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이나 댓글만 달다가 글은 처음 써보네요. 마음이 답답해서 글이라도 써서 마음을 달래볼까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십니다. 밖에서는 젊잖고 뭐하나 모자란것 없는 분이시죠. 그런데 제가 태어나기전부터 아버지가 술만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우리집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습니다. 엄마는 맞으며 20년을 넘게 사셨습니다.
칼부림이 난 적도 있고 집안이 피투성이가 된 적도 있고, 엄마가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당해 병원에 입원도 몇번 하고 외가쪽에서도 이혼하라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저와 동생들도 제발 이혼하기를 빌었었구요. 아버지나 엄마에게도 이혼하는게 낫겠다고 이혼하라고 얘기했다가 건방지다며 제가 아버지에게 맞을뻔한 적도 있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우리가 결혼할때 부모가 이혼한 가정이라고 하면 상대편에서 안좋게 볼까봐 우리가 결혼할때까지 참겠다며 버텨오셨습니다.
거기다 아버지는 몇년전에 바람도 피웠습니다.
안해본게 없죠. 남편으로서 이보다 최악은 없을겁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마저도 모두 엄마탓이랍니다. 바람도 너네 엄마가 나를 외롭게 해서 그렇다. 때린것도 너네 엄마가 나를 화나게 해서 그렇다. 그냥 입으로만 변명하는게 아니라 아버지는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합니다. 수십년을 그렇게 온가족을 괴롭혔으면서 죄책감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고 왜 너희는 나를 존경하지 않느냐, 왜 너희는 아버지에게 살갑게 굴지 않느냐, 너희 엄마가 자식을 잘못 키운거다,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만 합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지 않게 되신지는 5년이 좀 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상처나 안 좋은 감정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저께 아버지랑 통화하면서 결혼얘기를 하시기에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결혼 생각없다고.
그러자 아버지는 니가 아직 생각이 어려서 그렇다고 나이들면 외로워서 혼자 어떻게 살거냐고 하십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그냥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결혼해서 엄마처럼 불행하게 사느니 혼자 살거라고. 나는 결혼에 대한 환상같은거 없다고.
그러자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시며 너네는 항상 엄마편이다, 아버지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한다, 너네 지금까지 금전적으로 뒷받침 해준게 누군데, 그리고 본인같은 남편이 어디있냐고, 너도 나같은 남편 만나면 성공하는 거랍니다.
딱 질리데요. 소름이 끼치고 나한테 아버지가 저주 퍼부은것 마냥 너무너무 기분이 나빠서 그냥 끊어버렸습니다. 아버지같은 남편이랑 살 바에는 지금 죽는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죽어도 나는 슬프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고 그런 제 자신이 또 소름끼쳤습니다.
저는 실제로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습니다. 겁이 많아서 마음을 열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썸도 타보고 사귀어도 봤지만 금방 마음을 닫게 되더라구요. 지금도 남자든 여자든 큰소리가 나면 너무너무 무섭습니다. 저는 아마 평생 혼자 일겁니다. 그래도 결혼하는 것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을것 같아요.
아버지를 용서하게 될 날이 올까요? 용서하려고 나름 노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이렇게 아버지가 자기 잘못을 모두 엄마나 우리에게 돌릴때마다 드는 분노와 미 움때문에 용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릴적에 아버지가 죽고 엄마랑 동생들이랑만 살았으면 좋겠다고수백번도 넘게 생각했었는데 그때의 내가 여전히 가슴속 저 구석에 있습니다.
용서하고 싶다가도 그게 가능한 일인지 싶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왜 용서받아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데... 평생 미워하면서 사는게 답인것 같지도 않고.. 진짜 아버지만 생각하면 괴롭네요. 어찌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