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따끈따끈한 소설 한편 보고가세요~
게시물ID : freeboard_18472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존의파워
추천 : 1
조회수 : 1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7/11 19:09:45
옵션
  • 창작글
 유머게에 올렸지만 반응해주는 사람이 없어 다시 올려요ㅠㅠ
추천과 댓글은 저에게 힘이 됩니다
-------------------------------------------------------------------------------------

박종대는 최대한 허무하게 말했다.

 

“TV가 보고싶다......”

천천히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주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으며, 더 나아가 주변의 짐승들을 무릎 꿇게 만드는데도 한몫했다. 그 목소리는 유명 평론가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고, 음성분석학 박사도 분석을 포기할 정도였으며, 전국의 학생들은 시험 포기령을 선언했다. 지나가는 양파가 눈물을 흘릴 정도이기까지 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박종대의 주위로 몰려들었고, 각지의 방송국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사람들에게 박종대의 안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종대 씨! 하고 싶은 말 있으십니까?”

박종대 씨! 한 말씀만 더 해주십시오!”

 

라고 사람들이 소리칠 때마다

아니 잠깐! 갑자기 저도 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박종대는 놀랐다는 듯이 대답했지만, 역효과였다. 박종대의 입에서 나온 단어 하나하나는 주위 사람들의 환호성과 탄성을 자아낼 뿐이었다.

 

사람들은 박종대를 향해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었다. 그 때 경호원처럼 보이는 두 남자가 박종대에게 다가왔다.

박종대 씨 맞으십니까? 소속사 측에서 당분간 외출을 자제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죠.”

? 어디로 가는건데요?”

사람들의 환호 소리.

근처 A 호텔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박종대는 검은색 밴을 타고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이어지는 사람들의 탄식.

이것이 바로 어젯밤 일어났던 일이다.

유명 TV 스타 박종대는 그저 골목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1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져 허무한 삶을 살고 있던 중이었는데, 한순간의 혼잣말이 그의 인생을 뒤바꾸어 놓은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도 그 목소리의 출처를 모른다는 것이다.

...라고 박종대는 천상의목소리로 해명했다. (여담이지만, 인터뷰를 하던 동료 기자의 표정이 볼만 했다)

 

그날 박종대의 목소리가 세상에 퍼진 이후, 세상은 박종대의 목소리에 홀린 사람, 홀리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다. 그들은 박종대의 목소리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다. 홀리지 않은 사람들은 박종대의 목소리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홀린 사람들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니 말을 못하도록 막아야 함.’

추천 55 비추천 54

자주 들으면 우리야 좋지ㅋㅋㅋ 굳이 뭐하러 막음?’

추천 105 비추천 103

20대 청년인데 내 동년배들 전부 박종대 좋아한다... 목소리 막으면 안 된다!’

추천 23 비추천 35

20대 맞음? 단어 선택 엄청 구린데ㅋㅋㅋ

박종대가 전부다 죽여라하면 그대로 하실 분들이네. 꼭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천 68 비추천 98

ㄴ 너무 극단적

ㄴ 너무 극단적22222

 

나 박종대 목소리 라이브로 들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천 502 비추천 41

ㄴ 어땠음? 지나가는 토마토가 울고 갈 정도임?

 

더 불행한 점은, 1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보통일보도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는 점이다. ‘박종대 목소리 10시간 반복 재생따위의 유튜브를 틀어대는 사무실은 고통 그 자체였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쯤,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커피?”

아니 난 요구르트. 마시면서 얘기라도 하자.”

근데 지금 사무실에 요구르트가 떨어져서요. 그냥 커피 타드릴게요.”

 

후배 경원이와 나는 탕비실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도 마침 한때 박종대가 광고 모델이었던 브랜드였다. 경원이는 할말이 많아보이는 눈치였다.

선배는 이번에 박종대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원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야 좋지. 박종대가 말한 문장만 기사로 써도 조회수가 100만이 넘어가니까.”

나는 당당한 표정으로 답했고, 경원이는 약간 미소를 지었다.

선배 박종대 목소리 진짜 싫어하시잖아요.”

엥엥거리는 목소리 극혐이야. 그런 목소리를 누가 좋아한다고..”

내가 보여줬던 이 달의 목소리 비호감 top3’ 영상이 생각난 듯, 경원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긴 하지만...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계속 싸우는게 자꾸 걸려요.”

인터넷에서 사람 싸우는거 한두번이야? 늘 그렇지.”

이번에는 사람들이 3D에서도 싸우잖아요!”

3D라니, 현실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며 조금 웃었다.

 

지난번에 광화문에서 박종대 풀어달라고 시위 일어났었잖아요. 거기서 다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사무실도 최악의 환경이지.”

아 맞다, 제 동생이 박종대 굿즈 엄청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거 중고나라에 팔면....”

 

그 뒤로 후배 녀석은 강남에 빌딩 한 채도 살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소속사가 의아하기만 했다.

 

다음 날, 광화문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소속사의 중대발표를 듣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서있었고, 나와 경원이도 마찬가지였다.

 

100만원, 소속사가 말한 1 박종대 문장(BJDMJ)의 가격이었다.

 

박종대 씨가 한 문장을 말하려면 누군가의 100만원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는게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

소속사 대표가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반발했다.

 

무슨 개소리야! 박종대 목소리를 돈 주고 팔아 먹겠단 소리냐?”

내가 그런 말 들으려고 부산에서 괜히 여기까지 온 줄 아냐?”

 

경원이는 내게 걱정어린 눈빛을 보내며, 말을 덧붙였다.

 

선배, 뭔가 느낌이 안 좋아요. 빠져나가는 게...”

 

우리는 서둘러 광화문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킨 뒤였다.

 

박종대의 목소리를 돌려달라!”

박종대의 자유권을 침해하냐!”

내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을 때,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한 사람의 손이었다.

 

여기 100만원이요! 박종대 씨가 제 생일 축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100만 원은 주위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그 뒤에 따라오는 박종대의 한 마디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 , 생일 축하드립니다.”

 

결국 박종대는 소속사의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박종대의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에 감동받은 사람도 있는 듯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100만 원 뿐이었다.

 

사람들은 편의점 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고, 주변 ATM기기는 사람에게 둘러싸였다.

 

박종대 씨! 여기 제 100만 원 입니다!”

제발 우리 아기 돌 한 번만 축하해 주세요!”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광장에는 오만 원 뭉치가 나부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박종대의 표정도 볼 만 했다.

 

경원아,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우리가 빠져나가려고 서두를 때쯤, 하늘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것을 쳐다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지구인 여러분. 저희는 외계인이라고 하는 편이 쉽겠지요?”

 

파란 피부의 길쭉한 귀, 외계인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들은 스스로를 외계의 실험자들로 소개했다. 사람들은 갑자기 등장한 그들을 의아해했다.

 

저희는 인간이라는 종족의 단합력을 시험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 주었죠. .....하지만 결과가 예상한대로 나오지 않는군요.”

 

마지막 말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싸움으로 지쳐있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저희는 가설을 새로 세우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죠. 그럼 이만.”

 

외계인들은 온 것 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우주로 사라졌다.

 

그러면 여태까지 제 목소리는....”

 

외계인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박종대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모두를 울게 만들었던 그 목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울고 웃거나 분쟁을 만들 대상이 없어 허무해진 느낌으로. 나는 그저 방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한 문장을 내뱉었다.

 

“TV나 보고 싶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내 목에서는 세계 최악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