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남 1녀 중 막내이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5살 때 간질로 돌아가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도 찢어질듯 가난했고 그 다음부터는 거의 사람의 삶을 포기하고 살았다. 원래 자식들이 6명이었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에 한명이 가난으로 굶어죽었다. 다른 한명은 양자로 다른 집에 입양되었다. 감이 오나?"

어느 네티즌이 살인마 유영철을 향해 하는 말이다. 엽기적인 연쇄살인 행각을 벌인 유영철에게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이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신문 방송에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와서 유영철의 심리를 분석하고 그에게 충고의 말을 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이 글에서 더 많은 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현재 이 글은 블로그를 중심으로 급속히 인터넷에서 급히 퍼져나가고 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은 물론이고 20일 하루동안 웹서핑을 하면서 10번 이상 눈에 띄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게시물이 됐다. 각 게시판에 "당신보다 힘들었지만 난 살인하지 않았다"란 제목으로 올라 오는 이 글의 출처는 미디어다음이 개설한 독자 게시판이다. '뭡니까 이게'라는 필명의 네티즌이 '나도 살인자겠군'이란 제목으로 19일 올린 것이다.

유영철과 같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자신의 사연을 진솔하게 고백한 이 네티즌은 어려운 환경이 살인을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며, 유영철에 대한 우리사회 일각의 동정론을 일축하고 있다.

미디어다음 게시판에 올려진 글의 캡처 이미지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5살에 아버지를 잃고 무시만 당하며 살아온 나는 당신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지하철에 들어가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야 하겠지. 그렇지만 난 그렇게 안 한다.

▽난 당신 같이 게으르지 않다. 난 죽어라 공부해서 적어도 장학금 십 몇만원은 학교에서 타왔다. 그런 노력은 해 봤는가? 여자가 교활하다고, 남자의 능력을  따진다고 입에 거품을 물기 전에 스스로 능력있는 남자가 되어보려고 코딱지만큼이라도 노력한 이후에 여자를 미워해라.

▽자신은 가진 것 없는 자의 서러움을 질질 쥐어짜면서 정작 더 약하고 불쌍한 사람을 죽였다. 그래서 당신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당신이 영원히 세상 빛을 못 봤으면 좋겠다.

글을 읽은 네티즌들 중 일부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대체로 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네티즌들은 덧글에 "이 글을 읽고 나서 반성했다. 여지껏 주위 환경 때문에 힘들다고 불평만 하던 자신이 부끄럽다. 어려워도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보다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라고 말했다.

미디어다음 게시판의 해당 글 아래 달린 댓글들

다음은 미디어다음 독자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의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