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일, 퇴사하겠다고 얘기할 예정입니다.
혹사를 했다느니 뭘 했다느니 하는 그런 건 누구나 똑같으니 구구절절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서비스의 실패에 대해서 책임질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 혼자의 책임으로 덮어쓸 생각은 없습니다.
계획 입안자와 승인자가 다른 상황에서,
그 계획이 실패했다면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입안자? 승인자? 둘 다?...
그래요. 서비스 실패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부하직원들 다 모인 회식자리에서 날 정면으로 삿대질하며
저새끼가 문제야 저새끼가...
그 언사가 아직도 제 머릿속에서 뱅뱅 돕니다.
내가? 내가 문제라고?
제게는 절실함이 부족하다고 그 사람은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저만큼, 아니 우리 팀만큼 절실하게 일했던 사람이
과연 이 회사에 있는가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무가치했다고 하여도 이만치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능한 장수라 해도 그에 맞는 대접이 있을 겁니다.
아니, 애초에 무능한 자를 이 자리까지 올려놨다면 그건 그것대로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는 반증이 아닐런지요?
이제는 지긋지긋합니다.
어차피 없이 사는 인생, 한달 월급에 2년치 퇴직금이면, 이만하면 석달은 버티겠지요.
한달만 쉬려고 합니다. 한달만요.
어디 갈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오라는 곳도 없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힘드네요. 진짜 힘들어요. 올 2월부터 7월까지, 일요일 밤 출근해서 금요일 밤에 퇴근하는 생활 계속 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진짜 힘들어서 못해먹겠습니다.
그동안 일에 치여 사느라 놀아주지도 못한 우리 딸하고도 실컷 놀아주고, 아내랑 실컷 드라이브도 하면서
한달만 그렇게 아무 생각 안하고 쉬렵니다.
쉬고 싶어서, 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