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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기만 한 사랑은 좋은 사랑이 아니란다...
게시물ID : wedlock_148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불면인
추천 : 10
조회수 : 1128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24/09/09 12: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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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기처럼 나의 고민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쓰는 글이다. 

 

난 20대 중반에 갓 들어선 딸아이를 둔 아빠다.

어제 우리딸이 알고 지낸지 약 4개월.. 사귀기 시작한지 약 2달된 남자 친구와 

다음달에 해외로 3박4일의 여행을 가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시작된 나의 걱정과 고민이다.

 

남자친구와 딸아이는 직장도 있고 학교도 다니는 학생이자 직장인이다.

몇일전에는 딸아이와 남자친구...그리고 딸아이의 친구와 그 친구의 남자 친구와 같이 

4명이서 2박3일 국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나와 와이프는 딸아이의 연애 자체를 막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건강한 연애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사귄지 2개월만에 신혼여행을 갈만한 해외로 단둘이 여행을 간다는 말에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딸아이가 불같은 연애 감정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50대 중반인 나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단순히 둘만의 여행을 가는것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딸아이와 그 남자친구가 불같은 연애 감정에 빠졌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불같은 사랑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사랑은 반드시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적 사랑이 함께할 필요가 있다.

 

냉정한 이성적 사랑이라 한다면 누군가는 요즘 말하는 조건을 따져서 사랑을 하는 

결혼정보회사에서 하는 그런걸 말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는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이다.

 

아마도 우리 딸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겨우 20대중반인 딸아이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와이프는 그나이때 이 이야기를 이해 했을것 같지만...

나는 그 나이때 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을것 같다.

사랑이나 연애라는 "인생 테마"에서 20대 초중반이란 나이는 아직 10살도 안된 단계라는 것을 

인식하는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하자면 

불같은 사랑은 악셀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자동차와 같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를 과연 자동차라고 이야기 할수 있을까?

바퀴4개가 있고 엔진이 있고...악셀을 밟으면 움직이니 자동차가 맞는가?

불같은 열정만 있는 사랑과 연애는 이 자동차와 같다.

 

나는 20대에는 열심히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딸아이 한테도 그렇게 이야기 해왔다.

만약... 1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와 둘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다면 - 그 1년 넘는 시간동안 진지하고 이성적인 연애를 했다고 판단된다면....

난 반대까지는 하지 않을것 같다.

지금까지 20년 넘는 세월동안 딸아이에게 간섭보다는 

이해와 응원자로서 그리고 가족과 아빠라는 울타리로서 살고자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다.

 

난 이 글에 적은 이야기들을 딸아이에게 하지 못할것이다.

내가 오늘 아침에 딸에게 한 이야기는 딱 한마디였다.

"아빠 엄마가 뭐라고 해도 여행을 갈 생각이니?" 라고 물었고...

딸아이는 상당히 불만스러운 어투로 "안가도 돼" 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 이상 강제로 못하게 말릴 생각은 없다. 

그래도 가겠다고 한다면 어쩔수 없다.

 

남자.여자.연애.결혼.... 이런것들이 어떻고 저쩌고 몇날 몇일을 내내 이야기 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딸아이에게 우리 부부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건 하지 말아라 시시콜콜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20대 중반에 들어선 딸에게 그렇게 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삶의 경험을 통해서 

나와 나의 삶...그리고 연애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관조하며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을 통해 나 자신을 담담하게 볼 수 있을때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하나뿐인 딸이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에 타는것을 원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서 그 자동차가 어느곳에 멈추어 설때 내 사랑하는 딸아이가 큰 상처 없이 무사하길 바라기에....

내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앞으로도 나와 내 아내는 우리 딸이 어떤 상처를 입고 어떤 아픔을 겪고 있던간에 

우리 품에서 쉴수 있는 공간을 항상 마련하고 있을 것이고... 

그 공간을 필요로 할때 언제까지든 그 곳으로 찾아드는 딸아이를 내치지 않을 것이다.

 

부디 사랑하는 딸아이가 지금같은 불같은 연애에 살짝 브레이크를 밟고...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마음의 속도를 조절하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과 얼음처럼 차가운 사랑의 조화를 가져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오늘 아침... 복잡한 마음을 가진 한 아빠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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