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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사, 그리고 광주.
게시물ID : humorbest_1478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명랑한폐인
추천 : 32
조회수 : 2344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8/08 17:00:04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8/05 20:35:55
어제 신랑님과 오붓이 택시 운전사를 보러 갔습니다.
오붓이 보려 했지만, 휴가철이라 예약은 좌석이 없어서 2시간 이후로, 그럼에도 만석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30대임에도 무릎이 안 좋아 좁은 좌석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무릎의 통증을 생각할 수 없을만치 영화가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악녀를 볼때는 영화도중에 무릎이 아파, 몹시도 고생했지요 ㅎㅎ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 이야기 구성에 대한 후기는 이미 넘치므로 패스하고~

영화가 끝나고 나와 저녁을 먹으며, 헬조선이니 해도 
이 나라의 이 시간은 처절한 댓가를 치뤄서 얻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와
우리 모두는 광주에 일정의 빚을 지고 이 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옆 좌석에 자유 한국당 스타일의 할아버님이 계셔서 시비가 붙을까봐 소근소근 대화했습니다

사회에서 친하게 된 82년생 동갑내기 고향이 광주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이야기해주길 518이후 한 집 걸러 한 집은 사망자가 있고 
518로 인하여 사망 시기도 비슷하여, 그 시기 즘이면 뛰놀던 골목에 
집집마다 제사 준비로 분주하고 향 냄새가 피어올랐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네 부모님이 친구가 어릴적 경상도에 결혼식이 있어 차를 몰고 가게 됐는데
전라도 번호판을 보고 주유소에서 빨갱이 놈들한테는 기름 못 준다고 하여, 주유를 못하고
세 군대를 배회하여 겨우 주유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경상도 토박이에, 이미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지만
성인이 되고서야 미안함을 느끼게 되었고, 그리고 너무도 늦게 518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서럽게 눈물이 터져나와 땀인척 손수건으로 닦았지만 너무 심하게 뚝뚝 흘리느라 옆 관객분에게 너무 죄송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지금도 같은 시간을 같은 터전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일만의 반성이나 제대로 된 뉘우침, 도리는 커녕 지난 과업을 왜곡해 본인들 이익의 입지에 유리하게 사용해왔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문득, 너무 붐비는 통에 좀 기다렸다 나가자하고 나가는 분들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제가 가해자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나가는 줄이은 젊은 인파들을 바라보게 된다면 문득 소름이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많은 젊은이들이 진실을 알게되고, 관심을 갖게 되고,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공감해 나가는 것이 몹시도 두려울 것 같았습니다

이미 지난 시간이지만, 마치 오늘처럼 지켜보고 있다는 것.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내 일처럼 공감하고 있다는 것.
어쩌면, 이런 마음만으로도 그 분들의 희생에 조금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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