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고, 낡은 상자 이야기
깊은 어두운 던전 속
분명히 나약한 숨결을 내뱉고 있는 그 상자는
어쩌면
마족들의 품에서 떨어진 여러 물건들에 기뻐하던
지나가는 모험가들을 보며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요.
하지만 일단은 마족으로 태어난 그이기에
이것이 그의 선택이던 아니던
그는 자신을 지나가는 모험가를 막아야만 하겠지요.
그렇지 않고 자신이 가진을 다 내어준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의 몸을 금은보화로 가득 채울 순 없을테니까요.
그렇지만 그 살아 숨쉬는 상자가,
우리를 상대하기 전에 잠깐 움찔하며 우리를 지켜보기만 하는것은
어쩌면 그의 이런 생각때문이 아닐까요.
그의 몸에 보물을 가득 채울 순 없어도
어쩌면 그는 자신의 상자 속에 희망을 가득 채워두었는지도 모릅니다.
혹시 다음에 당신이 이런 살아 숨쉬는 상자를 마주하게 된다면
이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작고, 낡은 상자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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