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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게이인베이젼
게시물ID : readers_147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reatYG
추천 : 1
조회수 : 428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8/13 11: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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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마이크 책책 원투원투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예압
  -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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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목 밖으로 튀어 나오려면 이렇게 달려야 하는가. 나는 30분이 넘도록 골목길과 아파트 단지들을 쉬지 않고 뛰어다니다가 골목 모퉁이에 있는 빌라로 숨어든 참이다. 그들은 다행히 나를 보지 못하고 빌라를 지나쳐 그 길로 대로변으로 뛰어갔다. 등은 이미 흠뻑 젖어버렸고, 가쁜 숨은 참아보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도망자의 법칙. 퇴로를 자신의 시야에 두고 주의를 항상 그 쪽으로 기울일 것. 나는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에 앉아서 귀를 바짝 세운 채 숨을 고른다. 잘 따돌리긴 했지만 언제까지고 여기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이 곳에서 벗어날 타이밍을 쟀다. 이 빌라를 나간다 하더라도 저들은 사방에... 사방에 널려 있을테니 그들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는 핸드폰을 켜서 뉴스와 SNS를 확인해보았다.
 
 
 

이전에 없던 대통합 朴이 해내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 자발적 퍼레이드 벌여
세대를 넘어선 만남, 빠른 시일 내 완성될 것
 
 
 

친구들과 다녀온 3박4일 부산 여행! 너희들과 함께 있으니 힐링힐링된다. 사랑해 친구들♥
현재 명동 상황 ㄷㄷㄷ
오늘의 꿀팁. 끝까지 읽으시오 충격. 등등
 
 
어째서 이런 기사와 글들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지금 살기를 띄고 나를 잡으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오는 길인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걸어가던 사람들도 쫓기는 나를 보더니 길을 막는다던지 나를 쫓던 사람들과 합류해서 나를 쫓았었다. 세상은 어느 순간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버린 것처럼,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전부 변해버린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확실히 지금 세상은 이전과 다른 곳이 되어버렸다.
 
 
일단 자취방으로 돌아가야했다.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앞으로 도보 5분이면 도착할 거리다. 사람들은 왜 나를 쫓는거지? 다들 왜 이렇게 변해버린거지? 왜 언론들은 이 사태에 대해 보도를 않는거지?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단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자는 것이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고, 자취방은 도어락이 설치되어있는 충분히 안전한 장소였다.
 
 
청컹
문소리가 들렸다. 조금 숨을 골라 잠잠해지려던 심장이 이번에는 긴장감에 움츠러들었다.
“잠시 다녀올게. 나도 거리에 나가지 않고는 못배기겠어”
“알았어요 형. 근데 잠깐만요!”
 
 
나는 소리 내지 않게 조심하면서, 들려오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빌라를 나왔다. 골목길은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도 없고, 조용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괴기스럽고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나는 당장 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골목을 돌아 나왔다. 골목을 돌아 대로로 나오자마자 불쾌한 광경이 펼쳐졌다.
 
 
 
 
 

남자와 남자가 한데 엉긴 광경. 그들은 바닥을 왔다갔다 뒹굴며 입에, 목에 쉴 새 없이 입을 맞춰댔고, 사람들은 듬성듬성 그들을 둘러싼 채 미동도 않고 서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래, 세상은 확실히 미쳐가고 있다. 동성애를 인정해주는 시대라지만 확실히 요 며칠간 그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나는 저 기묘한 광경에 몸을 떨었다.
 
 
“요즘 것들은 다 정신이 나갔구만 그래! 어디 남자끼리 대낮에 길바닥에서 저 지랄을 하누! 세상 말세야 말세!”
그 순간, 길에 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아저씨를 향했다. 아저씨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고, 이 사태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했다. 그들 중 몇은 몸을 돌려 천천히 아저씨를 에워싸기 시작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양 옆에서 팔짱을 끼고 내가 나왔던 골목으로 사라졌다. 나는 아저씨의 왼편에서 팔짱을 낀 촉새같은 남자가 골목으로 들어가며 그의 뺨에 입을 맞추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차마 저것들을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땀을... 흘리는군...”
등 뒤로 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엄습했다. 몸이 굳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손은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길 건너 서 있는 중학생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저 남자아이. 너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저 빌어먹을 놈에게 윙크해.”
나는 무엇보다도 공포심 때문에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짤깍. 아이는 거무잡잡하고 코 밑에 솜털이 과하게 났다.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남자아이는 그러고도 게슴추레한 눈으로 나를 한참 노려보더니 윙크와 함께 키스를 날리곤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뒤를 돌아볼 생각도 못하고 뒤에 선 남자에게 물어보았다.
 
