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펌~ 키 커지고 얼굴 작아지고… 한국인의 체형이 확 달라졌다 쌍꺼풀에 오똑한 콧날 등 입체형 얼굴로… 롱다리에 발도 커지고 여성은 S라인 몸매 풍부한 영양섭취와 침대 생활이 주요인, 외모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영향도 받아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작은 얼굴에 긴 팔다리, 늘씬한 젊은 여성이 많이 보인다. 세계 어느 도시를 돌아다녀 봐도 이처럼 많은 미녀가 집단적으로 돌아다니는 곳을 찾을 수 없다. 알고 지내는 영국 출신 40대 독신남성 앤디로부터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영어강사를 하며 떠돌아다니다 보니 각국 여성을 비교하게 되었다. 얼굴과 몸매를 통틀어 가장 예쁜 여성의 순위는 1위가 체코고, 2위가 뜻밖에도 쟁쟁한 서구 열강들을 제치고 한국이야.” 한국 여성의 미모와 체형이 비록 주관적 판단이긴 하나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대학생이던 1970년대 여성과 2000년대의 여성은 서로 다른 종족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과연 한국인의 체형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요즘 TV를 보면 CD 한 장으로 얼굴을 가리는 연예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보는 시청자도 한번 시험해 본다. 장난 삼아 해본 놀이지만 결과는 놀랍다. ‘어, 나도 가려지네.’ 한국인의 얼굴 사이즈가 변했으니 이쯤이야 즐거워할 일도 아니다.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신체치수측정조사사업’ 결과로 내놓은 ‘한국인 체형정보’에 따르면 얼굴 크기뿐 아니라 몸도 변했다. 8등신에 가까운 몸매가 수두룩하지만 서구형 ‘배둘레햄(배 나온 사람)’도 잔뜩 늘었다. 바야흐로 한국인의 체형 변화가 시작되는 것인가? ‘한국인 체형정보’에 따르면 1979년 대비 남성의 머리 수직 길이가 24.6㎝에서 23.6㎝로, 여성은 23.3㎝에서 22.3㎝로 짧아졌다. 길이만 짧아졌을까?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신세대의 경우 턱 용적이 15% 줄어들었다. 넓이도 줄어든 셈이다. 머리 모양 역시 변해 조상의 머리가 고구마형이었다면, 요즘 사람은 땅콩형이다. 납작하면서 뾰족하던 머리가 앞뒤로 볼록하게 변해가고 있는 셈. 또 이마가 넓어지는 반면 턱은 좁아지고, 코가 있는 중안부(中顔部)가 길어지는 데 비해 광대뼈는 적게 돌출하여 전체적으로 얼굴 폭이 좁아져 갸름해지고 있다. 그렇게도 소망하던 서구형 얼굴을 TV 브라운관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의학계 전반의 불황을 딛고 성형외과만은 호황이다. ‘맏며느릿감, 복스러운 얼굴’로 대변되는 과거형 마스크에서 탈피하려는 이들로 넘쳐난다. 주변이 모두 입체형 얼굴인데 자신만 몽골리안인 채 살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주위를 둘러보면 쌍꺼풀 없는 이가 거의 없다. 오히려 가늘고 작은 눈에 눈동자마저 작고, 눈 길이는 짧은데 눈 사이가 넓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이 체형의 변화인지 성형의 힘인지 과학적 측정이 이뤄진 바는 없지만 몽골리안의 증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얼굴만 변했나? 몸매도 ‘미국아, 게 섰거라’ 할 참이다. 20대의 평균 키를 보자. 남자는 1979년에 비해 6㎝ 자란 173.2㎝, 여자는 4.5㎝ 자란 160.0㎝다. 1979년 당시 서양인에 비해 10㎝ 이상 작았는데 지금은 남자의 경우 미국인보다 고작 5.6㎝ 작고 이탈리아인은 1.3㎝만 따라잡으면 된다. 여성도 많이 컸다. 미국 여성보다 5.5㎝, 이탈리아 여성보다 1.9㎝ 작을 뿐이다. 키만 따라잡는다 해서 체형이 서구형으로 바뀌었다 할 수는 없는 일. 인체 균형을 따지는 등신(等身) 구분에 있어서도 증거가 포착됐다. 한국 복식사 자료와 ‘한국인 체형정보’ 내용을 꼼꼼히 종합해보면 남성·여성 모두 7등신으로 파악됐다. 남성의 경우 고구려시대 5.9등신이던 것이 조선시대에는 6.4등신, 1979년 6.8등신으로 되었다가 최근 7.4등신으로 바뀐 것. 여성도 고구려시대 5.8등신에서 조선시대 6.4등신, 1979년 6.7등신, 최근 7.2등신으로 신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만 훑어봐도 등신지수가 이 같은 추세로 변한다면 곧 남녀 평균치가 8등신으로 바뀌는 것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또 샅 높이는 사타구니 밑부터 다리 길이를 표시하는데 1979년 남자 74㎝에서 79.9㎝로 5.9㎝, 여성은 70㎝에서 72.7㎝로 2.7㎝ 증가하였다. 이는 신장의 변화에서 하체 길이의 증가폭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요즘 롱다리가 많은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키 큰 사람은 발도 크다더니 과연 발 크기의 변화도 눈에 띈다. 18~24세 남자의 발 크기는 1980년 249㎜에서 2004년엔 258㎜로 커졌고, 같은 연령대의 여자 발은 229㎜에서 234㎜로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70㎜ 이상은 60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반면 20대에서는 8.1%에 달해 젊은 세대가 확실히 ‘도둑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키와 발의 사이즈 변화는 산업계의 변화로까지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체형이 다르니 옷을 만들 때 남녀나 성인, 아동으로만 구분할 게 아니라 남자 노인, 남자 성인, 남자 청소년, 남자 아동 등으로 세분화하여 치수 규격을 맞추는 실정에 이른 것. 전에 없이 큰 치수의 판매를 외치는 인터넷 쇼핑몰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체형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