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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입니다.
여자친구와는 대학무렵 만났고, 햇수로는 4년이 되갑니다.
둘이 떨어져있던 시간보다 함께했던 시간이 많을 정도로 서로 가깝게 지냈습니다.
서로의 부모님과도 면식이 있고 함께 한 자리가 많습니다.
그만큼 연애 기간에 비해 같이 만든 추억이 참 많습니다.
아직은 서로 젊은 나이라 결혼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지만, 서로 부모님들도 마찬가지고 저희도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몸이 아프십니다.
현재로선 치료할 방법은 없고 해당 병을 진단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이 병이 유전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진단을 받아봤는데,
제가 이 병에 걸리게 될 유전인자가 가지고 있다고 진단받았습니다.
진단을 받기로 선택한 이유는, 향후 이러한 발병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계획적인 삶을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진단을 받으니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습니다.
이 병은 발병하면 수 년에 걸쳐 사망합니다. 치료 방법도 발병을 늦추거나 증상을 늦추는 방법 역시 특별히 없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언제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발병하고 단명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가족끼리 끌어않고 가야 할 문제기에 어머니는 반드시 제가 보살필 것이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아직 어린 나이고 저 아니어도 다른 남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여자친구에겐 진단결과를 바로 말해주었습니다.
몰래 못되게 굴어 좋은 짝을 찾도록 보내볼까 했지만, 그것 역시 비겁한 방법이라 생각해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심성이 강한 여자친구라 소식을 듣고 울긴 했지만 제 앞에서는 운 적이 손에 꼽습니다.
저 모르게 운 적이 더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울고싶지만 제가 울면 무너질 것 같아 여태껏 이걸로 한번도 운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제가 아파서 걱정할 여자친구의 모습과, 제가 죽은 뒤 홀로 남겨질 여자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오늘도 늦은 밤에 여자친구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해보며 다이어리를 뒤적여봤는데,
1년 전 제가 해당 병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했을때의 슬픔이 그대로 담겨있더군요.
저 앞에서 내색은 안했지만 많이 걱정되고 슬퍼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야근을 하다 늦은 밤에 퇴근을 해도 이렇게 고민끝에 잠못드는 날이 있나 봅니다.
항상 몸에 좋지도 않은 담배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하곤 했지만, 가끔은 그냥 이러한 앞날이 없는 삶 자체를 부정하고 싶곤 합니다.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짝으로서 충분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저의 사정을 모두 알면서도 지금까지 저에게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을 주는 여자친구에게, 저는 어떠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평소엔 이런 고민따위 털어버리고 하루하루 서로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하루정도는 고민에 잠기곤 하네요.
사실 여기 글 남겨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지만,
평소 눈팅하면서 오유에서는 어떠한 고민이라도 품어줄 것이라고 생각해 적어 봅니다.
이런 글 펌 하실 분들도 없으시겠지만, 혹시 여자친구가 이 글을 보면 걱정할까봐 펌은 안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편안한 밤, 그리고 내일 하루도 해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