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17일 부산에서 만난 뒤 서로의 의견과 금액을 제시했다. 배재후 롯데 단장은 “이대호에게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대우의 금액을 제시했다”며 “한국 야구 발전과 롯데 팬들의 애정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라도 구단의 제시조건을 수용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호가 구단의 제시 조건과 성의에 감사를 표했으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이날 서로의 요구 조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롯데가 4년 65∼70억원을 제시했고, 이대호가 4년 8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역대 FA 최대액인 심정수의 4년 60억원보다 많이 제시하긴 했으나 이대호의 눈높이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앞서 일본의 오릭스는 2년 5억 엔(73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롯데 관중이 139만명 들어와 관중 입장 수입이 80억원”이라며 “이대호 선수 1명에게 80억원까지 주는 것은 구단 사정상 힘들다”고 말했다.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대호와 롯데는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19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만 지금까지 몸값 경쟁에서 국내 구단들이 일본 구단들을 이긴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대호가 오릭스와 접촉하지 않은 채 롯데와 계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FA 또 하나의 핵심 선수인 정대현(33)은 메이저리그 진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 소속 구단인 SK는 이날 정대현이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FA 협상을 중단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관심을 보인 미국 구단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정대현은 FA 선언 이후 일찌감치 에이전트를 지정하는 등 해외 진출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16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정대현의 신분 조회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여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선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대현은 “예전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내 공이 미국에서 통할지 알고 싶었다”면서 “계약 문제는 에이전트에 일임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에이전트와 함께 미국에 가서 직접 보고 확인한 뒤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