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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자가 사라진다는게 고민
게시물ID : gomin_1271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육젖
추천 : 20/9
조회수 : 110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1/03/05 02:32:16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젊은 여성들,
그러니까 미래에 내 아내가 될 수도 있는
혹은 사회에서 내 동료나 내 이웃이 될 수 있는 그런 동시대를 사는 젊은 여성들 중에서
진짜 여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건어물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건어물녀는 단지 하나의 양상일 뿐, 건어물녀가 아니라고 해도 진짜 여성들이 사라져버렸다.

남자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깎아내리는 여자,
어떻게든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여자,
남자를 지갑으로만 여기며 쾌락을 좇는 여자,
주변 친구들의 말이 세상의 진리인 여자,
가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돈 뿐인 여자,
매너(남자를 대하는 매너 뿐만 아니라 윗사람 혹은 동료들을 위한 매너 포함)를 모르는 여자,
모두 양상은 다 다르지만 본질은 똑같다.
진짜 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진짜 여자의 부재는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교육의 부재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 세대의 가장 큰 실수는 부동산이나 88세대 등 각종 사회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실수는 어머니가 딸에게 아무 것도 물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정의 교육은 어머니의 전담이 되어버렸다.
내가 아는 한, 해외의 어떤 나라도 이런 나라는 없다.
(아. 하나 있다. 일본. 근데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예전에 진짜 여자는 멸종되었나?
나는 일본에서 살아본 적도, 일본 여자를 만나본 없기에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어머니는 그가 지금까지 윗세대로부터 물려 받은 것들을 딸에게 물려주지 않고
자신과는 다른, 좀 더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기를 바랐다.

그것은 무관심한 아버지의 탓이었을까?
아니면 어머니를 괴롭히는 집안일 탓이었을까?
아니면 전쟁과 급속성장이라는 특수한 시대상황의 탓이었을까?

아무튼 덕분에 여자들의 문화는 인간문화제 수준의 것이 되었고
지금의 2, 30대 여자의 문화라고는 허영과 가식, 그리고 돈 뿐이다.

나는 남자이고 남녀평등을 지지하지만,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 여자들에게는 
남자들과 다른 방식의 문화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이것은 여성우월주의라는 것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여자들은 여자들만의 의사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걸 통해서 소통해왔다.
물론 극단적인 남녀평등주의자들은 내 말을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경험적으로 나는 여자들에게 말하는 방식은 남자들에게 말하는 방식과 전혀 달라야 함을 느낀다.
여성들은 여성들만의 끈끈한 커뮤니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끼리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독히도 서투르고 그래서 어떨 때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반면 남성들은 남성들만의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술 한잔과 함께하는 소탈한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남자는 백마디 말 보다 한번의 진실된 교감을 더 값지게 생각한다.
역차별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거겠지. 
표면에 드러나는 차별 문제는 이러한 정체성의 문제에 비하면 소소한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젊은 남성들은 여성과의 문제가 생겼을 때 의외로 쉽게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주변의 많은 여성들이 여성들의 방식에 대해 알려준다. 이성 친구, 선배 등등.
비록 남성이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대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성들 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 누가 조언을 해주나?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여성들조차 그런 경우 너무나 쉽게
"무조건 내 편이 맞아 저 년 재수없어 ㅗㅗㅗ"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버린다.
기껏해봤자 서투르기로는 매한가지인 또래 친구나 선배 정도가 어설픈 조언을 할 뿐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과거의 여성들은 그보다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그들간의 문제를 해결할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뭔지는 구체적으로 나도 모르겠다.
나는 남성이고, 말했듯이 진짜 여자가 멸종위기인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 외국 여성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때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이제 기껏해봤자 여자들이 여자들의 문화를 배우는 곳은 허세 가득한 드라마밖에 남질 않았다.
드라마에서 배우는 여자의 문화는 너무나 극단적이고 특수한 것인데도, 그것이 보편화되어버렸다. 
여성들의 문화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책임감, 주체적인 태도, 타인에 대한 예의범절, 삶의 여유, 가치관 등
아니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
심지어 라면 끓이는 법 같은 사소한 기술까지도
어머니가 나서서 딸에게 말을 해야지 비로소 딸은 그것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다.
딸의 첫사랑을 어머니는 알지만 어머니는 그 첫사랑 별로 안좋아한다.
어머니는 돈 많고 집안 좋은 남자를 사윗감으로 더 좋아한다. 
물론, 그 사랑의 주체인 딸 역시 마찬가지다.
딸들이 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구체적인 것들, 삶 곳곳에 숨어 있는 흔적들을 뛰어넘어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에까지 개입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요즘 여자들은 모두 편모 슬하에서 자란 여자나 마찬가지다.
롤모델로서 어머니는 자기 세대의 서러움을 무작정 덮으려고만 할 뿐,
정작 지금 이 시대가 여성들로부터 필요로하는 미덕마저도 물려주지 않는다.

아직 미혼의 남성으로서 나는 내가 진짜 여자를 만나길 바란다.
우리 어머니와 일주일에 한 번, 아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쇼핑 등을 통해 
직접 대면하는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자를 원한다.
한복 입는 법, 명절 선물을 주고 받는 법과 같은 사소한 예절을 어머니에게 배운 여자이길 바란다.
어머니의 친구를 한 명 이상 알고 그 분들로부터 뒷얘기가 돌아본 경험이 없는 여자이길 바란다.
연애, 진학, 취업 등 중요한 문제에 있어 편견없는 태도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본 여자이길 바란다.
부모님의 인생의 가치관이 뭔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여자이길 바란다.
부모님은 어떻게 살아 왔는지 궁금해본 적이 있는 여자이길 바란다.
어머니와의 대화와 교감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비중이 반반 정도여야만 한다.

여자들만의 문화는 전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류의 역사와 문화의 최소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그들 간의 의사소통 방법을 잃어버리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동료와 친구, 우정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그들의 동료로부터 
정신적인 안정을 얻지 못하게 된 이후로 사회에는 단지 유흥과 욕설 등만이 남아버렸다.
사회가 온통 돈과 쾌락만을 좇게 되었다.

옛 여자들은 가야금을 타고 좋은 경치를 보며 시를 지으며 서로의 감정을 나누었는데
지금은 단체로 채팅을 하면서 채팅창에 욕설 반 ㅋㅋㅋ 반 이렇게만 의사소통이 된다.
그렇게 진짜 여자는 멸종위기에 처해버렸다.
그런데 아마 나는 평생 외롭게 살 것 같진 않다.
왜냐면, 이 글에 쓰인 여자들의 모습이 정녕 모든 여자들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우리 부모님 세대의 모습 역시 전부가 저렇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진짜 남자가 사라진다는게 고민' 의 글쓴이가 원하는 진짜 남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거기에서는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모순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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