 
“대체 어떻게 된거죠?”
“저들에게 등을 보이지 마. 저 놈들은 항상 네 등짝을 노릴거니까.”
“아저씨도 저 사람들과 한 패에요?”
“웃기는군. 저 징그러운 것들과 한 패라니... 키스랑 윙크만 잘해도 죽진 않을거다.”
“갑자기 다들 왜 저렇게 변한거에요? 저 좀 도와주세요.”
“나 살기도 벅찬 세상이다. 누군가에게 관심 한번 준 것도 큰 일 한거지. 죽지 마라.”
서늘함은 남자가 내 등 뒤로 과도하게 붙어서 느껴졌던 것이었을까. 남자가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중얼거리는 것도 똑똑히 들었다. 나는 공포와 함께 비참함을 느꼈다.
“뉴스만 꼬박꼬박 잘 챙겨봤어도 저렇게 모르진 않았을것을... ㅉㅉ”
 

 
 
 
 
 
 

삒삒삒삒삒삒삒삒 삐비빆
도보로 5분 거리는 1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뉴스만 꼬박꼬박 챙겨봤어도’라는 그 목소리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방금 뉴스를 찾아봤을 때 저런 낌새는 전혀 없었는데. 자취방을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티비를 틀었다. 대통령 담화중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남녀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바, 고심 끝에 여성가족부를 해체합니다. 4대 악습 중 하나였던 게임 중독은 보건복지부 산하 업무로 넘어갈 것이며...”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군. 그래도 집에 오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여기 잘 숨어 있으면 이 사태가 해결되겠지’라고, 나는 어느새 사태를 낙관하고 있었다. 문을 닫는 순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됐는걸. 조용히 살자. 밖에 나갈 일 있으면 아까 그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겠지. 나는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팬티와 수건을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그 순간.
 
 
“명근아.”
젠장젠장젠장! 학기 중에 자주 불러서 놀던 민택이였다. 돈이 많지 않았던 우리 둘은 밥을 사먹기 보다 내가 자취방으로 불러서 같이 밥을 해먹곤 했는데... 이 놈한테는 비밀번호를 알려줬던 것을 잊고 있었다. 근데 어디에 있었던 거지?
 
 
“오.. 오는 길에 별일 없었어?”
“무슨 일은. 배고파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온걸.”
다행이다. 아직 당하지 않은건가. 빨리 이 사태에 대해 털어놓고 싶었던 나는 민택이의 존재가 반가웠다.
“그러면 나 샤워 좀 할 동안 기다려. 지금 땀이 너무 많이...”
“나 오늘 눈이 띄인 기분이야. 명근아.”
“무슨 말이야?”
“이렇게 좋은걸 그동안 왜 몰랐는지 모르겠어.”
“좀 더 자유로워진 기분...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됐다구.”
그리고 날아온 윙크... 키스... 나는 얼이 빠져서 화장실 문손잡이를 잡은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 민택이마저...’ 라는 생각 밖에는. 극심한 현기증에 쓰러질 것 같았다. 그저 손을 벌벌 떨 뿐이었다.
 
 
“역시, 그랬군. 넌 아직 게이가 아니었어.”
반항할 틈도 없이 나는 민택이에게 등 뒤를 잡혔다. 반항하려 했지만 민택이는 능숙한 자세로 내 남근을 움켜쥐었고 중심이 잡혀버린 나는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니가... 나한테...”
“눈을 띄워준다는 것이 나쁜 일이냐? 넌 아직 세상을 바로보지 못하고 있어. 우리들이 나타나고 나서 세상이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 봐. 여성부가 없어지고, 젊은이와 노인들이 처음으로 의기투합하는 모습들. 너 정말 이 놀라운 상황에 동참할 생각 없어?”
“너네 다 미쳤어. 빨리 이거 놔. 정신 차려!”
 
 
 
“세상에 관심이 없던 네 잘못이지. 나만 아니면 되겠지, 하고 신경 끄고 사는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라구.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그 차례가 나에게 돌아오기 전까진 못하는 법이지. 하지만 우리는 너를 찾아냈어. 이제 너 차례야. 도망갈 곳은 없어.”
비밀번호가 눌리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내 자취방으로 들어오는 남자들. 민택이까지 5명의 남자들이 나를 에워쌌다. 팬티바람으로 심지어 남근을 잡힌 상태에서 내가 여기서 도망갈 수 있을리 만무했다.
“나한테서 떨어져 개새끼들아! 나는 게이가 아냐!”
“불쌍한 우리 명근이. 눈을 뜨면 넌 잠들기 전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가 될 거야. 세상도 아름답게 보일거구. 사랑한다 명근아.”
 
 
그는 뺨에 남자들의 입술세례를 받고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 명근의 얼굴에는 미묘한 미소가 피어있었다. 눈이 가리워진것일까. 눈이 띄인것일까. 아니면 남들과 다르다는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 때문일까. 그것은 우리가 이해 할 수 없고, 알기도 싫은 성질의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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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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