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상상으로만 가능한 것들이다. 누군가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은 나에게 이해될 수 없는 것들로 다가온다.
나와 타자 사이에는 벽이 있다. 나는 타자를 이해할 수 없고 나는 타자에게 이해될 수 없다. 공감하는 척, 눈물 흘리는 척 할 뿐이다. 무의미 위에 의미가 세워진 셈이다.
나는 가끔 내가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인가 고민해본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부질없다. 정신병은 타자로부터 규정된다.
극복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벽이 있다. 벽을 허물 순 없다. 벽을 넘어오는 소리와 벽 너머를 간간히 엿보는 걸로 그 사람이 누군지 추정할 뿐.
한없이 슬퍼진다. 그들은 잘못이 없고 나도 잘못이 없다. 이것이 부조리인가? 사랑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