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그 장면을 보던 당시에도 '상당히 오래되었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오래된 흑백 영상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마라톤 경기 대회** 1 시간여 전에 경기는 이미 끝나고, 어둠이 내려앉은 올림픽 스타디움 한 흑인 선수가 다리를 쩔뚝거리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불과 몇 미터 남지않은 결승선마저도 벅찼는지, 쩔뚝거리다가 멈춰 서서 다리를 만지고, 또 다시 힘겹게 뛰며 겨우 결승선에 도달했다. 그 선수는 탄자니아 대표로 출전한 '존 스티븐 아쿠와리(John Stephen Akhwari)' 선수 경기 출발신호가 울리자마자 옆 선수와 부딪치면서 나뒹굴고 말았다. 의료진이 상처를 보고는 경기 포기를 권유했지만, 그래도 그 선수는 피투성이가 된 다리에 붕대를 칭칭감고서 그대로 뛴 것이었다. 뛰다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또 쓰러지길 반복하며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먼 길을 계속 달렸다. 경기는 이미 끝나 버리고 폐막식만 남겨둔 스타디움 힘겹게 경기장을 돌며 결국 결승선에 도달한 것이다. '왜 포기하지 않았냐'고 묻자, 아쿠와리 선수는 답했다. "
내 조국은 이 경기를 완주하라고 나를 여기 보냈습니다" 그렇게 아쿠와리 선수가 경기를 마침으로써 멕시코 올림픽 공식 경기는 모두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