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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Politico)의 개표 집계
유럽의회 공식 홈페이지
유럽인민당(EPP, European People's Party, 중도우파, 친EU) 23.87% 득표, 179석(2014년 대비 42석 감소)
사회민주진보동맹(S&D, Progressive Alliance of Socialists and Democrats, 중도좌파, 친EU) 153석(38석 감소)
유럽자유민주동맹(ALDE, Alliance of Liberals and Democrats for Europe group, 중도, 친EU) 106석(39석 증가)
유럽녹색당(G/EFA, Greens/European Free Alliance, 생태주의 좌파, 친EU) 74석(24석 증가)
보수와 개혁을 위한 유럽(ECR, 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 우파~극우, 약한 유럽회의주의) 64석(6석 감소)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 Europe of Nations and Freedom, 극우, 반EU) 58석(22석 증가)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 Europe of Freedom and Direct Democracy, 극우, 반EU) 54석(6석 증가)
유럽연합좌파와 녹색좌파(GUE/NGL, European United Left/Nordic Green Left, 좌파~급진좌파, 약한 유럽회의주의) 38석(14석 감소)
유럽인민당(EPP, European People's Party, 중도우파, 친EU) 23.83% 득표, 178석(2014년 대비 43석 감소)
사회민주진보동맹과 함께 유럽연합을 지켜온 두 축의 하나인 인민당그룹은 2014년에 이어 2019 유럽의회선거에서도 제1당을 지켰으나 동시에 가장 많은 의석을 잃었습니다. 독일 기독교민주당(CDU), 프랑스 공화당(LR), 스페인 인민당(EP), 폴란드 시민포럼(PO), 스웨덴 온건당(M)이 EPP 소속입니다. 1980~90년대부터 유럽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주도해온 EPP는 2000년대 초중반에 최전성기를 맞이했으나 2010년의 유럽 경제위기 이후 몰아닥친 극우파 열풍으로 S&D와 함께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EPP는 언론 탄압, 사법부 독립 침해 등 독재를 연상시키는 권위주의적 행태로 논란을 일으킨 헝가리의 집권여당 피데츠(Fidesz)의 회원 자격을 정지했습니다. 피데츠를 정식 추방하면 EPP의 의석은 165석으로 감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방하려는 이유는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워낙 높아 EPP의 정체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민주진보동맹(S&D, Progressive Alliance of Socialists and Democrats, 중도좌파, 친EU) 20.37% 득표, 153석(38석 감소)
2014년 24.4%로 득표율 1위를 차지하고 의석도 8석 늘렸던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은 이번에는 중도우파 유럽인민당과 함께 정통으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1990년대 '제3의 길', '새로운 중도' 같은 구호로 신자유주의를 부분 수용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던 유럽의 중도좌파는 유럽 경제위기 이후 퇴조했고 2010년대부터 가장 심한 암흑기를 보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38석을 잃은 S&D는 EPP와 함께 가장 큰 손실을 입었고 EPP와 대연정을 꾸려도 유럽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선거 직전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오히려 153석은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프랑스의 사회당(PS)과 독일 사회민주당(SPD)는 참패를 당했으나,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키프로스, 몰타, 라트비아 등에서 사회당, 사회민주당이 선전을 했고 네덜란드 노동당은 유럽의회 S&D그룹 대표 Franz Timmermans의 인기에 힘입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탈리아도 민주당(PD)이 2014년에 비해서는 13석 줄어드는 패배(31석 -> 18석)를 겪었으나 2018년 총선 및 여론조사보다 상당히 선방하며 경쟁상대인 오성운동(M5S)을 따돌렸습니다. 2014년에 비해 상승한 투표율(42% -> 50.5%)을 보면 위기감을 느낀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대거 참여해 S&D의 더 큰 참패를 막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자유민주동맹(ALDE, Alliance of Liberals and Democrats for Europe group, 중도, 친EU) 14.11% 득표, 106석(39석 증가)
녹색당, 극우와 함께 유럽의회선거의 가장 큰 승리자입니다. ALDE는 EPP, S&D와 함께 유럽연합의 중심 축을 이루며 대다수 회원국에서 중도좌파, 중도우파 정당과 연립정부를 이루며 유럽 정치를 주도해왔습니다. ALDE의 대표인 벨기에의 기 베르호프슈타트는 벨기에 총리와 유럽연합의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를 지내는 등 유럽연합의 핵심 인사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앞의 두 그룹이 긴축정책, 신자유주의 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으로 타격을 입을 때, ALDE는 오히려 세력을 크게 늘렸습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여당이자 중도를 표방하는 '전진하는 공화국(앙 마르슈, LREM)'이 ALDE이 합류하고, 역시 ALDE 멤버인 영국의 자유민주당(Lib Dems)이 브렉시트 반대 유권자들을 결집시켜 선전한 것이 ALDE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그러나 유럽 경제위기 국면에서 EPP와 함께 긴축정책을 주도해온 ALDE는 유럽 정치의 핵심 축으로서, 어떻게 빈부격차와 난민, 이민자 문제에 대처할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되었습니다.
