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충환 “성매매 금지하려면 성 향유 정책 마련을”
상임위 발언 논란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성매매를 금지하려면 자유연애를 통해 성을 향유하도록 국가에서 정책을 마련하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다.
29일 국회 속기록을 확인해 보니, 김 의원은 지난 27일 여성가족위 회의에서 “성생활 공급이 매매와 자유 성으로 돼 있었는데, 매매를 없앨 때 자유 합의에 의한 성생활로 전환될 수 있는 국가의 기본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성 정책을 세울 때 미시적인 단속 규제를 하는 방식은 성폭행, 성병의 만연, 성매매 해외 진출 같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며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별로 성 향유의 양이 있으니 한국인의 성생활 공급의 양을 정확하게 평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송경숙 대표는 “김 의원 발언과는 반대로 성매매가 많은 나라에 성폭력이 만연한다는 연구 결과가 일반적”이라며 “특히 성매매를 마치 정상적인 성생활인 것처럼 규정한 것은 성매매 특별법의 근본 취지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성매매를 규제하면 성행위가 음성화돼 성폭행과 질병의 만연 등 사회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며 “무조건 성매매를 금지할 게 아니라 성 향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일상적인 향유를 할 수 있도록 대책도 아울러 세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2004년 국정감사 때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관련해 “18살부터 30살까지 12년간 성인 남성의 성욕을 해소할 길이 없어졌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한나라 김충환 의원 이번엔 ‘짙은 안마’ 논란
“유사 성매매 단속 다시 생각을” 여성가족부에 요구
지난 9월, 성매매피해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가 여성가족부와 함께 성매매특별법 시행 두 돌을 맞아 국회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다. 전시장엔 ‘일상 속의 성매매 드러내기’란 주제로 한 일러스트, 만화 공모전에 뽑힌 작품 20여건이 선보였다. 일반인의 성매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만큼, 작품들은 성매매 사슬에 얽혀 고통받는 피해 여성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자리에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나타났다. 활동가들은 그에게 “앞으로 성매매 관련 발언에 주의 좀 해달라”라고 부탁했고, 김 의원은 작품들을 둘러본 뒤 “잘 알겠다”고 대답했다.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또 터졌다. 김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안마시술소 등 유사성매매업소에 대해 “짙은 안마”라며 단속을 재고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매매가 아닌 (불법) 마사지 등은 성행위는 아니고…” 라면서 잠시 시간을 둬 생각에 잠겼다가, 여성가족부 장하진 장관이 “유사성행위”라고 알려주자 “그런 정도는 ‘짙은 안마’로 보면 되겠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김 의원은 이어 “윤리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웃음기 어린 주변 사람들에 견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국감 뒤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는 “대딸방 등까지 전부 못하게 하면 사회적 탈출구가 합법적으로 다 막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일탈행위로 나타나 아동, 장애여성 등의 성폭행이나 성병 확산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용역을 줘 심도깊게 연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은 월드컵 때 일부러 시설을 만들어 대책을 세운 경우도 있는데, 사회 문제가 해결되는 측면으로 법집행이 나타나야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쉽게 풀이하면 “남성 성욕을 풀 데가 없으면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성매매는 사회악이라 없어지기 힘들고, 성매매방지법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남성 성욕 풀이를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독일은 월드컵대 별도 시설 만들었다”
김 의원, 2004년 국감때는 “18살부터 12년간 남성 성욕 해소할 방안 없어져” 발언도
김 의원은 탈성매매여성을 지원하는 여성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로 잘 알려진 바 있다. 성매매방지법과 관련해 ‘튀는 발언’이 벌써 세번째이기 때문이다. 첫 발언은 지난 2004년 나왔다. 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 현장에서 김 의원은 경찰의 성매매 단속과 관련해 “성매매를 완전히 중단시킬 경우 30살을 전후한 결혼 적령 시기까지 성인 남성들이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게 되는데 대안이 있어야 할 게 아니냐”며 “경찰은 단속을 사려깊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곧바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35개 단체는 논평을 내고 “성욕은 김충환 의원이 착각하고 있듯이 남성만의 고유한 능력이 아니며, 인간 누구나 갖고 있는 욕구로 건강하게 해소되어야 한다”며 “김충환 의원은 성매매를 옹호했을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성매매를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성매매를 심각한 조직범죄이자 인권침해로 보고 있는 성매매방지법 정신에 대한 몰이해와 저급한 인권의식을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05년 6월엔 “성매매 금지할 바엔, 국가에서 성생활 향유대책 마련해야”
두번째 발언은 지난 6월이었다. 국회 여성가족위 회의에서 김 의원은 성매매를 금지할 바엔, 자유연애를 통해 성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정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그는 “성생활 공급이 (성)매매와 자유성(연애)으로 돼 있었는데, 매매를 없앨 때 자유 합의에 의한 성생활로 전환할 수 있는 국가의 기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 정책을 세울 때 미시적인 단속·규제는 성폭행 같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부작용 방지를 위해 국가별로 성향유의 양이 있으니 한국인의 성생활 공급의 양을 정확하게 평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색 주문’까지 덧붙였다.
이같은 김 의원의 발언이 단순한 ‘튀는 발언’인지 아니면 ‘공창제 주장’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단 여성단체들은 이같은 김 의원의 발언이 성매매방지법의 본질을 흐린다고 판단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실상 ‘성매매 옹호’ 주장이라는 것.
여성단체 “잡범들이 설치니 아예 도둑질할 마당을 열어주자는 얘기”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여성단체 송경숙 대표는 “‘성매매금지=성폭력증가’라는 김 의원의 생각과는 반대로 ‘성매매가 많은 사회일수록 성폭력이 발생 빈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일반적”이라고 못박는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성인식이 일반화할수록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얘기다. 성매매는 결코 정상적인 성생활이 아니며 성매매방지법의 근본적 취지는 ‘약자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라는 것이다.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법 시행 2년이나 됐는데 국회의원의 인식이 겨우 이 정도에 머문다니 우려스럽다”고 했다. 조 소장은 “성매매 사범은 분명 범법자인데 이같은 발언은 잡범들이 설치니 아예 도둑질할 마당을 열어주자는 얘기나 같다”며 “김 의원에게 성매매가 폭력이라는 인식이 없기에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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