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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치킨이란 무엇인가?
게시물ID : readers_148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pke
추천 : 2
조회수 : 68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8/14 02: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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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란 무엇인가?
 
 
1.
악인의 마음도
타락한 검은 정신도
정화될 여지가 있다는 건
 
굵고 쫄깃하고 식욕 가능한
닭 계통의 조류가 남아 있는 한
인간의 미각이 더 잔인한 요리에 저항할 수 있는 건
치킨이 전하는 믿음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호불호 가리는 수만 가지 입맛을 위해
자연의 큰 부분을 파괴해 간 피의 역사 속에서
나라별 식성을 기치로 제국주의의 불협화음 작곡한 요리사들
말도 안 되는 웰빙 식품들이 도래한 시대에도
치킨을 찾는 의지는 폭풍을 넘기는 억새처럼 이어지고
세상 어딘가 끓고 있을 기름에 튀겨져 전설이 된다.
 

 
2. 
치킨의 위대함이란 자유로운 해방과 같기에
야식을 골라야 하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의 우유부단함을 무너뜨리고
옳음을 걷는 혁신의, 어떤 결심의, 시초의, 발단의,
순수하게 배를 채우고 싶은 한 인간의 각오에 있다.
 
인간의 모든 것, 치킨을 갈구하는 유전자의 속성은
여러 기름과 여러 닭 그리고 다방면의 소스로
시대를 관통해 더욱 강인하게 각성하는 것 아닐까?
 
 

3.
치킨의 정의감이란 올곧은 진실과 닮아
혀끝 돌기를 배반함이 없고
멍하니 부조리에 방심할 겨를 없이
골수조차 남기지 않는 속도로 금세 깨끗해지는 결백에 있고
1인1닭도 못 받든 자의 불경에 징벌을 바라는 기도와 신념이고
독식에 타락해 숭고한 전도가 빛바래지 않도록
누군가 혼자만 치킨 뜯는 걸 경계할 수 있게
언제 어디서나 코끝의 감도가 깨어 있는 긍지인 것.
 
 

4.
그런 치킨의 유익함이란 풍요로운 정신 그 자체인지라
그 어떤 쇠의 흉터보다 깊게 각인된
번성하고 몰락하고 문명이 된
그 어떤 이데올로기보다 오래된
생닭과 튀김의 조화를 있게 한 어머니이신
가혹하지만 베푸는 대자연을 이해하는 것임에
 

 
5.
뿌린 대로 거두리 공평하신 어머니의 품에서
혹여 치킨이 닭과 기름을 가공할 줄 아는
인류에게만 허락된 특권으로 믿어 왔나?
 
이미 수만 년 전, 치킨이란 미지로 쌓인 넓은 생태계에서
닭의 조상이 벼락에 맞아 노릇노릇 익은 채 존재했다.
 
더 암흑에서 닭의 원초적인 세포가
우주 전역에 퍼져 있던 화학 분자의 폭발적인 합성 때문에
소멸하지 않고 적당히 튀겨졌다면 그 또한 치킨이다. 
 
이처럼 치킨의 맛 그 자체의 이데아와 연결되는 최소 단위의 물질에 대해
이미 완성된 것을 ㅊ,ㅣ,ㅋ,ㅣ,ㄴ 이라 우리의 언어 구조로 일컬었을 뿐임을 알고
겸손한 태도로 만물의 입장이 돼 그들만의 치킨을 탐구하라.
 
모든 생명, 모든 종족은 각자의 본능으로​
치킨의 맛 그 자체의 이데아와 연결되는 물질을 찾아 섭취하며
더 좋은 치킨의 맛에 접근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남고 진화해왔다.
그 과정은 감정의 미동 없이 볼 수 없는 수많은 기적의 연속이고
거기서 피어난 치킨은 어리석은 지성만의 특권이 아니메
 
 

6.
단지 문화와 피부색이 다르다 해서
넓게는 종이 다르다 해서
미생물과 고등생물로 철저히 나뉘었지만
자칭 호모 사피엔스의 거만한 지성이 가린 허울을 꿰뚫고
삼라만상의 본질을 직시하는 구도자로서 시각이 트인 곳,
그 동공은 곧 하나의 축소된 우주며
선과 악, 질서와 혼돈, 빛과 어둠, 사랑과 증오, 진화와 불변 등
생명에 대한 모순인 듯 진리가 치킨(chicken​) + 혼(魂​) 으로 타오르는 지점.
마침내 만물의 입장이 돼 그들만의 치킨을 인지한 경지에 이르러 
모든 치킨의 공통분모이자 스스로 존재하는 단 하나의 궁극적인 치킨을 엿볼 수 있다면
오라, 그 희열은 감히 창조주의 실체를 봤을 때와 같을 것이니
태초의 빅뱅 이후, 모든 생명의 방향성은 치킨이 있는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7.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는 인류의 문명에 의한
인간 방식의 고유한 치킨을 씹고 뜯고 즐기고 있었을 뿐이며
우주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치킨이 지닌 가치는
다른 생물의 치킨보다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고
아무런 우열 없이 그저 인류에게 허락된 치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8.
이처럼 치킨은 물리적인 틀을 벗어나
모든 생명을 동등하게 통일시키는 위대한 개념이다.
이 개념을 버린다면 생명에 대한 존엄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우주의 악이자 어머니를 배신한 족속이 되고
살아 있는 동안 어떠한 보람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닭값이 올라 고달프고 때론 기름값이 기이할지라도
치킨을 미래로 전달하는 인간의 책임은 소수 명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야말로 단지 섭취를 떠난 치킨에 대한 사명이고
날지 못하는 비운의 조류가 내딛는
나은 세상으로의 기적 같은 한 걸음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세계의 타락과 죄가 지옥의 중심을 이룬다 하여도
치킨을 기억하는 초라한 영웅이 남아 있다면 세계의 멸망은
생닭과 튀김의 조화를 있게 한 자연에 대한 흠모로 치유될 것이다.
 

 
9.
그럼 치킨의 치읓도 깨닫지 못한 우리가
치킨의 위상을 드높일 실마리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소위 치킨의 맛을 탐구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렵지 않을 거야.
여러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아카시아가 자라는 햇빛 속에
별이 뜰 무렵, 노을 녘의 온기 속에
함께 하는 이가 있고
기억하는 네가 있는 곳에
그렇게 소중히 여긴 아련한 느낌들 속에
흐르는 건 순간이지만 존재의 바탕이 되어
한 생명의 아름다움과 영원을 담는다.
별거 아니지만 그런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의 방식으로
치킨집 연락처를 꺼내 그 자리에서 즉각 주문시킬 수 있도록!
 

 
10.
한 장처럼 담긴 기억하고 싶은 시간에
양손에는 반반 치킨이 있다면
일시적으로 삶의 목적이 실현되는 게 아닐까? 
나로서는 그런 행위가 치킨에 대한 독실한 찬미이자
치킨과 나 사이의 불가결 요소를 깨닫고
나만의 치킨을 찾는 수양의 여로다.
 
 

11. 
내가 아는, 나만의 치킨이란 예술과 같기에
어떤 이가 그린 한 폭의 명화처럼 감상하고
어떤 이가 지은 한 구절 시처럼 담백하게 느끼고
어떤 이가 부른 한 맺힌 음악처럼 식도를 찢고 몰아치는 것!
 
물론, 내 유전자가 치킨을 다 알기까지는 억겁의 세대가 흐를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당신의 유전자도 당신만의 치킨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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