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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은 아재가 길에서 눈물이나 질질 짜고 쯧쯧
게시물ID : freeboard_14879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長吉山
추천 : 10
조회수 : 239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7/02/10 01: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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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접니다.

이젠 어제군요. 운동 갈라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한참 남았더군요. 날도 춥고해서 앞에 2마트에서 사지도 않을거 눈쇼핑만 하다가 나와보니 그래도 한 10분쯤 남았길래 흠연구역에서 담배 한 대 꼬실리고 있었죠.

불 붙이고 두세모금 빨았나? 웬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절 향해 손을 벌리시더라구요. 뭘 달라는 거 같은데 돈은 아닌거 같고 설마 담배?? 싶어서 이어폰 빼고 네? 했더니 하나만 달라고...

근데 어쩌지... 돛대였는데.... 죄송하지만 마지막꺼였다고 말씀드리고 고개를 돌리는데...
할머니가 재떨이에 꽂혀있는 꽁초를 뒤적뒤적하시더니 개중에 장초( 라기엔 한참 모자란)를 뽑아서 입으로 가져가시더라구요. 

아 이런.... 급하게 할머니 그러지 마시고 차라리 이걸 피세요하고 3분의 1쯤 피운 제 담배를 드렸네요. 근데 도저히 이건 아니지 싶어서 할머니 여기 잠깐 계세요하고 얼른 편의점 가서 내꺼 사는 김에 할머니꺼 하나 사서 갖다 드렸어요. 뭐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그냥 제꺼랑 같은 걸로 샀어요하고 할머니한테 담배갑을 내미니

할머니는 제 손을 두 손으로 쥐고 계속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하시면서 우시더라구요...

이제 이른여덟이신 어머니 생각, 20년도 더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 무엇보다도 이 담배 스무개비 다 피우시면 또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담배를 빌리실, 그마저 안되면 또 재떨이를 뒤지실 눈앞의 할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오더군요. 쪽팔리게...

급하게 할머니께 너무 많이 피지 마시고 천천히 피우시라고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고 말씀드리고 후다닥 도망왔죠.

모르겠네요. 몸에 좋을 거 단 한 개도 없는 그놈의 담배 끊으시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할 망정 덥썩 사 안겨드리고 온 게 잘한 짓은 아니겠지만 이 추운 날 적어도 담뱃불만큼의 온기라도 전해 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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