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1주년을 맞이하여 보라카이 다녀온
결혼 2년차 유부징어입니다.
여보님의 강한 어필로인해 첫 결혼기념일은 낭만과 사랑이 가득한 필리핀 보라카이섬에서
석양 세계3대 명소라는 화이트비치에서 맞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최악의 여행이 되었습니다. ㅠㅠ
리사이징및 자르기만 한 무보정 사진입니다. 배경화면하나 건져왔습니다.
각설하고 왜 최악의 여행이 되었는지 썰을 풀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하아..
일단 보라카이섬에 들어가려면 필리핀 국제공항중 하나인 칼리보 국제공항으로 가야합니다.
그곳에서 또 차량으로 1시간 30분~ 2시간 가량을 최서북단에 위치한 부둣가로 이동합니다.
부두에서 배삯을 지불하고 페리가 아닌 통통배를타고 10여분간 이동하면 보라카이섬 선착장에 내릴수있습니다.
그리고 선착장에서 툭툭 혹은 트라이시클을 타고 숙소에 따라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30분정도 이동해서 숙소로 도착합니다.
참고로 필리핀은 현재 한 16세 소녀가 폐질환으로 입원을 했는데 액상전자담배를 반년간 이용했다는 이유 하나로
필리핀 대통령이 '엇! 액상전자담배 개색기! 불법으로 지정하고 다 때려!' 를 시전,
현재로는 필리핀 국내 반입 및 반출이 안되는 나라입니다.
16세 그 소녀가 평소 어떤 생활을 했는지 뭐에 의한 폐질환인지 확실한것 하나없는데 그냥 전담을 금지때린덕분에
흡연자인 저는 6일간 강제 연초모드로 다시 회귀할수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여행지에서의 식사및 일정은 만족스러웠습니다. 화이트비치 절경입니다!
석양은 정말 태어나서 한번은 꼭 보는것이 맞다고 할정도로 너무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저는 몰랐죠.
귀국할때는 말이죠....
입.국.의.역.순.입.니.다.
트라이시클 타고 엉망인 도로를 매연 겁나 맡아가면서 20분을 이동합니다.
아 참고로 개발도상국 도로가는 저급휘발유를 태우는 저질엔진을 달고다니는 바이크나 차량이 많아서
매연 냄새가 한국에서 맡는 수준의 매연이 아닙니다. 게다가 창문따윈 없는 이동수단이라 강제 흡입...
연초+매연+12월이라 서늘한기후+ 어딜가나 미칠듯한 에어컨=냉방병+기관지염 당첨 되서 돌아왔습니다. ㅠ
부두가로 가면 미어터지는 사람들 헤치고 꾸역꾸역 배를탑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칼리보공항을 갑니다. 2시간.
한잠 때리면서 갑니다.
여기까진 EASSSSSSSSSSSSSSSSSSSSSSSSSSSY.
칼리보 공항에 얼추 3시간 정도 여유시간 잡고 들어갑니다.
여기부터 지옥이 시작.
일단 줄이 T익스프레스 급의 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일단 서서 기다립니다.
줄이 돌고돌아 한시간 가량 서있다보면 서서히 몸에 열이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에어컨은 아까 들어온 입구쪽에 단한대. 허허
여기저기서 손부채를 부치고 있네요.
30분이 더 흐릅니다. 인내심의 극을 느끼고 있을때쯤 앞에서
에어 아시아, 세부 퍼시픽, 팬 퍼시픽, 티웨이 항공 줄이 꼬여있음을 알게되며 1차 빡침이 느껴집니다.
공항 직원들이 일을 안합니다. 줄정리를 안해줘요 눈치껏 어느쪽으로 가야하는 앞사람한테 물어물어 갑니다.
2시간가까이 흘러 겨우 출국수속 부스에 다다릅니다.
팬퍼시픽 출국수속 부스는 단 2개.
네.. 각 항공사마다 백수십명이 기다리는 수백명의 줄이 늘어선 공항의 출국수속 부스는 각 2개입니다.
여기서 2차빡침.
출국수속을 하려는데 항공사 직원이 부스기둥에 뭔가 달아놓고 보라고 손짓합니다.
"미안한데, 니가타려는 항공편이 중국에서 출발지연되서 아직 도착을 안함.
4시간 30분 딜레이 될거야 (delayed for 4hrs 30mins)" <--영어로 쓴부분은 토씨하나 안틀리고 제가 기억하는부분입니다. 기억해주세요.
라고 말로 설명안하고 그냥 영어로된 a4출력물 하나와 손짓으로 미안한 표정 하나없이 안내해줍니다.
여기서 현실부정과 함께 3차빡침.
네 제가 탈 항공편 출발시간은 오후 11시15분 입니다.
