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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대표께 드리는 공개서한: 정치의 책임을 다해 주십시오.
게시물ID : sisa_11512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큼성큼이
추천 : 7
조회수 : 79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0/03/03 14:02:32

심상정 대표께 드리는 공개서한: 정치의 책임을 다해 주십시오.

 

1.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위헌적인 위성정당 전략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혼란에 빠져있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자들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기꺼이 투표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정황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32일에 나온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총선에서 받을 지지율은 30%에 달한다. 거의 모든 자유한국당의 지지자들이 위헌적인 미래한국당에게 표를 줄 예정이다. 이러한 행위가 아무런 제지 없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자유한국당은 민주당보다 20석 이상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도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자기들 나름대로 답을 찾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들은 여러 목소리로 분출하고 있는데,

1) 민주당 지도부가 인정한 위성정당 창설.

2) 민주당 지도부와 무관하지만, 옛 민주당계열의 정치인이 주도하는 비례정당 창설.

3)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들을 포괄한 연합비례정당 창설.

등의 방안이 그것이다.

 

1)은 자유한국당과 차이점이 없다는 점에서 명분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2)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인정하기도, 인정하지 않기도 난망하여 애매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당 비례후보와 민주계열 비례후보가 함께 선거에 나오게 될 것인데, 이 경우 일부 열성지지층만 비례정당으로 이동하게 되어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만큼의 파괴적인 위력을 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온 제안이 3)이다.

3)은 정의당을 포함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왼쪽에서 공격하는 목소리가 잦아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지지율에 비해 의석을 받지 못하는 소수정당을 위한 개혁이었던 선거제 개혁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시행)의 취지를 살린다는 명분도 일정하게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과거 민주당과 정의당이 자주 해왔던 선거연대의 변주곡이기 때문에 지지자들에 대한 설득도 용이한 편이다. , 3)의 제안대로 하면, 명분을 어느정도는 확보할 수 있고, 지지자들의 동의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총선에서 파괴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미래한국당에 대항하여 민주-진보계열의 비례의석을 빼앗기지 않을 묘책이 될 수 있다.

 

2.

그런데 이러한 제안들, 특히 3)의 제안은 정의당의 동의와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심상정 대표에게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심상정 대표는 거절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거절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이고, 정의당 지지층 및 정의당의 상당수 당원에게서도 이해할 수 없다며 공격받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이러한 비난여론을 의식하고, 오늘(33) 페이스북에서 다음과 같이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보겠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진보개혁 세력이 확고한 승리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진보개혁정당 간에 협력정치를 통해 수구 세력 퇴출과 촛불 개혁 완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어렵게 만든 연동형 비례제도가 미래통합당에 의해 도둑질 당하는 것에 대해서 왜 고통스럽지 않겠습니까. 민주진보 시민들의 깊은 우려에 대해서 무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의 패악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밤잠 못 이루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헌적인 비례 위성 정당으로 맞수를 두는 것은 잘못됐고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위성 정당에는 몸을 실을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귀찮고 우습게 여기는 세력들에게 단호하지 않으면 민주정당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70년 한국 정치에서 진보정당은 맨몸으로 20년을 버텼습니다. 정의당은 민주주의가 밥그릇입니다. 낡은 양당 기득권을 해체하고, 그 정치 기득권에서 파생된 한국사회의 수많은 기득권을 해체하겠다는 일념으로 5, 6석을 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의당은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특권과 반칙,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기 위해 원내교섭단체라는 힘이 필요할 뿐, 우리 스스로 기득권이 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정의당은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진보개혁 승리를 이룰 수 있는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는데,

1) 정의당은 진보개혁세력의 협력정치를 통해 수구세력의 퇴출(자유한국당 세력의 퇴출)과 촛불개혁 완수를 지향한다.

2)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에 대한 민주진보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무겁게 생각한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방법에는 함께할 수 없다.

3) 정의당은 적은 의석으로도 여기까지 해왔다. 의석수에 연연하기보다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

 

결국 심상정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전략에 대해서 직접적인 맞대응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민주당쪽에서 내놓는 제안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기 때문에 함께할 수 없다고 대답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20여년간 진보정당과 그 지지자들에게는 꼭 이뤄내고 싶은 숙원이었다. 그 열망을 반쪽이나마 실현한게 현행 선거법이다. 그런데 현행 선거법으로 치러지는 이번 첫 선거에서 위성정당 들이 난립하게 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위성정당 전략을 자유한국당만 쓰게 하고, 이 방법을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공격하여 향후 선거에서는 못쓰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지지세력은 애초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은 자유한국당의 표를 하나도 깍아먹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공격은 자한당에게는 하나도 아프지 않은 공격에 불과하다. 그러니 앞으로도 자유한국당 세력은 이 방법을 써먹을 것이고,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은 정의당이 무슨 비난을 하건간에 이 전략을 쓸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양당은 합의하여 선거제 개혁 이전으로 되돌릴 것이다.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음 총선이 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의당이 미래한국당을 위헌정당으로 해달라고 한 헌법소원에 기대를 거는 모양인데, 사법부가 보수편향이었던 과거의 사례들을 생각해볼 때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그리고 애초에 미래한국당은 총선이 끝나면 자유한국당과 합당할 예정이므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기전에 정당이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법부는 원인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아예 판단 자체를 회피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심상정 대표의 말은 고민속에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원칙론적인 반대에 불과하다.

 

 

3.

그렇다면 심상정 대표는 아무런 계산없이 이렇게 말씀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 힌트는 심상정 대표의 마지막 구절에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진보개혁 승리를 이룰 수 있는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여기서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미가 읽혀진다.

대체 이 집단지성이란 무엇일까.

