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검찰의 수사정보 유출 부분은 나중에 얘기합시다. 검찰이 흘렸는지 진짜로 언론들이 자산관리인 김모씨를 취재해서 나온 얘기인지는 따져보나마나 검찰이 흘린 것이겠지만 그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그리고 정 교수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과 언론의 대대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대응이나 해명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대단히 민감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대응 자체가 검찰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대단히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씨을 앞세워 흘리고 있는 검찰의 정보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검찰이 허위로 흘린 사실에 대해 "그건 이런 거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그것이 미끼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정 교수측의 해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시겠지만, 그렇게 이해를 하시는 것이 정 교수님을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이제 검찰이 주장하는 개요와 그것을 토대로 한 현재의 상황을 살펴봅시다.
정 교수는 사무실 컴퓨터와 자택 컴퓨터 2대의 하드 디스크를 교체했거나 교체하려고 했습니다. 사무실 컴퓨터는 하드 교체를 하지 못하고 원본 그대로 검찰에 제출됐고, 자택 컴퓨터의 하드는 교체를 해서 김씨가 보관하고 있던 구 하드디스크를 입수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체와 관련하여 구 하드 3개와 신 하드 3개, 총 6개의 하드 중 검찰은 4개의 하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 사무실 컴퓨터의 구 하드와 신 하드 모두를 가지고 있고, 자택 컴퓨터의 하드는 구 하드 2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무실 컴퓨터는 하드 교체를 못 한 채 신 하드는 깨끗하게 비어있는 새 하드 상태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데이터가 들어 있는 하드는 구 하드 3개입니다. 그런데 이 구 하드들이 원본 하드입니다. 즉 검찰은 원본 하드 3개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겁니다.
3. 검찰은 8월 첫 압수수색을 하면서 웅동학원과 펀드 관련 사업체들이 압수수색 전에 서류를 치우고 컴퓨터에서 특정 파일을 삭제했다며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흘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압수하기도 전이고 뭘 삭제했는지 뭘 치웠는지도 모르는 채 그것을 "증거인멸"이라고 우겼던 겁니다.
그리고 청문회 직전 펀드관련자들을 정 교수가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또 대대적으로 흘렸습니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통해서 정 교수가 사무실에 두 차례 들러 서류 뭉치를 들고 나갔다고 또 흘렸습니다.
즉 검찰은 지속적으로 정 교수가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선전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드 디스크 교체 건은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원래 목표는 증거인멸을 이유로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자택 컴퓨터 하드 교체 건으로 지금까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4. 검찰은 원본 하드 3개를 모두 확보하고 있습니다. 시간상 이미 포렌식은 10번도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벌써 포렌식은 당연히 마쳤을 것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검찰은 알고 있습니다.
자택에 있는 신 하드는 모두 복사본으로 어차피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본 데이터인 구 하드입니다. 포렌식 결과 구 하드에서 증거인멸의 정황이 있었다면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됩니다. 그보다 좋은 게 뭐가 있겠습니까? 굳이 이런 선전전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명분 쌓기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증거인멸의 정황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것도 그냥 짐작이 아니라 원본 하드를 포렌식한 결과로 가지고 있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명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검찰은 구 하드를 분석해봐도 증거인멸의 정황을 확인하지 못한 겁니다. 당연히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도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선전전을 하는 겁니다.
5. 이제는 실제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 유추해봅시다. 이것은 그냥 추측입니다. 정 교수측이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한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두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스스로의 이해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 건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그렇고 개략적인 추측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어준 공장장이나 동양대 장경욱 교수도 지적했듯이 정 교수가 직접 컴퓨터로 표창장을 위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면 컴퓨터로 위조 표창장을 만드는 것은 정말 성가시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위조의 증거를 찾기 위해 정 교수의 컴퓨터를 뒤지는 것은 모두 다 허당입니다. 물론 검찰은 컴퓨터로 위조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포기하지 않겠죠.
정 교수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말고는 하드를 교체한다든가, 증설한다는가 하는 것에 대해 잘 모르는 분입니다.(물론 이것도 추측입니다) 그런 분이 컴퓨터가 느려졌다든가 뭔가 사용이 불편해지면 주변에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학교에 컴퓨터를 만져주는 전담 직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얘기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탁한 사람이 증권사의 김모씨입니다. 그런데 김모씨도 정 교수보다는 좀 더 알지 몰라도 컴퓨터 전문가가 아닙니다.
만약 증거인멸이 필요했다면 진짜 전문가를 찾아 좀 더 정교하게 했을 겁니다. 김모씨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 교수는 컴퓨터의 하드를 교체해서 집으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그렇게 못했습니다. 컴퓨터를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와서 김모씨 트렁크에 둔 채 아직 자택으로 옮기기도 전에 사무실 압수수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기왕 하드를 교체하기로 한 김에 집에 있는 컴퓨도 하드를 교체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래서 김모씨가 와서 교체를 합니다.
그런데 모든 데이터를 옮겨놓은 뒤라면 구 하드는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증거인멸의 의도가 있었다면 구 하드는 그냥 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김모씨는 구 하드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언론에서는 "나중에 재설치해달라"고 했다던데 이건 검찰의 미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말 한 적 없다"거나 "구 하드를 보관해달라고 했다"거나, 심지어 "구 하드는 버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그 자체가 새로운 덫을 놓을 수 있는 빌미가 됩니다.
하드를 교체해야겠다는 생각도 그냥 컴퓨터가 버벅거리니까 그걸 해결하고 싶은데 정 교수 생각인지 김모씨의 조언인지 그걸 하드를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교체한 겁니다.
그리고 구 하드는 김모씨가 버리기도 아깝고 그걸 사무실에 두기도 뭐해서 어디 락커에 놓아둔 겁니다. 이게 컴퓨터 비전문가의 전형적인 마인드입니다.
6. 여기까지가 제 추측입니다. 이에 대해 나름 전문가들이 한 줄 한줄을 놓고 "이건 이런 거고, 저런 저런 거라서 말도 안 된다"고 지적을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거기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지들도 모르고 저도 모르고 여러분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짐작을 하는 것 뿐입니다.
명백한 것은 검찰이 사무실 컴퓨터와 집 컴퓨터의 원본 하드를 모두 확보하고도 이런 선전전을 펼쳐야 할 정도로 아직 아무 것도 못 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작이든 위조든 그런 행위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검찰은 덫을 놓고 정 교수측이 실수를 해서 자택 압수수색에 들어갈 건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검찰은 컴퓨터에 관한 한 모든 원본을 다 확보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위조에 관한 증거를 찾았다면 그대로 재판에 들고 나가면 됩니다. 증거인멸의 정황을 찾았다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됩니다.
우리는 검찰이 그렇게 하는지 안 하는지 두고 보기만 하면 됩니다.
p.s.
"정 교수는 설령 증거인멸을 했다고 해도 자신의 범죄와 관련된만큼 증거인멸이 성립되지 않지만, 김씨는 타인의 범죄를 도운만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서울신문 기사의 한 대목입니다. 검찰은 이걸로 김모씨를 압박했을 것 같습니다. 검찰이 증거인멸의 정황을 찾았다면 김모씨를 그냥 구속하면 됩니다. 굳이 김모씨를 풀어줘서 언론에다가 "내가 정 교수 컴퓨터 하드 교체해줬다"고 떠들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