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추석, 크리스마스, 생일, 삼일절이나 광복절 등등. 연례행사 중 여러분은 어떤날을 가장 기다리시는지.
내가 가장 기다리는 연례행사는 고등학교 동창회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자리는 직장 선후배나 대학 동기들과의 자리와는 또다른 편안함을 안겨준다. 옛날의 내 모습을 아는 사람들이기에 느끼는 편안함이 7할쯤 그리고 자주 볼일 없는 사람들이기에 느끼는 편안함이 3할쯤.
물론 편안함 외에도 온갖 즐거움이 가득하다. 늘 동창회 장소로 이용하는 고급뷔페의 음식들이며, 옛날에 누가 컨닝하다 걸린 이야기, 고백했다 차인 이야기같은 추억들이 시원하게 웃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처음으로 동창회 나온 친구녀석 등이나 한번 때리면서 '야이 ㅆ발롬아 뭐 그리 바쁘다고 얼굴을 안비췄냐!' 하기도 하고.
10여년 만에 나타난 K군도 수없이 친구들에게 등짝을 맞아야만 했다. 이 친구 저 친구 반가워하는데에만 거진 30분을 잡아먹고 K군은 내 옆에 앉았다.
무슨일하고 사느냐는 평범한 내 질문에 K군은 평범치 않은 대답을 했다. 자신은 관상가가 되었노라고. 응?하고 표정으로 농담하지 말라고 이야기해봤지만 K군도 표정으로 장난이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소시지를 하나 입에 넣을 뿐이었다.
그럼 신내림을 받은건가 무당? 아니 타로카드나 손금보는 사람들은 따로 신내림 안받던데. 관상은 그러면... 사주보는 거랑은 다른가 같은 업계긴한데 그럼 뭐라고 말을 꺼내야하지
- 너 내가 수학여행가서 해줬던 무서운이야기 기억하냐? 나 어렸을때 가위눌렸던거?
- 어?
- 그 왜 초등학교 1학년때 가위눌렸던 이야기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 10년도 더된걸 어떻게 기억하냐~ 근데 그건 갑자기 왜
- 어쩌다 관상가가 된건지. 신내림을 받은건지 어쩐건지 궁금해하는거 같아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 신내림을 받은게 맞나보구나.
- 그냥 표정보고 대충 때려맞춘거야 오랜만에 본사람들은 나 관상가라고 하면 다 궁금해하기도 하고. 뭐 어쨋든 관상가가 된 이야기의 시작이 그 가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