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멸종을 아쉬워해야 하는가? 우주의 입장을 미루어 짐작 해본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 종이 이뤄낸 문화나 지적 성취가 아쉽다해도, 그게 다른 종의 동식물이나, 지구한테 - 혹은 전우주적으로 - 중요한 근거는 하등도 찾을 수 없다.
일부 다른 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고양이 같은 동물들도 인간이 사라지게 된다면 이전만큼 번성은 못누릴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들이 생태계에서 자기들의 위치는 금방 잡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길들이기 이전부터 번성했고, 어떤 지역에선 지금도 인류의 간섭없이 번성을 누린다. 그들에게도 손해가 되는 점이 하나도 없다.
인류를 위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다른 종으로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성취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과연 기술적 특이점이란게 인간의 예상만큼 성취된적이 있었을까? 정말 놀라울 정도로 우리가 이뤄낸 성취가 감격스럽게 느껴진 날이 있었는지 개인적으론 잘 모르겠다.
21 세기 이전을 10년정도의 시간으로 살아본 내 입장에서 그 시절 나와본 과학서적이 기술됐던 기대치랑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의 가시적 성과가 과연 있었는가. 영화 터미네이터가 1980년대에 출시된 것만 생각해봐도.
설령 그 목적을 위해 인류가 존속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미래 후손들을 위해 물려받을 지구 환경 자원의 실시간적 파괴 상황보다 기술적 진보의 속도가 더 빠른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또한 현실의 파괴 상황 그 자체에는 어떤 도덕적 정당성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면서 번영을 위해 지구 파괴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심각한 도덕적 결함을 지닌 주장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미국 정부나 기업가들을 보면 인간 종이 내재하고 있는 파괴적, 이기적 성향이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간의 능력을 실험해보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가 않은 것 같다. 참혹한 멸종을 보기 보다 더 나은 인도주의적 대안이 있다면 바로 우리들이 더는 미래 후손들을 낳지 않고 이 지구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미래의 인류가 지금의 지구를 물려받지 않으므로 우린 도덕적 책임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비출산으로 지금 살아있는 우리들이 점진적으로 멸종해 가는 것이 우리에게 인도주의적이며 명예롭고 평화로운 대안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런 대안을 전지구적으로 받아들이게 될만큼 진지하게 깨달을 정도가 된다면, 그 시기는 참혹한 멸종이라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정말 실현될 때에야 검토해볼 가능성으로 여겨질 것 같다는 것이다.
사적으론 무척이나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