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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그 해 여름 날 헬스장의 리오넬 메시
게시물ID : readers_148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애플블룸
추천 : 0
조회수 : 30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8/14 15: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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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날 헬스장의 리오넬 메시> 

때는 지난해 여름이었다. 집안에 붙어있기도 찌뿌드드하고 살도 좀 찌는 것 같고 해서 동네 헬스장을 등록하였다. 사람도 별로 없고 시설도 꽤 새것이라 마음편히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첫날 바로 운동을 하고 탈의실에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는데, 뜻밖에도 나보다 먼저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는 한 아저씨가 있었다. 

"룰- 루룰 루루루 룰루룰루루루라라-" 

독특한 리듬의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문을 박차고 나온 그는 등에 무시무시하리만큼 큰 용문신이 있었고, 왼쪽 가슴엔 한자로 필(必), 오른쪽 가슴엔 생(牲)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그다지 몸이 좋지는 않았는데 워낙에 덩치가 있다보니 나는 조용히 옷을 갈아입으며 살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헛헛! 헛헛! 핫핫!" 

그때였다. 순간 내 시선을 사로잡는 아저씨의 행동. 
그는 헬스장 수건을 길게 늘여 잡고 가랑이 사이로 수건을 집어넣어 열심히 상하로 비벼댔다. 그냥 그 행동만 보면 그저 주요부위를 닦고 있구나 생각할 텐데, 아저씨는 수건이 반복운동을 할 때마다 헛헛! 하고 기합소리를 냈다. 

그때까지도, 나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가 심상치 않은 인물임을. 그저 조금 특이한, 
약수터에 가면 기합소리와 함께 앞뒤 박수를 치며 나무에 등을 탕탕 
부딪치는 그런 아저씨와 진배 없다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이어진 아저씨의 다음 동작에서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아... 아닛!" 

난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저씨는 주요부위를 닦던 수건을 빨래통에 탁 던져넣더니, 오른손바닥을 펼치고 왼손은 반쯤 쥔 주먹자세를 한 채 자신의 주요부위를 투타탁 투타탁 소리가 나게끔 드리블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헛헛! 핫핫! 허허! 껄껄!" 

그는 경쾌하게 자신의 그곳을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우렁찬 기합소리를 뽐냈다. 그 손놀림이 무척 빨라, 얼핏 보면 손은 보이지 않고 아저씨의 코끼리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어떻게 저럴수가......" 

나는 옷을 갈아입던 동작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아저씨의 화려한 코끼리드리블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의 손은 다시 밑에서 위로, 좌에서 우로, 때로는 회전하면서 코끼리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는데, 비록 코끼리를 움직이는 손은 두개지만 아저씨의 손놀림 만큼은 천개의 손을 가진 천수관음, 혹은 시바신의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크흠, 에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코끼리 드리블을 끝마친 아저씨는 로션을 탁탁 손에 짜서 가슴과 겨드랑이, 그리고 목에 치덕치덕 바르고는 마지막으로 다시 코끼리에게 남은 로션을 탁탁 문지르고 순식간에 탈의한 뒤 사라졌다. 

"내가 무엇을 본 걸까...?" 

난 아저씨가 탈의실을 빠져나가고 나서야, 샤워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강렬한 광경이었다. 

"아차." 

샤워실 안에 들어서서 물을 밟는 순간, 나는 내가 한쪽 발에 아직 양말을 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그만큼 아저씨의 마이크로 컨트롤에 집중하고 있었음이라. 

그날부터 나는 헬스장에 가는 목적이 운동이 아닌, 아저씨의 현란한 드리블을 관람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며칠 째 아저씨의 현란한 드리블을 감상하기 위해 빠짐없이 헬스장을 나갔더니, 
자연스레 몸에 점점 근육이 붙고 살이 빠졌다. 잃었던 건강도 되찾아가고 있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나서 탈의실에 가면 항상 같은 시간에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는 
고추 메시 아저씨가 있었다. 

"두근두근, 과연 오늘은 어떤 기술을 보여주실까." 

나는 평소처럼 옷을 갈아입는 척을 하면서, 곁눈질로 아저씨의 코끼리를 살폈다. 
아저씨는 마치 제초기 시동을 거는 것처럼 양손을 공중에 빠르게 탁탁 휘둘러 털면서 
준비운동을 하더니 이윽고 기묘한 손동작으로 죽어있는 코끼리에게 생명을 주기 시작했다. 

투탓...투타탓 투다닷 투탓 탓탓. 

마치 뺨을 때리는 것과 같은 경쾌한 소리. 
기계로 진동을 주는 것과 같은 코끼리의 떨림이 공기를 타고 내 몸까지 전해져오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 아니? 오늘 드리블은 뭔가... 달라. 그래! 저 소리. 소리가!" 

그렇다. 아저씨는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손으로 코끼리의 다양한 부위를 빠르게 가격함으로써, 어떤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단순히 화려한 비주얼 뿐만이 아니라 듣는 즐거움까지! 그는 진정한 이 시대의 마에스트로이자, 탈의실의 예술가였다. 

그는... '연주'를 하고 있었다. 

투타타타탓. 투타타타탓.. 

그리고 그가 연주하는 곡은 '터키행진곡'이었다. 
눈을 감자, 수만 마리의 코끼리떼가 터키 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행진하는 
장엄하고 위협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탓... 

잠시 후 소리가 멈췄고, 나는 눈을 떴다. 

"흐읍!" 

나는 그리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아저씨가 코끼리 드리블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이, 자네가 내 기술을 보고 있다는걸 다 알고 있었다네." 
"죄... 죄송합니다!" 
"허허, 사과할 것 없네 젊은이. 나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기술을 삼십년간 혼자 욕탕에서 연마해 왔으니까. 그 어떤 것이든 창작과 표현의 수단으로 쓴다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네." 

아저씨는 가슴근육을 씰룩거리며 팬티를 입었다. 아저씨의 팬티는 역시 
남자답게 딱 달라붙는 삼각팬티였다. 

"아저씨..." 
"오늘로 내 헬스장 기간이 다 되네. 자네같은 젊은이를 만나 내 비장의 기술을 선보일 수 있어서 행복했네. 그럼 잘 있게나." 

아저씨는 옷을 다 입고, 외투 주머니에서 홍삼맛 사탕을 하나 꺼내 내 입에 직접 넣어주고는 껄껄 웃으며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아저씨가 나간 탈의실 출구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아... 사탕.. 아저씨 그 손으로 만진건데..." 

아직도 여름이 되면, 헬스장의 다시 없을 코끼리계의 리오넬 메시. 
그 아저씨의 화려한 손놀림과 따스한 웃음이 떠오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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