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언제 나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나요(엄간지, 190524)
그대는 언제 나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나요
언제부터 내가 아니었나요
이른 봄의 그 저녁.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투정을 부리던 때였나요
무심하게도 통화 중 티브이를 보다가, 그대가 화를 냈던 그 여름날이었나요
그 날들, 곱씹어보면
하루하루 잘못한 것만 생각이나요
하나하나 모두 내 탓만 같아요
그대가 만약 그 때 결심했다면
왜 웃어주었을까요
왜 헤어지기 전 날 까지도 안아주었을까요
정말 그대의 그 말처럼
맞지 않는 우리는 결국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나요
그렇다면
그대는 언제부터 헤어짐을 준비했나요
서로의 일이 바빠 소홀해져 지쳐가던 그 가을날들이었나요
추위에 부둥켜 안고 있다가도 무심히 돌아섰던 그 초겨울 밤이었나요
혹시
혹시라도
저 날들이 아닌가요
손을 들며 밝게 미소 짓던 수많은 만남
나를 이끌던 사랑스러운 목소리
꽉 끌어안고 속삭이던 숨결 속에서도
그대는 준비했었나요
그대는 그때도 준비했나요
그대는 그때도 내가
내가 아니었나요
나는 오늘에서야
그대와 헤어지기로 결심했어요
그대와 헤어지는 날부터 부랴부랴 준비해
오늘에서야 결심했어요
그래요 그대는
내가 아니었군요
그래요 그대와
나는 맞지 않았었군요
그대는 언제 나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나요
그 결심 이후 오늘까지
단 한번도 흔들린 날이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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