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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라는게 참... 정말이지 무서워요
게시물ID : gomin_14797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pya
추천 : 13
조회수 : 726회
댓글수 : 64개
등록시간 : 2015/07/14 16: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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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별명은 우유돼지
중학교는 백돼지
고등학교는 흑돼지

학교에선 이름보다 돼지로 불린 날들이 더 많았어요.
전철이나 버스 2인석에 앉아있으면 누구도 옆에 앉지 않았고,
먼저 앉아있던 학생 옆에 자리가 있길래 앉았을 뿐인데
'씨발 짜증나게' 하는 말도 들었었어요.
연합동아리에 아나운서로 지원했을땐
아나운서는 동아리의 얼굴이라...엔지니어는 어때? 라는 말도 들었구요.
동물 관련 봉사를 가면 키워서 잡아먹을거냐고 비아냥 거리는 말들, 밥을 먹더라도 조금먹으면 그걸로 되겠냐, 양껏 먹으면 그러니까 그모양이지 하며 놀리던 말들,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져가도 아르바이트생으로 받아주지 않던 개인카페 사장님들.

성격이 외향적이라 웃으며 지냈지만
곪아 터진 속마음에 집에선 살을 뜯어내버리고 싶어
쥐어뜯다 살이 튿어지고, 벌겋게 부어오른 채 잠들곤했어요.

그러다 스무살, 겨우 구한 아르바이트에 첫 출근한 날,
인사하고 유니폼을 입으러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밖에서 먼저 일하고 계시던분이 '남자 하나 구하는건데 저게 뭐에요 언니' 하는 말에 덜컹. 했어요.

난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왜? 내가 뭘?

죽고싶었어요. 파랑에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저 아래는 깎이고, 침식되다 결국 위까지 무너져버렸나봐요.

분했어요. 그리고 악착같이 살을 빼보자. 그래도 안되면 그때 죽자 하는 생각으로 반년동안 죽을둥 살둥 뺐어요.

그리고 이십대 중반인 지금, 정상체중으로 살고있는 지금은
회사도 잘 다니고 있고, 고백도 과분하리만치 받아봤고, 잠깐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선 아나운서 제의도 들어봤어요. 유기견 센터로 봉사다닌다는 말에 아무도 비웃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도 감회가 제일 새로운건... 버스나 전철 어느 자리에 앉아도 아무도 비웃거나, 기분나빠하지 않아요. 그게 제일 행복해요.

상대적으로 외모에 관대한 남성인데도 이렇게 힘들고
무섭고, 아픈데... 길가는 여성분을 보고 외모로 비아냥 거리는 주변사람들을 보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아요.
나무라고있으면 착한척하냔 말을 듣는 주변분위기가
아직도 전 무섭네요....

물론 여기엔 상처를 보듬고, 안아주시는 분들이 더 많은걸 알고있지만, 혹시 이 글을 읽게 되신다면 외향만 보고 섣불리 단언하시거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조금 더 조심해주셨으면하고 부탁드립니다.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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