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고 싶은 수많은 논제가 있지만, 그중 간단한 한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도덕적 목표로 하며,
그 목표인 '공리'는 '쾌락'과 '고통'의 합산으로 계산될 수 있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실제 현실 사회에서 공리주의는 훨씬 놀랍고 복잡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우리는 그것을 '자본주의'라고 부르지만 세세한 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선 일단 논지 전달을 위해 아주 단순화 해서 말하자면
어떤 행위가 초래하는 쾌락 총량>고통 총량 이라면 그 행위가 일반적으로 정당화 될수 있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단순히 고통보다 많은 쾌락이 무조건 가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관점이 어느 정도 반영 된 것이 밀의 질적 공리주의이지만,
질적 공리주의에서도 여전히 모든 가치는 비교가능하다.

공리주의에서의 '가치' 척도는 완전한 1차원 척도,
즉 직선적인 크고 작음으로만 구분되어
절대적인 비교가 가능한 척도로 환원 될 수 있는 가치다.

공리주의적으로, 어떤 행위가 쾌락을 가져오거나 고통을 줄인다면 +로, 쾌락을 감소시키거나 고통을 가져온다면 -라고 볼수 있다. 또한 어떤 행위가 쾌락과 고통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그 행위의 가치는 0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행위가 '부작위'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라 할지라도 그런 계산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경제학적 개념을 빌린다면 행복을 증진 시킬 기회를 사용하지 않는 '부작위'라면 이는 기회비용이라는 이름의 손실을 끼치지만, 이런 개념을 포함해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치자)

이런 개념을 존재에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즉 '부작위'가 가치중립이라면,  '비존재'도 가치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맞고 틀림을 논하기 전에,
'가치 중립'이 가치가 0이라는 의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치 중립이 +도 -도 아니라면 그 가치는 0인가?

비존재의 가치는 0인가? 비존재에게 가치의 크고 작음을 비교하는 것이 가능한가?
비존재는 완전히 척도 밖의 대상이다. 애초에 비존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의 상대개념으로서만 존재한다.
'가치'란 오롯이 '주관의 존재'로부터 나오며, 따라서 '모든 것을 비존재로 돌렸을때'의 가치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존재라는 개념에 있어서 '가치 중립'이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간'이 아니라 '비교불능'이다.
수학적 비유를 들자면 1차원적인 실수계를 벗어난 허수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단순한 대소비교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