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구가 병균을 처리하는 방법은 절대 무력을 쓰거나 학대의 방법이 아닙니다. 넌 왜 그렇게 더럽니? 넌 왜 이렇게 지저분하니? 그렇게 놀려대지도, 아주 심한 욕설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침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가슴을 활짝 열어주며 품안에 꼭 껴안아 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아주 깊은 사랑(?)으로 그를 감싸주는 겁니다.
백혈구에게 안긴 그 침입자는 너무 황홀해서 정신이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단 한번도 그런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을 테니까.
그러면 침입자는 백혈구의 사랑에 감동해서 그렇게 녹아버리는 겁니다.
참으로 백혈구의 사랑은 놀랍습니다.
보기 싫든, 지저분하든, 가리지 않고 백혈구는 모두 다 껴안아 줍니다.
그는 우리 인간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의 몸에는 또한 적혈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적혈구도 아주 사랑이 넘치는 친굽니다.
우리 몸에 있어 산소란 건 정말 중요한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적혈구는 언제나 이리저리 다니다, 산소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아낌없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그것을 내어줍니다.
자신의 것도 조금만 챙겨두면 좋을텐데 100%다 줘버립니다.
그리고는 4일쯤 살아 있다가 몸의 어느 구석에선가 조용히 숨을 거두고 마는 겁니다.
우리 몸은 바로 이런 사랑을 행할 줄 아는 작은 생명들이 모여 이루어졌습니다.
이 말을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 안에는 바로 이런 사랑을 행할 능력이 누구에게나 다 숨겨져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심장 속에 깊이 담겨있는 이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 때가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