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어서 가겠습니다~
아무튼 그 사건을 계기로 점심내기를 하게 되었음.
"청소기야 종목은 뭐로할까?? ㅎㅎ 형이 면종류 진짜 잘먹는데 ㅎㅎ"
나에게 면으로 승부를 걸다니 오늘 제대로 교육 시켜드리기로 마음을 먹고
나는 더욱더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위장전술을 선택함.
"아.. 면이요??? 아 전 면 잘못먹는데.... 밥종류 어때요?? 음.. 아니다. 형이 좋으시다면 그걸로 하시죠 뭐 ㅠ"
"형 그럼 간짜장 곱배기 한그릇씩 먹는걸로 하시죠?"
"ㅇㅇ콜 탕수육도 하나 시킬까?"
걸려들었군 ㅋ
"헉! 탕수육이요? 으.. 돈 얼마 없는데.. 알았어요, 대신에 이거 진사람이 애들 점심값까지 다 사는겁니다??"
복학생 선배는 많이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그 역시 빨리먹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는지
"ㅇㅇ콜 오늘 청소기 돈좀 많이 쓰겠는데?? ㅎㅎ 미리 잘먹을게~"
아마 김칫국을 잘먹는다고 하는 것 처럼 들리는건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듯이
친구들을 뒤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음.
드디어 결전에 시간이 다가왔고 친구들을 한일전 축구경기를 관람하듯 짜장면 한그릇과 탕수육을
먹으며 이 상황을 꺄르르 꺄르르 즐기고 있었음.
"자 지금 12시 20분 좀 넘었으니까. 저 시계가 30분 딱 되는순간 먹는거다??"
"네 알았어요. 근데 면은 미리 비벼놔도 돼요?"
"얌마 면 미리 비비면 반칙이지! 그거 비비는 시간도 다 포함하는거야!"
"크읔... 알겠습니다. 그럼 슬슬 시작하시죠."
그렇게 분침이 29분에 초침이 12를 가르키는 순간
복학생 선배는 젓가락으로 면을 사정없이 비비기 시작했다
그 때 필자는 뭘했는가?
안비비고 위장에다 반정도 다이렉트로 꽂아버림ㅋㅋㅋ
너무 뜨워거서 그날 입천장 까진건 비밀 ㅠ
"형 저 거의 다먹어 가는데요?"
침묵의 시간이 흘렀음. 이대로라면 자기가 질것이라 생각했는지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악마같은 필자는 그보다 한젓가락씩만 빨리먹어 희망고문을 시작했음.
결과는 의도대로 박빙의 승부, 간발의 차(?) 로 내가 이기게됨.
"아 큰일날뻔했네요 ㅎㅎ. 잘못하면 저 지는줄알고 놀랬어요 ㅎㅎ"
"....." "야 너희들 오늘 저녁에 시간 다들 있냐??"
"저녁에야 별일 없죠~"
"오늘저녁에 저놈이랑 맥주 1000cc 빨리먹기 내기 할꺼니까 수업끝나고 모여있어라. 그리고 청소기야 술값은 지는 사람이 내는거다?"
복학생 선배는 점심내기에 패배한것이 우연의 일이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이길 수 있던것을 놓진것이 분했는지 점심값으로 20만원 가량 탕진하고서도
또다시 나에게 도전을 걸어왔음.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너나 할 것 없이 호프집에 삼삼오오 모여들었음.
"형 바로 시작하는 거에요?"
"얌마 지금 해서 결과 나와버리면 지는놈이 내고 싶겠냐?? ㅋㅋ 상황봐서 배부르면 500cc로 시작하자"
"에이~ 이제와서 약한척 하시는거에요??ㅎㅎ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필자는 속으로 굉장히 다행이라 생각했음.
누가 그랬던가 아무리 좋은 최신작 누님들을 초당 100Mb씩 전송할 수 있는 TB급 SSD가 있어도 방주가 빨간불이면 무용지물이듯
필자또한 빨리먹는 기술이 있어도 배가부르면 무용지물이었음.
내기의 난이도가 내려간 술자리는 늘상 먹는 익숙한 편안한 술자리였음.
그렇게 내기는 잊혀지고 가랑비에 옷젖듯 내몸도 술에 젖어들어 갈때
"청소기씨! 자 이제 설욕전 시작하셔야죠?"
"형 왜 갑자기 존댓말이에요 ㅋㅋ. 그리고 설욕전은 제가 시작하는게아니라 형이 시작하는거죸ㅋㅋ"
복학생 선배의 한마디로 정신이 확 돌아왔음.
이미 앞에 셋팅된 500cc의 술잔이 있었음.
"형 그리고 시작하기전에 판돈은 내고 시작할까요?"
"이 새X가 사람을 뭘로보고! 떼어먹고 도망갈꺼 같냐?"
"전 제가 이긴다에 제 체크카드와 오른손, 왼쪽 부라리를 걸죠! 쫄리면 뒤지든지!"
실제로는 심한말은 안함 ^^;;
"미X놈이 부라리는 왜걸어;; 빨리 시작이나 하자"
난 당당하게 카드를 반장에게 넘겨줌. 친구들 또한 내가 요즘 보기드문 상거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돈을 확인해보자고 하지 않았음.
"자 손치우시고 준비~. 셋에 드시는 겁니다~"
"하나"
"둘"
"셋!"
.....
"탕!"
5초가량 흘렀을까 10초가량 흘렀을까 찰나에 순간이었지만 누군가가 먼저 맥주잔을 내려놓은 사실은 변하지 않았음.
호프집이었지만 이상하게 조용했고, 승자는 있었지만 그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음.
다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걸 확인하기 전 까지는.
"형 제가 이겼죠?? (끄억~~~~)"
"뭐 이런 새X가 다있어. 이거 미X놈이잖아 이걸 어떻게..."
당연하지만 필자가 승리를 취했음.
그 상황을 말로 표현가기 굉장히 어려웠으나,
다행이 인터넷에 최대한 표현해 놓은 짤을 찾아옴.
복학생 선배도 사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식탐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느끼던 사람이었음.
술내기 이후로 복학생 선배와 나는 친해졌으며 나에게 그 어떤 먹는 내기를 하지 않음.
그리고 친구들 반찬을 여전히 뺏어 먹는것 같았지만 내가 항상 복학생 형과 붙어다녔고
계속 꾸준히 내가 복학생 선배껄 뺏어 먹어주고 같이 운동도 하다보니
지금은 식탐도 없고 살도 빠지고 음식도 잘 사다주는 매너쟁이가 되었음.
필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고객사 PM인건 함정 ㅠ
오늘도 그 형이 사주는 술을 마시러 가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