4시간 30분 지연일경우 대략 새벽 4시에 출발한다는 얘기네요.
어쩔수없습니다. 수하물을 부치고 대기실에 들어오니 1층은 아비규환. 앉을자리가 없습니다.
담배도 피우고 싶고 2층으로 올라가봅니다.
와이프는 화장실이 가고싶다고 해서 화장실을 찾아봅니다.
남자화장실은 소변기1개 양변기1개 끝.
여자화장실은 양변기1개 끝.
엔드리스 대기줄... 여기서 와이프 1차 빡침.
와이프는 화장실 가기를 포기하고, 남자화장실은 그나마 소변보는사람이 대부분이라 줄이 빨리 빠져서
급한불만 끄고, 좌석을 찾았으나 역시 2층대기실 좌석도 가득차서 포기.
간이의자 2개만이 남아있길래 그거라도 어디냐며 착석...
패키지여행이라 같이간 일행에게 자리와 짐을 맡기고 흡연하러 흡연실을 찾아보니
공항내 매점라운지가 있고 테라스흡연실이 있길래 자연스래 나가려고하니
매점 직원이 'sir?!'를 외치며 또 코팅된 프린트물 보여주기를 시전합니다.
"이 라운지는 유료입니다. 1인 1음료주문을 하셔야 쉬실수 있습니다.
흡연실또한 1인 1주문을 하셔야 이용가능합니다"
여기서 4차 빡침과 함께 첫 쌍욕이 제 입에서 터져나옵니다.
"와 씨X 졸라 양아치새끼들이네 이거?"
유일한 흡연실이 유료입니다 여기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수없이 냉장고에서 커피하나 물하나를 꺼내서 계산합니다.
11달러를 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타벅스 커피한병, 500미리 물한병에 13000원을 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사소한건 빡치지도 않습니다.
궁시렁대며 담배한대 피고 자리에가서 기다리다보니 조금 불안해집니다.
왜나하면 칼리보공항에는 전광판이라는 신문물의 존재가 없기때문입니다.
'와나 출발시간 앞당겨졌는데 모르고 처자다가 놓치면 어떡하지?' 라는 희망찬 개 망상을 떨어주다보니
시간이 흘러흘러 다른 항공사 대기자들은 각각 자기들 비행기 타고 떠납니다.
항공사 직원이 1층 2층 뛰어다니면서
'에어서울000편 손님~! 출발합니다~!!!! 에어서울000편 손님들~!!! 출발합니다아아아아~!!!!!'
예쁘게 차려입은 여승무원이 목소리가 찢어질듯 고함을 치면서 손님들 챙겨가는 모습을 보면
이젠 웃기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이 좀 빠져서 와이프는 대기석에 가로로 누워서 주무실수있게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똥이 마렵습니다.
사람도 빠져서 한가한데 싸야죠.
쌀수 있으면.
6차빡침인가요 5차빡침인가요... 이젠 셀수도 없습니다.
물론 휴지는 없습니다. 사진에 있는 물티슈는 제가 들고간것이야요. 제 똥꼬는 소중하니까.
"와... 씨이 빠알....."
육성이 터져나오며 저는 10초간 고민했습니다.
어쩌지? 그 중국애들이 한다는 쪼그리고 올라타기를 시전해야하나? 앞으로보고 올라타야하나?
뒤로보고 올라타야하나? 아 저러다 발 미끄려져서 똥물에 처박으면 어떡하지? 등등등...
결국 투명의자로 결정하고 시원하게 배출하고 나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나오니 와이프님도 배를 움켜잡고 끝나지않는 여자화장실 줄에 합류해 계십니다.
눈이마주치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미친남편은 비척비척 자리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더 흘러 1시 반쯤...
주섬주섬 매점, 코딱지만한 면세부스가 마감을 하고 접습니다.
담배가 피우고 싶습니다.
라운지로가니 유리문이 잠겨있고 아까 그 직원이 문바로 안쪽에 간이의자두개를 두고 다리를 쭉 뻗고 지키고 있습니다.
'똑똑'
"Closed sir"
빡침이 올라옵니다. 라기보다는 머릿속에서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현재상황은 연착되서 공항에 고객이 있건말건 시간되면 모든 서비스는 종료되고, 강제 금연에, 물조차도 사먹을수 없는
감금모드인것입니다.
여긴 미쳤습니다.
12월 필리핀. 여기도 겨울입니다. 1년중 가장 기온이 낮을때입니다.
새벽에는 기온이 약간 서늘하다 할정도로 떨어집니다.
이공항의 서비스는 모두 끝났지만 냉방서비스 만큼은 끝내줍니다.
오한이 찾아오고 대기중인 승객들은 신생아모드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새벽3시.
