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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주의]무뚝뚝한 형
게시물ID : panic_147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7
조회수 : 39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4/30 17:21:32
우리 형은 표정이 없다. 표정만 없으면 좋겠지만 말도 거의 없다. "형 뭐해?" "공부." "나가 놀자." "혼자 놀아." 항상 이런 식이다. 이럴땐 형이 짜증나기도 한다. 그리고 일주일전, 내가 형교실에 우산을 빌리러 갔을때. 일진들에게 당하고 있는 형의 모습을 봤다. 교실 가운데 바닥에 누워있는 형과 눈이 마주쳤다. 얼굴엔 코피가 흥건했지만 표정이 없었다. 난 그 길로 곧장 달려가서 형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일진들은 침을 찍 뱉으며 물러갔다. 뒤에선 3학년 형들이 수근거렸다. 아마 나에 대한 얘기인듯 싶다. 난 형의 목을 일으키고 말했다. "형, 괜찮아?" "꺼져." 나에겐 짧은 말 한마디가 날아올 뿐이었다. 형은 피투성이 얼굴로 일어났다.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난 손을 내밀었지만 내 손을 뿌리쳤다.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간신히 참았다. 형이 이렇게 된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우리가 12년전, 내가 5살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우리 집에서,형이 보는 앞에서 강도의 칼이 부모님의 배를 관통했다. 강도에게 있는 돈은 다주었지만 그 새끼는 칼로 찔러버렸다. 그 녀석은 우리를 보며 싱긋히 웃었다. 그러곤 어두운 밤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난 그때 부모님이 칼에 찔리는 모습을 보고 기절해버렸다. 하지만 형은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다. 경찰들의 진술에 따르면 강도는 이미 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증인이 필요했고 그 광경을 본 사람은 우리 형밖에 없다. 그러나 형은 7살이란 이유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그 녀석은 3년형만 받고 풀려났다. 그 뒤로부터 형은 말도 없었고 표정은 아예 없다시피했다. 그리고 내가 20살, 형이 22살때. 나와 형은 모두 서울대학에 입학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있었나보다. 하지만 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여자친구도 없었고 그냥 우정을 쌓을 친구도 없었다. 나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리고 내가 70살, 형이 72살이 되어있을때. 형은 이때까지도 표정이 없었다. 물론 대기업 회장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어느날, 형이 병석에 누워버렸다. 이제 운명할때가 되었다고 의사가 말했다. 솔직히 난 그때 아무 감정이 없었다. 오히려 상속될 유산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형이 죽기 직전에 난 형에게 말했다. "형, 돈은 어떻게 하실 거에요?"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맥박이 멈추고 난 뒤였다. 난 눈물이 흐르는 척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때, 형은 웃고 있었다. 아주 행복하게..... 그리고 난 가짜가 아닌 진짜 눈물을 흘렸다. 형의 오른손엔 쪽지 하나가 있었다. "이제야 부모님을 만나는구나." 이제야 난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았다... 출처 웃대 - 좆된몬스터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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