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우울증 환자에요.
오유는 로그인한줄 알았는데 이제껏 계속 로그아웃 상태로 게시글 보고 그랬나봐요. 오랜만에 글쓰려고 보니 로그인을 하래요.
요즘 특히 더 증상이 심각해져서 힘든 와중에
최근의 연예 이슈 기사 아래에 보면 1393 자살 예방 어쩌구 번호가 있던게 상각나서 전화를 걸어 봤어요.
그런데. 상담원이 모두. 통화중이래요.
ㅎㅎㅎ 순간 웃겼어요. 정신이 나가는 와중에도 순서를 기다려야지만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ㅎㅎ
생각해보니 이거 기다리는 동안은 또 잠깐이지만 삶이네요.
아. 곡해하지 말아주세요. 이 밤에 상담원 분들은 얼마나 고생이실까요.. 저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저보다 더 힘든 분들을 돕고계신다고 생각해요.
이 에피소드가 재밌어서 오랜만에 글을 써보려고 해요.
이 짧은 시간으로 또 잠시 웃었으니 얼마나 감사해요.
아. 그래서 우울증 환자에게 필요한 말은요..
모두 케이스가 다르고 또 자기만의 극복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1. 그냥 안부를 묻는 거 같아요.
좀 자세하게.. 오늘 재밌는일 없었어? 없었으면 점심은 뭐먹었어? 대충묵었어?? 근데 반찬이 그래도 쪼끔 다른건 없었어?
나는 이거 먹었는데 그랬어. 너랑도 먹으면 재밌을 거 같아.
저같은 경우는 제가 우울증인건 주변 몇몇만 알아요. 워낙 외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그래서 집에 오면 밖에서 기쏟느라 녹초가 됩니다)
이런 유형은 계속 말이 끊기지 않고 작은거로 끄집어내서 다시 우울 동굴로 들어가지 않도록 시간을 연장해주는게 좋아요.
그리고. 좋을 거 같아. 보다는 재미있을 거 같다 라는 표현으로 조금 더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단어 선택을 추천해요.
2. 진짜 바쁘게 혹은 타이트한 긴장감이 필요해요.
우울증 환자들이 불면증도 같이 세트로 겪고 있는 건 많이 아실 거에요.
저도 잠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선 영원히 자는 방법 빼고는 거의 다 해본 거 같아요.
아주 친한 친구 형제 가족이 저처럼 너무 힘들어 한다면
몸을 혹사시키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자주 하지 않았지만 막상 하고나면 재밌는 등산. 필라테스 크로스핏 등 몸을 건강하게 혹사시키면 정말 우습게도 잠이 스르륵이에요. 부끄러울 정도로..
그리고 사진도 많이 찍어주세요. 왜 인스타에 올라올 거 같은 사진들이요. 그런거 보면 이상하게 힘들더라도 또 해보고싶고 하더라구요. 정말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햇빛보고 밝은 곳에 오래 있어야 해요.. 그 기분으로 또 24시간 버틸 수 있어요
3. 우울증은 정말 분 초단위 싸움이에요.
재밌었던 순간이 지나면 다시 그 블랙홀로 빨려들어가요. 정말 순식간에.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든 법이에요.
저는 주변에 그냥 크게 알리지 않고 내가 ~카더라. 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걸로 제 주변이 신경 쓸까봐에요. 그것도 부담이고 후회고
또 다른 우울 터널로 저를 빠뜨리거든요.
우울감음 한 개가 아니에요. 기쁨도 여러종류가 있듯이
우울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어느 터널로 들어가게 될지는 자신도 몰라요. 그게 그렇게 저도 모르게 바뀌거든요.
그러니 주변에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그 내면을 위로하려고 하지말고 그냥 언제든지 토해내면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늬앙스를 풍겨주세요. 중요한건 제일 어려운 그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 어렵죠. 그러니 그냥 눈마주치면 웃어주시고 평소에 쿨하지만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음. 더 있는 거 같은데 모발이라 오타도 너무 많이나고 또 쪼끔 귀찮아져 버렸어요.
주변에 힘든 지인이 있으면 그냥 전화 한 통 때려주세요.
뭐하냐. 나 오늘 이거먹었는데 조만간 먹으러가자. 완전 재밌을거야 라고.
저는 요즘 쓰리디펜 장인님 유튜브 틀어놓고 자요.
조곤조곤한 말투에 순간의 재치가 너무 좋아서 틀어놓고 자면 귀도 간질간질 해서 편안해져요. 얼마나 많이 재생했는지 몰라요 ㅎㅎㅎ
음..혹시라도 댓글은 힘내라고 말고
음식에 대한 토론이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저는 부먹이거든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