드디어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팬퍼시픽 000편 고객들은 탑승구 쪽으로 내려오세용~ 그리고 뭐 쏼라쏼라"
(얘들 영어가 굉장히 발음이 대충입니다.
영어 발음 구리다고 뭐라하는게 아니라, 제가 영어 잘하는게 아니라 느리게라도 또박또박 말해줘야 알아듣고
보통 저런 안내방송은 느리더라도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해줘야하는데 얘들은 전부 저런식이라 알아듣기가 참 힘듭니다.
영어를 잘 하시는분이라면 큰 어려움은 아닐거같긴합니다.ㅜㅜ)
오예! 와꾸나!!!!!
샤샤샥 내려가서 대기줄맨앞에 섭니다.
이윽고 1인당 물한병, 맥도날드 너겟박스를 하나씩 줍니다.
그러더니 가랍니다.
"야 탑승한다는거 아녔어?"
"아니아니~ 000편 승객들 밥준다고 부른건뎅?"
'부글부글'
일단 배고프니 너겟박스를 열어봅니다.
작은 덩어리같은게 하나 햄버거 종이에 싸여있고 플레인라이스 라고 써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닭다리하나. 크기는 우리나나 치킨 닭봉만한거 정도 되겠네요.
네. 밤새 기다리는 승객님들 배고플까봐 특식을 감사하게도 주셨네요. 네.
플레인 라이스 라고 써있길래 까보니까 손바닥 반만한 쌩 밥. 그냥 밥 덩어리. 주먹밥? ㄴㄴ 그냥 밥.
몇차인지 모를 빡침.
집어던지고싶은거 그냥 한쪽에 치워버리고 아예 탑승구 앞쪽에 자리 잡습니다.
4시 됐습니다.
근데 이것들이 출발할 준비조차 안합니다.
가서 따지기를 시전.
"야 왜 출발안해? 니들이 4시간 40분 딜레이라며"
"아 근데, 니들이 탈 비행기가 아직 도착을 안했어 4시 38분에 여기로 들어올거야 니들비행기
그리고 우리는 4시 40분 출발이라고 공지했는데? "
"장난하냐? 니들이 4시간 40분 딜레이라고 했지(delayed for 4hrs 30mins), delayed at 4:30am 라고 공지했냐?"
"..."
"그리고 38분에 들어온비행기가 40분에 출발이 가능해? 5시는 넘어야 할거아냐 왜 공지를 똑바로 안해?"
"..."
n+1 차 빡침. 대답도 안함... 하아..
탑승구 가장앞자리에서 째려보기를 시전하며 기다립니다.
그와중에 공항직원들은 지들끼리 퍼질러 앉아서 장난치면서 대기실 전체에 울리도록 깔깔 호호 낄낄 시전.
개빡치고있는 사람들은 아웃오브 안중.
"야이 개 호로 잡 흽년들아!" 하고 난동을 피우고 싶었지만,
공항에서 난동피워 출국못하고 뉴스에 날까봐 간신히 참고 참았습니다.
오전 5시 조금 넘어서...
이제야 줄을 세웁니다. 1열~15열은 왼쪽 16열~30열은 오른쪽...
맨앞에 자리를 캐치. 사람들은 줄을 섭니다.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그런데 입장을 안함.
5분정도 있었을 까요...
노인, 어린이, 임산부를 모집합니다.10분정도를 꼼꼼히 노인과 어린이 임산부를 모집합니다...
네... 입장하려고 줄을 세운게 아니라 줄을 세우려고 줄을 세운겁니다.
처음부터 그냥 '앞쪽열, 뒷쪽열, 노약자우대열' 로 세웠으면 끝날거를
일처리를 굉장히 스마트하게 진행합니다.
물론 10분정도 꼼꼼히 노약자를 모으는 시간에 입장했으면 이미 다 입장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노약자를 배려안하는게 아니라 저들의 일처리에 진저리가 난다는겁니다... ㅠㅠ
항공기도 큰 항공기가 아니라 120석 a320 소형 항공기입니다. ㅠㅠ
그리고 마지막빡침은 제가 줄은 1등으로 서놓고
입장순서는 노약자->뒷쪽열->앞쪽열 순으로 타서 의미가 없었...
그렇게 필리핀 보라카이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공항의 빡침을 표현하기 위해
패키지여행의 가이드로인함의 빡침은 생략하였습니다.
그거까지 쓰면 혈압이 너무 올라서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
여러분.
보라카이 일생에 한번은 가서 구경하실만큼 아름다운곳입니다.
하지만 잊지마세요.
필리핀에는 칼리보라는 거대한 퓨어이블이 있다는 사실을...
재수가 좋아서 항공편 연착이 안되면 2시간의 지옥을 맛보기로 끝날수있지만,
그 재수가 한번 없는 날이라면... 감금의 무간지옥을 맛보실수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