유럽녹색당(G/EFA, Greens/European Free Alliance, 생태주의 좌파, 친EU) 9.85% 득표, 74석(24석 증가)
이번 유럽의회선거는 극우 돌풍 속 녹색당의 대약진으로 평가됩니다. 2014년 선거에서 급진좌파그룹 GUE/NGL보다 2석 부족한 50석을 얻었고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55석을 거의 넘지 못했던 녹색당그룹 G/EFA은 독일에서 사회민주당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을 누르고 20%를 얻으며 제2당으로 도약, 프랑스에서도 13.5%를 받아 제3당으로 떠오르며 예상하지 못한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녹색당그룹의 약진은 유럽인들이 이민, 난민 등 문화적 이슈에 못지 않게 에너지, 기후 변화에 깊은 우려와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반영합니다. 녹색당그룹은 52석에서 38석으로 위축된 급진좌파그룹의 지지자들을 흡수하며 사회민주진보동맹(S&D)를 대체할 잠재력을 가진 중도좌파 정치세력으로 거듭났습니다. 유럽의회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벨기에 총선, 한달 전에 있었던 핀란드 총선에서도 녹색당이 크게 약진하여 유럽의회 뿐만 아니라 각국의 개별 정치도 녹색당이 강한 어젠다 선점 능력을 보였습니다.
보수와 개혁을 위한 유럽(ECR, 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 우파~극우, 약한 유럽회의주의) 8.52% 득표, 64석(6석 감소)
ECR은 ENF, EFDD와 함께 유럽의 극우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3대 정파입니다. 반이민, 반난민, 반이슬람 정서를 가감없이 표출하는 점에서 ENF, EFDD와 비슷하지만 이들보다는 EU에 조금 친화적이고 자유무역 및 친기업 성향은 EPP, ALDE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속 멤버인 폴란드의 여당 법과 정의당(PiS)이 45%를 득표하여 이겼고, 스웨덴의 극우정당 민주당(SD)은 5년전 득표율 9.63%에서 이번에는 15.3%으로 약진했습니다. 그러나 ECR의 중요한 멤버였던 덴마크 인민당은 26.6%에서 10.8%로, 영국 보수당은 23%에서 8.7%로 득표가 줄어드는 대참패를 겪었습니다. 그리하여 전 유럽을 휩쓴 극우 바람에도 불구하고 ECR은 5년 전보다 6석 줄어든 64석으로 마감했습니다.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 Europe of Nations and Freedom, 극우, 반EU) 7.72% 득표, 58석(22석 증가)
도널드 트럼프의 전직 책사, 백악관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유럽으로 건너와 2019 유럽의회 선거를 대비해 유럽의 모든 극우정당을 단일대오 아래 결집시키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세웠습니다. 배넌은 마린 르 펜(Marine Le Pen)의 프랑스 국민전선(FN -> RN),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의 이탈리아 동맹당(LEGA), 오스트리아 자유당(FPO) 등 ENF 그룹을 중심으로 극우파들에게 모일 것을 요청했습니다. 여기에 EFDD 소속인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그리고 ECR 소속이었던 덴마크 인민당, 핀란드인의 당이 합류하여 유럽 국민과 국가 동맹(European Alliance of Peoples and Nations, EAPN)을 결성해 유럽의회 선거에 임했습니다. EAPN은 2010년대 중반부터 불어온 극우 바람을 타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크게 득세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23.3%로 1위, 이탈리아의 동맹당은 무려 34%를 득표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EAPN의 주요 멤버인 AfD는 11%로 예상보다 부진한 득표율을 보였습니다. 2017년 총선에서 12.6%를 득표하여 92석을 당선시킨 AfD는 한때 16~17%까지 지지율이 올랐으나 녹색당의 약진과 사민당의 반격으로 다시 지지를 잃고 주춤하는 형세입니다. 오스트리아 연립정부에 참여한 극우 자유당(FPO) 역시 연정 파트너 인민당(OVP)와 결별하게 만든 최근의 부정부패 스캔들로 인기가 가라앉았습니다. 각국의 극우 정치인들이 보인 반유태주의 발언과 유태인, 외국인에 대한 테러와 폭력도 평범한 유럽 시민들에게 극우파에 대한 공포와 경계 심리를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극우 바람에 잔뜩 기대감을 품은 유럽 극우파들은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 Europe of Freedom and Direct Democracy, 극우, 반EU) 7.19% 득표, 54석(6석 증가)
