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가 떠오른다. 사랑함에 만족할 줄 모르고 사랑받음을 못믿어 몸서리 쳤다. 그것들은 지금에서야 사소하다. 눈길과 몸짓. 목소리 나로 인해 망가지고 애닳아야만 나를 사랑한다는듯 너를 많이도 힘들게 했다. 나를 보지 않음에 원망하고 시시때때로 나를 떠올리지 않음에 실체도 없는 질투에 불이붙어 무던히 서로 괴로워했다. 나를 볼때의 애정서린 눈빛을, 함께 할때의 충만한 따듯함들은 잠시 고개돌린 네 앞에서 흩어져버렸고 구멍뚫린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들은 손에 구겨진 전단지같았다. 깨어져 밑빠진 독에겐 애정을 부어도 그것들은 어디론가 줄줄 흘러나갔다. 지나고나서야 그 애정들이 후회로 내 목을 조른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함에 가치를 두지 않고 너의 묵묵한 애정보다 싸구려 관심에만 애를 태웠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그리워하는 나는 너에겐 저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