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장관임명소식을 듣고 생각만큼 기쁘지도 않고 오히려 싱숭생숭하길래 하염없이 뉴스나 뒤적거리다가 이 사진 보고 알게됐네요. 내가 생각보다 더 이 두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과 이들이 더이상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걸.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검찰과 언론에게 조리돌림 당하시다가 가시고 김대중 대통령도 그 충격에 어린아이처럼 우시다 곧 떠나셨죠. 그런 그들의 칼이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좀 불안합니다. 여러분도 알고 저도 알고 세상 누구나 다 알기 때문이죠. 그들의 칼이 얼마나 살기등등한가를.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개혁도 그들은 거부합니다. 거부할 뿐만 아니라 개혁을 말하는 자는 난도질해버리죠. 노무현 대통령 이후 십년이 지나도 그들의 윗대가리들 이름만 바뀌어왔을 뿐 전혀 반성하지도 변하지도 않았다는 걸 이번 이른바 조국사태에서 온몸으로 증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그 여느때보다 강합니다.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 교체기에, 그리고 윤석열에 대한 신임이 하늘을 찌를 때 자신의 수족들로 자리를 채우고 조직을 장악했습니다. 이들에겐 예전의 주류였던 공안검사들같은 멍청하고 부패해보이는 빛바랜 색깔도 없습니다. 그냥 일 잘 하고 똑똑한 이미지, 특수통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죠.
게다가 법원까지도 이들과 손을 잡은 듯 보이기까지 합니다. 김경수 1심이 그랬고 무리하게 민노총 위원장을 구속시켜 정권을 엿먹일 때도 그랬으며 당선무효형을 받은 이재명 때도 그랬습니다. 이번 전방위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언제부터 영장이 그렇게 자판기에서 나오듯 잘 나왔는지..
힘내시라는 말 밖에는 못하겠네요. 너무 무리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지금까지 만신창이가 되어도 버티며 적폐 쓰레기들의 민낯을 보게해준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무사하게 임기 마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