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수술실 입구는 12시간짜리 수술, 1시간 짜리 수술 등 크고 작은 수술에 상관없이 모두 이 곳을 거쳐서 수술실로 들어간다.
나는 작은 수술을 할 때도, 큰 수술을 할 때도 있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생각하는게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크고 작은 수술 모두 두려울 것이다.
우리야 수술실이 집보다 익숙한 곳 중 하나이지만. 그분들은 일생 살면서 수술실을 와볼 생각이나 하셨을까..
그래서 항상 침대를 끌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중간 시간동안 일부로 말을 걸었다.
"긴장되지는 않으신지요?"
"잠은 잘 주무셨나요?"
동료들은 괜한 오지랖이라고. 어차피 마취가 되면 환자들은 우리를 잊는다고 왜 그러냐고 묻기도 했지만..
그 짧은 순간만큼은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면 나 역시 바쁘게 수술을 준비하느라 환자를 챙길 시간이 없고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에게 환자인계가 된다.
수술실이 먼 곳으로 갈 때는
"수술실이 좀 멀죠? 최근에 지어진 곳이라 더 멀어요. 대신에 더 좋아요^^" 이런식으로 안심시키곤 했다.
언제나 환자를 위해서..가 내 모토였고 잘 지켰다고 생각했다.
가끔 동료들이 . "저번에 수술한 김땡땡님 있잖아 그분 이번에 또 한데" 이런식으로 화제를 꺼낼 때면
난 화제에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환자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환자분들이 자기를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무의식적으로라도 환자에게 비난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병원근처 커피숍에서 환자의 이름을 대면서 이야기하면 개인정보법 위반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이야기하다가 나올 수도 있는 법(절대 안됩니다.)
수술을 기억하지 환자의 개인정보는 기억하지 않는게 좋다.
그냥 저번에 특이한 수술을 하셨던 분! 하면 수술에 대한 기억으로 그 환자에 대한 수술이 기억나지
환자의 얼굴이나 그런 것은 관심도 없고 생각할 건덕지도 없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내가하는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물론 환자의 개인 몸상태
비만이라던가 빼빼 마르신 분이시라던가
다양한 몸매를 가지신 분들이 온다.
수술 특성상 뚱뚱하신 분들은 오래걸리고 무척이나 난이도가 높아진다.
마르신 분들도 덕분에 빨리 끝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수술에 불편한 상태일 때도 있다.
전에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뚱뚱하신 분들이 배를 여는 시간, 닫는시간도 오래걸리고 fat이 가득차서 수술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지나가는말로 "우리는 아파서 수술받기 전에 다이어트 부터 해야겠다"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
환자에 대한 비난보다는 우리가 이렇게 비만이나 그런게 수술에 지장을 주는걸 아니까 우리가 만약에 수술을 받는다면
의료진에게 고생을 덜하게 다이어트를 하자~ 이런식으로 유머를 던져본 것이다.
환자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을 할 생각은 지금이나 전이나 앞으로도 추호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전에 댓글을 남겼었는데.
뚱뚱하신 분들이 침대가 좁게 느껴진다고 쓴 부분에
'침대 넘치겠다'라고 쓴 부분에 폭탄 비공감을 먹었다..
해명 댓글을 달긴했지만... 나는 이미 간호사 자격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수술실 간호사를 하면서 언제나 환자를 존중했다고 생각했지만
난 이미 환자를 하대하는 인격적으로 말종인 사람이 되었다...
무엇을 말해도 꼬투리가 잡혀서 비공감만 먹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무섭다... 간호사를 택한게 내 실수였나보다.
..
12시간짜리 수술을 끝내고 하아...힘들었지만 오늘도 한분이 무사히 나으셨으면..하는 맘도 이제 못가질 것 같다..
오유분들에게 죄송합니다.
'
의료진이지만 성숙하지 않은 의료진의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인턴선생님들, 레지던트 선생님들, 교수님들, 병동 간호사, 수술실간호사, 마취간호사 등등
각종 분야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님들에게 제가 섣부른 선입견을 씌워버린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맞춤법의 실수나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써서 앞뒤가 안맞을 수도 있지만..
오유분들 사랑하는 만큼 절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