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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 생길 것 같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489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회치는밤
추천 : 0
조회수 : 51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7/28 13:55:28
임고 준비하면서 독서실 총무하고 있는 징어입니다.

애초에 독서실 알바라는 것 자체가 최저의 최저 시급도 안되더군요. 그래도 생활 패턴에 강제성도 어느 정도 부여해주고 공부하면서 용돈 벌이 정도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임고에 올인하자는 생각은 없어서 이런 저런 경험을 나름 많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교육이나 학생과 관련된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강남 논술학원에서 일하면서 애들 대학도 보내봤던 것과, 대학교에서 전국에 있는 가정 환경이 좀 어려운 학생들을 모아서 했던 멘토링 프로그램입니다. 전자는 과외와는 다르게 수시 논술이어서 그런지 좀 더 뿌듯하달까요.. 여튼 학생과 함께 나누는 성취감이 정시와는 조금 다른 데 훨씬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후자는 정말 형, 오빠 동생처럼 지냈던 기억에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서 그렇다고 봅니다. 

여튼 간에 저는 이런 저런 활동들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좀 오지랍퍼입니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뭔가 해보려고 끙끙 대고 있으면 아무래도 더 예뻐보이고 도와주고 싶어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독서실은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는 공간이고, 스스로에게 좀 더 자극도 될 것 같아서 독서실 다니는 학생들(남/여 전부)에게 먼저 말도 걸고, 성적이나 공부 방법, 진로 관련 이야기들을 하려고 합니다. 출석만 찍고 바로 나가는 학생 걱정에 전화 주시거나 심지어는 직접 오시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저희 부모님이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좋게 보면 좀 더 공부에 동기부여나 자극을 주고 싶었고, 나쁘게 말하면 노관심 보다는 학생들을 관리해주는 척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상담? 공부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넛 가장 마음이 쓰였고, 실제로도 가장 많이 얘기를 해주었던 것은 이겁니다. 모든 학생들이 성적을 물어보면(보통 처음에는 언/외/수 성적과 등급을 물어봅니다.) 성적이 3등급 이하인 친구들은 마치 죄인인 듯한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이해가 안된다기 보다는 너무 속상합니다. '특정 과목에 관심이 없든, 성적이 낮든 간에 그것이 네 죄는 아니다. 그렇게 죄 지은 사람처럼 굴 필요 전혀 없다.' 이 말을 가장 많이 해줬고, 앞으로도 가장 많이 해주고 싶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그냥 제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독서실 총무일을 보고 있는지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썼는데 조금 길어졌네요.


문제는 오늘 아침, 카톡이 와 있는 겁니다. 독서실 다른 총무한테요. 

ㅇㅇㅇ 학생 아버님이 오셨는데, 제가 마치 무슨 성 범죄자인 것처럼 따님께 불쾌감을 수차례 주었으며 경찰을 데리고 올테니 조만간 보자고 하셨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이가 없고 화가 났습니다. 나름 용기내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었고, 그 이유는 제가 스스로도 교사나 과외 선생님이 아닌 그냥 독서실 사무실 보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격지심에 안해도 되는 걸 챙겨준답시고 더 해준 게 이렇게 되나 싶고, 밖에서 돈내고 받았어도 지금 같은 일이 생겼을까 생각 했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제 자신도 모르는 일로 자고 일어나니 마치 성 범죄자 낙인이 찍힌 것 같은 취급을 왜 받아야 하는지가 어이없고 화만 났습니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상대방(+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봤습니다. 상담 식으로 얘기 나눈 날 근처에 점심, 저녁 사오면서 음료수나 초콜릿 같은 것 사다준 게 의도야 어찌됐든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나? 싶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람실 내 에어컨 온도를 18~20도에 바람세기 최고로 맞춰놓고 긴 팔에 담요까지 덮고 있는 게 어이가 없어서 3~4시간 정도에 한 번씩 열람실 들어가 온도를 24~25에 맞추고 바람세기를 약~중 정도로 조절하는 와중에, "춥거나 불편한 거 없어요?" 라든지 그냥 다른 학생들한테 하듯이 어깨나 머리 토닥토닥 해준 게 불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 분도 그 어깨나 머리 만지는 건 조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고, 생각이 짧았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여자로 보였다면 되레 제가 더 행동을 조심했을 겁니다.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정말 제가 가르치는 과외 학생 마냥 대했는데 상대는 충분히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정말 미안했고 직접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누구에게, 어깨인지 머리인지, 제대로 생각도 안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으니까요...

경찰분 말씀으로는 제가 뭐 등을 만졌다고 하는데 설마 아무리 편해도 제가 등을 만졌겠습니까? 사촌동생들한테도 안하는 건데 그건... 여튼 제가 생각이 짧았다는 것과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한 데에 대한 미안함은 전하고 싶었습니다. 


성적 물어볼 때에도 말하기 싫다거나 이런 상담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에겐 더 이상 관심두지 않기 때문에 진작 말이라도 해줬으면 더 빨리 사과하고 불편하게 하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어리고, 또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이기 때문에 직접 앞에서 불편함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아버님이 대신 조치를 취하신 것도 다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한 자녀의 부모로서 감정이 격해져, 제 3자에게 중개인의 역할을 맡겨서 제 입장도 들어보고자 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솔직히 엄청엄청 상대 입장을 고려했을 때 그럴 수도 있구나 정도로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연락처도 크게 붙어 있는데, 불쾌감을 주었다는 제게는 직접 연락 한 번 없이 바로 경찰 이야기 나오고, 하룻밤 새 성 범죄자가 되어버린 듯한 이 기분은 진짜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어리기도 하고 여학생이니 보호자로서 아버님께서라도 직접 제게 말씀해주실 순 없었는지.. 

평소에 저를 계속 보고 계신 사장님이 말씀을 잘 해주셔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저는 그 학생이나 아버님과 직접 연락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이러고 끝인거죠. 그래서 경찰분께 전화드려서 아버님께 이러이러한 이유로 직접 사과도 드리고 제 생각도 말씀드리고 싶다는 것 좀 전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아무래도 학생이 독서실을 다니고 있긴 하지만, 미성년자이기도 하고 제가 그 학생이었다면 아무리 사과하고 싶어서 얘기를 하더라도 더 무섭기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저도 모르는 새 일이 벌어졌고, 주홍글씨가 찍혔고, 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일이 끝나버렸습니다. 물론 제 입장을 대변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탈 없이 잘 끝나가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니겠지만 지금 제 눈에는 그 학생과 친구들이 마치 정의를 실현한 승리자가 된 눈빛으로 돌아다니면서 저를 범죄자 보듯이 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성 혐오가 아니라 대인기피증 걸릴 것 같고, 과외든 임고가 잘 되서 학교 수업을 하게 되든 여학생들 눈을 쳐다보면서 애정을 쏟을 자신도 없습니다.


교생도 남학교 다녀왔을 때 정말 좋았는데, 여학교 갔으면 어쩔 뻔 했을까요... 아니 교생과 일개 독서실 총무는 다른 걸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이없고 짜증났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의도야 어쨌든 제 생각이나 행동이 다 옳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왜 이런 취급과 성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짜증과 억울함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진짜 미쳐버리겠습니다.


좋은 말씀들만 해주실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여기 이렇게 글 쓴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만...
주변에 얘기하기엔 제 자신이 너무너무너무 병신새끼 같고 창피해서, 그냥 어디에라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두서 없는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출처 너무 멘붕이라 멘붕게에 처음 올렸는데,

고민게가 더 맞는 것 같아서 글 삭제하고 다시 맞춰서 올립니다.

괜히 멘붕게시판 물 흐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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