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을 본적이 있다는 대답에 "공감 받을 수 있겠구나" 라는 안도감과
낯선 어플에서 만난 사람이 좀 정상처럼 보여서 굉장히 기뻤다.
처음 대화를 나눠보는 사람이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쉽게 보이기 힘든 속내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 때 부터 느꼈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 그리고 해외에 혼자 나와서
공부를 하고 있는 어려움.
나를 위해 희생하고 계시는 아버지에 대한 죄송함.
또,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지내는 나의 자책적인 모습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심리 상담의 시작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부터였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때는 그인지 그녀인지 몰랐던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다.
주변에 말 못할 혼자만의 고민을 들어주는 그녀가 고맙고 감사했다.
진심으로 나의 아픔에 대해 공감을 해주는 그녀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신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알게된 그녀의 신상은
우선 여자였고, 나보다 두 살 연상인 누나였다.
그리고 그녀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이었다.
이때만 해도 고시랑 인연이 없을 것 같던 나에게
다른 세상의 신기한 사람이었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아픔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픔까지도 알게 되었다.
그녀도 오랜 고시생활 속에서 힘듦과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져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와의 인연이 이렇게까지 질기고 오래 이어질지 몰랐던 나였지만
그녀의 아픔을 내가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라는 건방진 생각까지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