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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가 변할 수 있을까요?
게시물ID : gomin_17725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산토키
추천 : 0
조회수 : 1585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9/08/06 00:36:41

이틀전에 3년 가까이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올해들어 크게 싸우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에 저는 결국 이렇게 됬구나 생각하며 헤어지자는 말을 받아들였죠. 제 딴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많이 부족했구나...생각하면서요.

 

여자친구는 비혼주의자입니다.

처음 만났을때는 직접적으로 비혼주의자라는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말을 했었죠.

그때 저는 '그럼 나는 엔조이야?' 라고 장난스럽게 물었고,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더군요.

 

이후 만나면서 서로 더 좋아하게 되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몇번 나누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싶은 쪽이었고, 여자친구도 오빠덕분에 결혼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가끔 싸우기는 해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던 시기였죠...

 

그러다가 올해부터 심하게 싸우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여자친구가 다혈질이고, 저도 고집이 센 편이라 종종 다투긴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별에 대한 언급도 몇번 나올 정도로 다툼이 심해졌습니다.

 

첫 번째가 경제관념 문제였는데,

제가 좀 많이 아끼는 편입니다. 여자친구보다 연봉이 적으면서도 저축은 더 많이 했고, 평소 씀씀이도 적은 편입니다.

원래 아끼긴 해도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혼생각을 하면서부터 더 열심히 저축해놔야겠다는 생각이 커지기도 했고, 여자친구네 집안이 그리 풍족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태야 한다는 생각이 컸죠.

 

그리고 여자친구가 가끔 저에게 곱게 컸다, 쉽게 산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 말이 듣기 싫어 더 열심히 모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사치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돈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제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너무 돈을 안쓴다고 생각하는 듯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와 크게 싸웠고, 저에게 그러더군요. 오빠처럼 아끼고 살 자신이 없다구요. 결혼에도 다시 회의적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밤새 고민하다가 제가 고치겠다고 말하며 여자친구를 붙잡았습니다.

 

이후 여자친구의 씀씀이에는 전혀 태클거는 일도 없었고, 저나 여자친구를 위해 돈도 더 많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본래 안쓰던 사람이다 보니 쓴다고 해봐야 굉장히 소심하게 쓴다고 비춰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그 이후로 제가 결혼 얘기를 꺼내기 힘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미 여자친구를 제 부모님에게 소개해 드렸고, 몇번 식사를 함께 하면서 나름 친해진 상태였습니다. 여자친구도 저와 결혼한다면 제 어머니가 좋아서 결혼하는 거라고 말할 정도로요.

 

하지만 저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한 번도 뵙지 못했습니다. 몇번 인사를 드리려고 했지만, 여자친구가 막더군요. 여자친구의 어머님이 저와 성격이 상극이라 만나게 하기 꺼려진다고 하면서요. 그래도 어떻게 만나뵙기로 했었지만, 제 회사에 일이 터져 잠시 상황이 불안정해 지자 그마저도 미룰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바로 이틀 전, 여자친구가 저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자기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군요.

 

뭔가 무미건조해졌고, 사실 얼마후에 있는 자기 생일선물 필요 없다고 한 이유도,

헤어지자는 맘을 먹었는데 받으면 안될것 같아서였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해외여행을 취소한 이유도 마찬가지구요.

 

거기까지 듣자 저도 헤어지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일어난 큰 싸움 대부분 제가 그녀를 붙잡았고, 제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항상 더 참으려 했고, 변하려고 했죠.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녀의 눈치를 보는일이 많아지고, 제 행동 하나하나를 평가하는 발언이 늘어가면서 저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마지막이니 만큼 서로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아직 사랑하는게 분명하고, 저는 결혼하고 싶은 맘도 변함 없었지만, 상대방이 싫다는데 어쩌겠어요. 다음 날 일어나니 눈물이 살짝 나더군요.

 

그런데 점심쯤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만나고 싶은데 자기가 집앞으로 올테니 시간좀 내주면 안되겠냐구요.

 

헤어지기 싫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더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군요. 눈은 퉁퉁 부어있고 잘못했다고 말하는데 저도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저도 아직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결국 같은 문제로 헤어질거라는 예감도 들었습니다. 서로 씀씀이도 다르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다릅니다.

결혼은 어찌저찌 한다 쳐도 아이는요? 저는 당장은 아니더라고 아이를 갖고 싶지만, 여자친구는 아이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강요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구요.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비혼주의자지만 결혼하겠다 -> 역시 난 비혼이 맞나봐 -> 그래 결혼하자 -> 역시 결혼은 아닌거 같아... 계속해서 입장을 바꿔온 여자친구를 믿기 힘들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난 사실 결혼하기 싫었는데...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구요.

 

여자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노력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못믿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여자친구는 제발 헤어지지 말자고 말합니다. 저는 일단 더 생각해 보자도 달랜 뒤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복잡합니다. 저도 아직 사랑하고 여자친구도 하루만에 후회할 정도로는 아직 저를 사랑하는 것 같은데, 결혼에 가장 중요한 경제관념 차이부터,

무엇보다 결혼에 대한 입장부터가 다르니...

 

지금 당장은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한 번 더 믿어도 괜찮은 걸까요? 솔직히 믿고싶습니다. 하지만 제 나이가 31살이니 고민이 깊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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