고-사실은 뭐 신이라도 옮겨붙을까봐 두려워서-스마트폰을 넣고는 그녀석의 의지에 감탄했고 신의 이상한 이벤트를 넣어놓는 취미에 찬사를 보냈다.

"거봐 내가 될거라고 했잖아 이 돋아나는 털을 봐봐 심지어 닭살까지 돋고 있다고"

"닭살은 지금 나도 돋고있는데? 이 미친놈 이제 어쩌려고"

"뭘 어째? 드디어 치킨과 한몸이 되었는데"

"내 말이 그거야 닭이 되어서는 어떻게 치킨을 먹으려는 거야?"

"뭐...뭐라고?"

역시 내 예상대로 이녀석의 머리는 이미 닭이 되어있었다. 아니 원래 닭이었을수도 그러나 나는 마치 레콘에게 물벼락이라도 끼얹은 고문관이라도 데리고 있는 듯한 친구의 모습에 그런 말을 해줄수는 없었다. 몇 십분이 지나고 이 녀석의 처음으로 시작된 생각은 끝이 났다. 결론은 없었다. 진짜 닭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 일단 치킨부터 먹자"

"이 멍청이...."

하지만 그 해맑은 닭대가리에 더이상 욕설을 퍼붓기에는 내 성격이 너무 친절했기 때문에-사실 나또한 식어가는 치킨을 옆에 두고 있는 심정이란 차가 식을까 걱정하는 관우의 심정같았기 때문에- 봉지에서 치킨을 꺼내 고무줄을 풀고 치킨의 요염한 자태를 탐하기 시작했다. 다리 두개는 당연하다는 듯이 닭의 손에 가있었고 나는 퍽퍽살이라도 뜯기 시작하다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녀석이 울부짖었기 때문이다.

"나... 치킨을 먹을 수가 없어 입에 가지고가도 입에 들어가지 않아... 으아아아아아아!"

3옥타브정도는 올라간 듯한 그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그놈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미 부리가 튀어나와있었고 얼굴은 새하얀 털로 덮인 닭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석은 계속해서 울부짖었고 할 수 없이 치킨을 가져다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놈은 닭의 저주를 받은거라면서 다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 더이상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발가락 3개를 가진 짧은 발, 펼쳐보니 꽤 커다란 갈색 날개, 진노랑색의 부리, 검고 동그란 눈 완전한 닭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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