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도 싸이월드 일기장을 뒤져서 병신력이 우수함과 동시에 내러티브가 있는 일기를 골라보았습니다. 가을에 쓴 일기.
오늘의 꿈에선 녹색 크레파스로 그린 애들 그림 같은 작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이란 게 사실은 체육관 강당만큼 넓었고 우리 가족이외에도 수많은 군인 장병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어쩐지 아주 오래전부터 나에게 주어진 가문의 미션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미션을 수행하면서 생긴 일들에 대한 꿈이었다. 우리 집 마당은 축구운동장처럼 넓은 잔디밭이었는데 거기 골대가 하나있었지만, 반대편 골대는 저-멀리 지평선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 가문의 미션이란 것이 하루에 한 번씩 저 지평선 너머에서 프랑스 국대 스트라이커인 앙리와 아넬카(이상하게 트레제게나 벤제마는 보이지 않았다.)의 공격을 막아내는 일이었다...라는 것이 조금 황당하지만 그때 나는 필사적으로 진지하게 수비에 임해 왔던 것..(그리고 실제로 엄청 큰 거인처럼 나타났다!! 위협적이었어.) 아무튼 나는 그렇게 세계최고의 공격수와 경합을 벌이며 하루하루 수비하는 것에 지쳐있었는데 그들을 막지 못한 날이면 그날 밤엔 아버지에게 단체 기합을 받았다. 이상한 게, 필드에 나간 건 나뿐이었는데 같이 사는 군인들까지 기합을 받곤 했다. 하루는 너무 무기력하게 수비가 무너지고 내 몸도 망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날, 당연히 기합을 받았는데 그날따라 유독 기합의 강도가 심해서 집 밖으로 튕겨져 나가버렸다. 집밖은 이미 날이 저물어 어두웠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마주친 아버지가 현관에서 나에게 내 출생에서 부터의 비밀이 있다며 이야기 해주었는데, 나는 태어날 때부터 탄성계수가 부족한 인간이었다고 말하고는 돌아갔다. 나는 그 말에 상당한 충격을 먹고 애초에 탄성계수가 부족하게 태어난 열등한 인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앙리와 아넬카의 공을 절대 막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며 좌절감에 빠졌다. 하지만 좌절감도 얼마 안가 부모님에 대한 분노로 변했는데, 왜 이렇게 열등한 나에게 그러한 사실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이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굴려왔냐는 이유에서였다. “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어요. 엉엉엉” 아무튼 그날 아침부로 가출을 해버렸는데 아주 멀리는 못가고 그냥 집 주변을 배회하며 힐끔거리는 정도였다. 밥 때가 되어서 커다란 창문너머로 군인들이 배식하는 걸 구경했는데 원사(V3) 정도 되 보이는 아저씨가 배식을 받을 때 내가 뭐라고 욕설을 내뱉은 느낌이었다. (꿈에선 창문 반대편에서 나를 보고 있었으므로 물론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 욕설을 들은 그 원사가 갑자기 창가의 커다란 국통을 발로 뻥 차서 창문을 뚫어버리고 그 구멍으로 잭슨 스타일의 턴을 서너 바퀴 정도 돌며 내 앞으로 와서 나를 막 패기 시작했다. 난 좀 맞다가 그 손을 뿌리치며, 당신이 뭘 아냐고, 난 태어날 때부터 탄성계수가 모자란 인간이란 말이야! 라는 식으로 소릴 질렀다. 그랬더니 원사는 내 뺨을 크게 한번 후려치고는 이 말만 남기고 떠났다. “애초에 모든 남자는 열등하게 태어난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그 뒤는 친한 사람들을 불러놓고 내가 태어날 때부터 탄성계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얘기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잠에서 깼다.
--------------------------------------- ▶◀ 우리 모두는 세월호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