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을 먹다가(아꼬박. 190330)
식당에서 혼자 백반을 시키고 밥을 먹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외로웠었구나.
그랬습니다. 언젠가부터 당신과 나는 함께인 것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마주 서서 걸을 때도, 손을 잡고 있어도, 집에 바래다주며 짧게 입맞춤을 나눴을 때도 당신의 몸은 차가웠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아니요, 당신의 잘못은 아닙니다. 사랑이 떠나는 중이었을 뿐입니다. 아니요. 사랑이 떠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났을 뿐입니다. 그래요, 시간이 지났을 뿐입니다.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랑이 아니었음을 가장 실감하는 순간이라면, 당신과 마주보며 밥을 먹는 때.
당신 앞에 수저와 물컵을 놓으면, 언젠가부터 당신은 제 손 대신 자신의 핸드폰을 내려 보곤 했습니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멋쩍게 물컵을 달싹여도 당신은 나를 보지 않았습니다. 시킨 메뉴가 나와도 그것이 당신이 정말 먹고 싶었던 음식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저 역시 당신을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주한 당신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나 오래 만났는데도 말입니다. 아니, 오래 만났기 때문에 그랬을까요.
지금쯤 당신은 사랑을 찾았을까요. 언제까지나 마주보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까요.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그렇다 하면서, 당신은 떠나갔습니다.
당신과 이별하고 긴 시간, 홀로 나만의 당신을, 미움을, 외로움을 떠나 보내면서, 이제 다시 밥알을 삼킵니다.
그렇구나. 외로웠겠구나.
앞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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