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엄마, 남편 등 사랑하는 가족들이 늘 가장 고마운 사람들이지만 제게는 인생을 역전시켜주신 정말 고마운 두 분이 있어요.
10대 시절 가족 한 분이 빚을 엄청 크게 지셔서 아파트와 차도 넘어가고 아무 죄 없는 엄마 명의로까지 몰래 큰 빚을 만들어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침대 밑에 숨겨놓은 마지막 숨구멍과 같은 월세 얻을 돈까지 훔쳐서 잠적하셨어요.
정말 땡전 한 푼 없이 엄마와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어요. 엄마가 정말 열심히 버셔서 지낼 곳이 생겼는데 워낙 이런 저런 빚이 많다보니 이 집에 우리가 살고있다 등록할 수가 없었어요. (찾아와 해코지 하고 10원 한 푼 안 남기고 뜯어갈 거여서)
그렇게 우리 가족 모두 주민등록이 말소가 되었고 전 주민등록 말소로 대학을 갈 수 없어졌어요. 취업도 할 수 없고 주민등록증도 만들 수 없었고요. (만들러 갔을 때 제가 발급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친구들 앞에서 상처주지 않으려 발급되는 것처럼 끝까지 과정을 마쳐주시고 추후 몰래 전화로 알려주신 공무원님 아직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감사하고 있어요)
참 슬펐어요. 나도 대학에 가고싶은데. 꿈이 있는데.
그때 엄마 친구분이 흔쾌히 우리가 자신의 집에 살고 있다고 동사무소에 올려주셨어요. 전 덕분에 주민등록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떳떳하게 살아있는 국민으로서 살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분께서 툭하면 찾아와 빚 내놓으라는 사람들을 상대해주시고 사람이 사는 것처럼 빈 방을 꾸며주시고 이것저것 신경써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정말 감사한 분이에요...
이렇게 고3 가을무렵 대학을 갈 수 있어진 저는 원하는 과가 실기시험이 필수였어요.
근데 가난으로 인해 당연히 학원 근처도 못 가보고 살았죠. 고3 가을...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은 중학생때부터 학원을 다니고, 늦어도 고1이나 고2부터는 학원에 다녔어요.
제가 너무 늦은 건 알지만, 딱 한 달만 가진 돈 모아 미술학원을 다녀보고 싶었어요. 그냥 제 학생 인생의 마지막 추억으로 남겨보고팠어요.
학원의 문을 두드리고 원장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딱 한 달만 다녀보고싶다고. 그 이상 다닐 돈은 없다고 했더니
원장선생님은 흔쾌히 초등학생 학원비보다 싼 1/4 가격에 입시미술을 가르쳐주시기로 했어요. 그 학원비라면 제가 아르바이트로 계속 다닐 수 있는 금액이었어요.
그렇게 감사하게도 다니게 되었고, 아르바이트와 직장을 다녀 돈을 벌고 저녁에는 학원에 가 다음해 목표하던 대학교와 과에 합격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대학이라는 꿈조차 꿀 수 없던 제가 두 분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장학금도 받고 순탄한 대학생활을 거쳐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지금은 또 다른 도와주신 분들로 인해 가고싶던 유명하고 탄탄한 회사에서 제 꿈을 이루며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