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병신백일장] 위로
게시물ID : readers_149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서관의밤
추천 : 1
조회수 : 22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15 18:32:09
옵션
  • 본인삭제금지


  난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곳 중에서도,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의 꼭대기에 서있다.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깨뜨려 버릴 것만 같지만 이 정도의 고통은 지금 내 감정에 아무런 자국도 남기지 못하였다.
  내가 서 있는 이곳처럼 나도 한때는 가장 높은 곳을 바랬을 때가 있었고, 잠깐 그 정점을 맛보았을 때도 역시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 없다 생각하고 조용히 내려 놓은 채 내 옆에 있는, 내가 손을 뻗으면 닿는 것들을 지키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애를 쓰면 쓸수록 목에 감겨있는 넥타이는 내 숨통을 조였고, 신고 있는 구두 안에는 꺾이지 않는 가시가 돋아나 내 발바닥을 찔러 댔으며, 양 손은 어느새 더 많은 흉터들을 기억하게 되었고, 그 기억들은 고스란히 내 얼굴에 주름으로 남게 되었다. 시각은 점차 흐려졌다. 머리 속에 많은 지식은 점점 더 제곱 되어 지혜가 되어갔다. 나의 자식에게 보다 나은 길을 가기 위해 난 이러한 말도 하고, 저러한 말도 했다. 하지만 내 흉터가 가득한 손으로 내 자식의 볼을 때린 적은 없었지만, 한 번도 그 볼을 쓰다듬어 준 적 역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사라져갔다. 어느새 나는 내가 이 한 몸 바쳐 모든 상처들을 흉터로 바꾸면서 바친 내 일자리에서는 내가 필요 없다 하였고, 언제나 웃음만 주던 나의 자식은 내게 등을 돌린 채 눈 앞에 있는 연필과 공책을 잡고 안경을 썼다. 나의 처는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현관문 밖으로 나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이만큼 노력 했으면 솔직히 아무 많이 노력 했다 생각했다. 10년 간 피지 않은 담배를 다시 물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그 연기를 받아 들여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처음부터 나의 몸이었던 것처럼. 연기는 빠르게 흩어져 밤하늘과 함께 동화 되어 가고 있었다. 금방 연기는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내가 사라지게 되면 나의 초췌한 모습을 바라봐줄 사람은 몇 이나 될까? 이러한 날 위해 울어 줄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진정 여기가 맞는 건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번은 고민하고 또 고민 한다. 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가 내려 놓음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 지금 결국 날 버리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럼 날 버리는 것은 누구일까? 하늘일까? 
  그렇다면 내가 가려고 한다. 그 하늘에게. 날 버렸다면 난 그 하늘로 올라가 정확하게 물으며 따질 것이다. 그간 내가 쌓아온 모든 지혜를 동원하여. 물론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시간이 제법 지났다. 난 아직도 내 숨통을 막는 넥타이를 벗고, 더 이상 앞으로 나가게 하지 못하게 만든 구두를 벗었다. 홀가분해 진 기분이다. 그대로 이 세상에 몸을 맡긴다면 아주 평온하게 갈 수 있겠지.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한 인생이다. 그렇게 후회 하지는 않는다. 이 정도면 난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것이다. 만족한다.
  눈을 감았다. 내 얼굴에 있는 셀 수 없는 흉터들을 어루만졌다. 까칠하고 볼품없고 아픈 것 같다. 내 두 눈에 어느새 눈물이 가득 흐른다. 주체 할 수가 없었다. 난 고작 이러한 인생을 살기 위해 이렇게 노력해왔던 것이었을까. 
  후회도 없고 만족스러웠지만, 억울했다. 너무 억울했다. 순간 왜 이러한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너무나 억울했다. 나도 나의 인생을 살고 싶었는데. 나도 언제나 꿈꾸던 것을 하고 싶었는데. 기타도 치고 싶었고, 낚시도 가고 싶었고,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었고, 나의 처와 자식과 좀 더 많은 시간들을 함께 하고 싶었다. 억울하다.
  그 순간이었을까? 뒤에서 어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익숙한 목소리. 귓가에 당연히 머물러 있어야 될 것 같은 목소리가 내 귓바퀴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어느새 주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내요!」,「어서 뒤를 돌아봐요!」,「괜찮아요 걱정 하지 마요!

  그 잡음은 모두 나에게 들려오는 소리라는 것을 난 알게 되었고, 그 잡음 중에서 나의 것인 소리를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아버지!」, 「여보!」

  난 꼭 그렇게 바보 같고 한심한 인생을 살고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 까진 내 숨이 멈추기엔 많은 것들이 여기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변에 사이렌 소리와 여러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가득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바람은 아직도 차가웠다. 목이 너무 허전했다. 조용히 바닥에 있는 넥타이를 주워들었다. 그 순간 난 눈을 감았다. 내 몸에 수 많은 감촉이 날 에워싸고 있었다. 주변에는 울음소리가 가득했고. 여전히 이런 못난 나를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불러주는 나의 자식과, 이런 나 임에도 불구하고 날 남편으로 대해주는 나의 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 있음에도 말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주 작게 입을 열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듯 아주 옅은 소리를 냈다.

「고마워.」

----

정확한 주제를 몰라서. 습작을 쓰는 겸 써봤습니다. 꼭 병신 같지는 않아도 되는거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