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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이 썼다는 논문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sisa_1135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s
추천 : 18/4
조회수 : 2953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9/08/21 06:19:32
나 논문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고, 우리나라 풍토에서 국내 저널에 출판된 논문들 대접을 얼마나 해줬다고, 갑자기들 이러시나.

솔직히 연구재단에서 돈 받고, 국제 SCI 저널에 실린 논문도 상위 20% 이내가 아니면 무시하잖아.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상위 20%에 들려면 IF 3내지 4이상이다. 생명과학 동네는 모르겠지만, 저널 IF 0.17이면 열심히 논문내도 전문 논문쟁이들 밥값하기 힘든 논문이다.

여름 혹은 봄에 연구실로 고등학교 대학교 인턴들 온다. 얘네들 오면 혹시 미래에 밥값할 애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돌린다.

평소에 하면 나올 것 같은 연구주제가 있었지만, 바빠서 내가 직접 손대지 못했던 그런 주제들이 있어. 내가 브레인 역할을 하고, 애들 노동력 돌리는 거지. 어린 마음에 과학한다고 흥분해서 열심히 한다. 대부분 실패하지만 가끔 해내는 팀이 있어.

그럼 그동안의 노력이 이렇게 결실을 낸다는 의미로 논문출판한다. 보니까 지도교수사 책임저자로 하고, 참여한 애들 쭉 줄 세운 논문이네. 이 정도는 좀 봐줘. 이거 가지고 입시에 써먹지도 않았대잖아.

외국에는 시민과학자들을 전문연구자가 리드해서 IF 5이상의 저널에 출판되는 논문도 내. 믿기 힘들면 galaxy zoo라는 프로젝트 검색해 봐. 저번에 보니까, 어디 초등학교에 다니는 과학그룹 애들도 단체로 저자로 들어갔더라. 이건 책임저자 능력이야.

야, 안그래도 과학하겠다는 애들 학교에서 사라져 가는데, 우리 이렇게라도 영업하게 해줘라. 아주 한국 과학 씨를 말릴래. 고등학생 노동력에 교수의 리더쉽이 결합해서 좋은 논문 나오는 거 좋은거야. 그렇게 배운 애가 다음 번에 좀더 독립적으로 일할지 누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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