ECR, ENF와 함께 유럽 극우파의 주요 축을 이루었던 EFDD는 나이절 패라지(Nigel Farage)가 이끄는 영국 브렉시트당이 창당 수주 만에 31%를 득표하고 유럽의회에 29명을 당선시키는 대활약에 힘입어 전체 의석이 6석 증가한 54석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소속 멤버인 독일 AfD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이탈리아의 오성운동(M5S)은 연정 파트너이자 경쟁자인 동맹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도 훨씬 못미치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2013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25.6%, 2018년 3월에는 32.7%로 두 차례나 1위를 차지했던 오성운동은 불과 1년 3개월밖에 안된 2019년 6월에는 17%만을 기록하는 초유의 참패를 겪어야 했습니다. 2014년 유럽의회 선거(21.2%)와 비교해도 4.1%가 줄어든 패배입니다. '좌파도 우파도 아닌 탈이데올로기, 반기득권'을 표방해온 오성운동은 그전부터 EFDD를 탈퇴하는 방침을 진지하게 고려해왔습니다. 여기서 만일 브렉시트가 실제로 이뤄지면 영국의 브렉시트당도 유럽의회를 떠나게 되고 EFDD는 소속 정당이 독일 AfD밖에 남지 않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됩니다.
유럽연합좌파와 녹색좌파(GUE/NGL, European United Left/Nordic Green Left, 좌파~급진좌파, 약한 유럽회의주의) 5.06% 득표, 38석(14석 감소)
2019 유럽의회 선거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가장 큰 패자이기도 합니다. 급진좌파 GUE/NGL 그룹은 크게 전통적인 좌파 사회주의 정당과 신종 좌파 포퓰리즘 정당 등 두 갈래로 나뉘는 흐름을 보입니다. 아일랜드의 신페인(Sinn Fein, SF), 독일의 좌파당(die Linke),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의 좌익당이 전자에 해당되고,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SYRIZA,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 UP)가 후자입니다. 좌파 포퓰리즘을 대변하는 이론가는 벨기에의 샹탈 무페와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좌파 포퓰리즘은 2015년 그리스 시리자의 집권, 2015년과 16년 포데모스의 약진,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막판 스퍼트로 19.58%를 득표한 장 뤽 멜랑숑(Jean Luc Melenchon)의 선전 등 놀라운 활약을 보이며 경제위기에 고통받는 유럽 민중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처럼 보였으나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녹색당은 물론이고 S&D 그룹에도 지지자를 뺏기며 크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시리자, 포데모스 등 포퓰리스트 정당의 퇴조가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아일랜드, 키프로스, 스웨덴, 핀란드, 벨기에에서는 GUE/NGL 소속 정당들이 선전을 하는 등 국가 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9 유럽의회선거를 두고 한국 언론들은 일제히 '기성정당들의 몰락, 극우 약진'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2014~19 유럽의회에서 여당이었던 EPP 및 S&D가 각각 42석, 38석을 잃고 극우 정파인 ENF와 EFDD는 22석, 6석을 늘렸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EPP와 S&D가 연합해도 유럽의회 전체 의석인 751석의 과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한 이면도 많습니다. 사실 EPP, S&D는 예상만큼 그리 큰 참패를 겪은 것은 아닙니다. EPP는 여론조사만큼, S&D는 여론조사보다 더 많은 득표율과 의석을 지켰습니다. 오히려 그들만큼이나 기득권 기성정파인 ALDE는 39석이나 늘어나 유럽인들의 EU체제에 대한 공고한 지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이민, 반난민 정서에 힘입은 극우파는 분명 약진했으나 예상보다 그리 대승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이 모든 유럽인들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했고 이것이 막판에 견제 심리로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슈는 녹색당의 약진입니다. 녹색당은 이민, 난민, 종교적 충돌 못지 않게 에너지 정책과 기후 변화가 유럽인들의 시선을 붙잡을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향후 유럽 좌파, 중도좌파의 주도권을 놓고 S&D와 녹색당이 어떻게 경쟁하고 합종연횡할지 주목됩니다. 아울러 급진좌파는 왜 극우파처럼 포퓰리즘 바람에 편승해 세력을 늘리는 데에 실패했는지 이에 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roosevelt98/2215571155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