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했다.
여자랑 이런식으로 시간을 보내본적도 없고
오늘 그녀가 좋은 친구로 내 옆에 있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
내 여자친구가 될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나는 다음 장소가 고민이 되었다.
7월 10일
이 맘때쯤의 한국의 날씨는
덥고 찌는 날씨다.
밖에 나가서 헤매기에는 예의가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단 둘만 있는 공간에 있고 싶다가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하기엔 용기도 없었고, 그 당시에 나는 너무나 쑥맥있어다.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잡고, 번화가를 조금씩 벗어나
근처에 공원으로 자연스레 걸음을 옮겼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나 때문인지 술 기운 때문인지 볼이 발그레해진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쑥쓰러움에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솔직히 이런 저런 얘기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내 이야기에 조곤조곤 대답하는 그녀의 입술에 자꾸 눈이 갔다.
"누나 지금 뽀뽀하면 화낼꺼야?"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멍청한 질문이지만
당시에 나는 너무 어렸고 쑥맥있었다.
내 질문에
재잘재잘 거리던 그녀의 말의 막히고, 아무런 대답이 없이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머뭇거릴 정도의 멍청이는 아니었는지
그녀와 나는 이름 모를 공원에서 7월 10일 처음 사귄 날, 첫 입맞춤을 가졌다.
그녀의 입술은 탱탱하기보다는 굉장히 부드러웠다.
긴장한 그녀의 입술은 경직되어 있었지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운 느낌을 내게 주었다.
경직된 그녀의 입술이 점차 힘이 빠지면서
술 냄새 보다는 그녀의 체취가 찐하게 다가왔다.
후각이 예민한 편인 나는 그날 느꼈던 그녀의 체취가 아직도 느껴지고
이야기의 마무리가 될 시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외동딸인 그녀는 내 기준에 이해가 안될정도로 통금 시간에 엄격했는데
통금시간이 다가오자
나나 그녀나 아쉬운 이별을 준비했다.
나는 그녀와 1분 1초라도 더 오래있고 싶어서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했지만
그녀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나 데려다 주면 너 집에 가는데 오래 걸리잖아^^, 그냥 여기서 헤어지자."
시간이 오래 흘러 들은 얘기로는
그녀가 집에 데려준다는 나를 거절한 것은
그녀의 방어본능, 집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날 낮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한 우리는 서로의 집을 향했고
그렇게 그녀가 나의 여자친구가 된 하루가 지나갔다.
집에 가면서 나는 다음 날을 준비했다.
데이트하자라고 말을 해놓고 준비하는 데이트를 해본 적 없던 나는
그녀의 집 근처에서 데이트할 만한 곳을 찾아보고
걷기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산책 코스, 식사 코스, 예쁜 카페를 찾아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노력은 그녀를 만나는 아침부터 무너졌다.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귀가 따가울정도로 내리는 비에
그녀와 나는 만나자 마자 웃음이 나왔다.
우산도 쓸모가 없었고, 서로의 신발은 전부 젖어 있었다.
그리고 높은 습도로 인해 둘다 끈적거림이 굉장히 심했다.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내 손의 끈적임이 싫어서 그녀의 손을 놨을 정도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