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이 1953년생이시더군요.
저보다 한 15년 일찍 태어나셨고, 저는 그 시대를 꽤 잘 압니다.
장관님이나 저나, 여자로서 대한민국을 살아오기 참 힘든 세대였다고 보네요.
그 당시 여자가 대학 가는 건 힘든 일이었습니다.
집안에서
전교 꼴찌하는 아들과, 전국 수석하는 딸이 있을 경우
당연히 전교 꼴찌하는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애를 썼고,
전국 수석하는 딸은 고졸로 공장이나 회사에 들어가 전교 꼴찌하는 남자형제들의 재수를 위해
돈을 벌어다 바치고 본인은 시집갈 돈조차 모을 수 없었던 일이 비일비재한 시대였죠.
일하고 돌아온 누나가 집에서 뒹구는 남동생 밥 차려주고, 빨래해 바치고 해야 하던 시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여자들은 호주가 안 되고 갓 태어난 1살짜리 어린아이가 호주가 되던 시대.
남자는 외도해서 아이를 낳아도 그 아이를 자기 호적에 본부인 동의 없이 마음대로 올릴 수 있었고
여자가 외도해서 아이를 낳으면 위자료 한 푼 못 받고 쫓겨나는 게 당연했던 시대.
아마 장관님이 서울대를 나오셨다고 해도
그 서울대 안에서조차 벌어지던 어떤 행태로 인해
'여성'으로서 마음 안에 상처가 많다는 거, 저도 이해합니다.
저는 이대 출신인데, 남녀공학을 간 친구들 보면 학교 안에서 처했던 상황들이 많이 상처가 됐었더라구요.
튀는 귀걸이하고 짧은 치마 입었다고 선배가 뭐라 해도 아무 말을 못해야 했고
여성 운동권은 조신하게 남성 운동권들이 감옥 가면 수발 드는 게 정석이라고 했던......
심지어, 전경들조차 시위 막으러 올 때 이대는 다른 대학보다 반도 안 오는.... 그런 시대였죠.
네.
저도 아마 탁현민 같은 글을 쓰는 남자가 제 바로 옆에 있다면 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네요.
그런데요.
아무리 법정에서 음란만화 번역해도 5년, 몇백억 횡령해도 5년 때리는 시대라 하더라도
적폐 아닌 문재인 정부 장관이시라면 사안의 경중 정도는 따지실 줄 알아야 하지 않나요.
홍준표, 이언주, 기타 자한당 바른당 국회의원들이 저질렀던
숱한 만행들에 대해서는 왜 반발의 수위가 가뭄7년 논바닥만도 못합니까?
(아, 정의당의 '조건만남'도 빼놓을 뻔했네요. 죄송.)
아무튼.
정말 여성들이 숱하게 가슴 치며 억울하게 울부짖는 건
주로 자한당 남자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성희롱 성추행성 발언들 아닌가요?
국회에서 가슴 큰 여자 손으로 흉내내고, 누드사진 쳐다보고 있고.....이건 괜찮습니까?
급식실 일은 아무 여자나 다 갖다 놔도 잘 할 수 있는 하찮은 일이라는 발언은 괜찮은 건가요?
질곡의 80년대와 9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오유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그게 왜 여혐이냐?' 하는 부분도 숱하게 여혐으로 느껴졌던 저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탁현민씨의 여혐도가 1이라고 치면
다른 국회의원들과 정권에서 저질렀던 만행들은 100을 뛰어넘는데.
돼지발정제, 밥하는 아줌마 등의 발언에 대해
여성부 장관이라는 분이 과연
탁현민 행정관 몰아내기 수준만큼 극렬하고 강렬하게 나서신 모습이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마치 여성부가 소매치기는 징역 100년 때리고, 살인은 집행유예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을
60년대 태어났고 80-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저조차 그렇게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여성부가 말입니다.
총론은 버리고 각론의 구석탱이 한 페이지만 들입다 파면서
성적 안 나온다고 징징거리는 대학 1학년생같은 느낌이 드는데
제가 지나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