현재의 구도대로, ,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대로 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비례후보를 내게 되면, 민주진보적 시민들은 두 당 중에 하나로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당지지 투표를 민주당으로 할때에 비해서, 정의당으로 투표할 때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의석수가 올라가게 된다. 그래야만 자한당의 위성정당이 먹을 의석을 깍아먹고,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의석이 확보된다.

 

이러한 선택에 직면한 민주당지지자들은 원래 예정대로 민주당을 그대로 찍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정의당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한당에게 의석을 줄바에는 차라리 정의당에게 의석을 주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예컨대, 민주당 지지율은 40%인데, 이들중 절반인 20%가 정의당에 대표해준다면, 정의당의 지지율은 5~7%와 합치면 25~27%가 된다.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가져갈 지지율이 30%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정도면 근접한 지지율이 되고, 의석수에서 크게 안밀릴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이 전략이 성공하면, 정의당은 비례의석에서만 20석 내외를 가져갈 수 있다. 이런 기적이 벌어지면 정의당 스스로 윈내교섭단체(국회내에서 법안통과시에 반드시 사전에 교섭해야하는 단체)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이런 나의 추측은 심상정 대표가 직접 말한 바는 아니다. 이것은 나의 추측이다. 그러나 현재의 구도 속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제안한 비례정당제안들을 모두 묵살한 상태에서 정의당이 승리하는 구도는 이것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른바 시민들의 집단지성, 곧 민주진보계열 시민들의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다.

 

 

 

4.

 

그러나 과연 이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굉장히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내놓은 세 가지 방안들(비례정당 창설 방안들) 역시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요구이다. 자유한국당에게 이대로 의석을 빼앗기지 않을 묘책으로서 내놓은 것들이다. 이러한 요구들에 대해서는 받지 않으면서, 지금 이대로 가면서, 결국 정의당에게 유리한 전략적 투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집단지성이 받아들이겠는가?

 

게다가 현재의 구도로 가게 되면 정의당은 민주당과 어떠한 선거연대도 하지 않는다. 지역구에서 민주당에게 양보하는 것도 아니고, 총선의 막판에 가면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민주당 및 문재인 정권에 대해 일정하게 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호구인가? 민주당에게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고, 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는 세력에게 표를 몰아줄 정도의 호구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투표는 전략적인 선택, 정치적인 선택인 동시에 감정적인 선택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게 되면 민주당 지지자들 절대 다수는 정의당도 싫다고 하면서 정의당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구도대로 가면서 정의당으로 민주당비례표를 끌어오려고 했다면, 차라리 연합비례정당 제안에 긍정적으로 응하는 척을 하고, 그 안에서 협상을 깨는 방식으로 갔어야 한다. 그렇다면 영악한 여우와 같은 방식이었을 것이다. 물론 도덕주의적인 정의당의 지도부는 그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고, 이는 도덕적인 면에서는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그 결과 이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책임은 명확해졌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협력하지는 않으면서, 민주당 지지층의 표는 끌어오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정의당에게 표를 주는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혹자는 정의당은 내가 말한 식의 전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호라는 옳은 선택을 한 것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설사 민주당지지층이 정의당에게 투표를 하든 하지않든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선거 결과 정의당이 이전처럼 5, 6석짜리 정당이 되어도, 어차피 어려운데서 살아왔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는 그렇게 자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세력이 국회에서 120석 이상을 차지하면,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거의 모든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다. 한마디로 개혁은 불가능하다. 정의당이 민주당계열의 비례정당 전략을 극도로 비난하고, 참여도 거부함으로써 자한당이 어부지리로 20석을 더 얻게 되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때에도 정의당은 민주당이 무능해서 개혁을 관철하지 못한다고 비난할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책임 회피이다. 뻔히 보이는 선거의 결과를 회피하고, 도덕적으로 옳은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한국사회 전체에 대한 정의당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정치는 책임이다. 우리는 도덕적인 방향으로 정치를 이끌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한다. 좋은 의도만이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면 우리는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책임 윤리이다. 정의당이 상황을 유도해놓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한다면 유권자들에게 우리를 선택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5.

 

현재 정의당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1) 연합비례정당에 합류한다.

이 방법대로 가면, 현재의 구도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리얼미터의 32일자 여론조사를 검토해보면, 정의당은 현재 구도에서 전체 비례의석 47석 중에 8석을 가져가며, 민주당은 7, 미래한국당은 25석을 가져갈 상황이다.

그러나 연합비례정당 전략을 선택하면, 민주-정의당은 25, 미래한국당은 17석을 가져가게 된다. 이 방법대로 가면 미래한국당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며, 민주진보진영이 미래한국당으로부터 10석의 의석을 지킬 수 있다. 우리편에 +10, 적에게 10석이니, 사실상 20석을 지키는 효과이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당의 관점에서 보아도, 25석 중에 민주당과 정의당이 반씩 나눈다고 하면,(홀짝제를 하여 각 당이 홀수번과 짝수번 형식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정의당은 12~13석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민주당에게도 이익이지만, 8석을 예정하고 있었던 정의당의 입장에서도 4~5석의 이익이 있다. 지역구에서 획득할 2석을 포함하면 15석 정도의 정당이므로 지금보다는 훨씬 더 국회내에서 활동하기가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의석 도둑질을 저지함으로써 자유한국당의 단독 120석 확보를 저지할 가능성도 커진다. 개혁반대세력의 파이를 작게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훌륭한 성과이기도 하다.

 

2) 민주당과 적극적인 선거연대를 한다.

이 방법은 민주당과의 전통적인 선거연대를 부활하는 것이다.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에게 대폭 양보하고, 대신 민주당은 정의당에게 비례표를 몰아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의당은 굉장히 적은 지역구만 남겨두고 나머지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하고, 대신 민주당은 비례후보를 공천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5~6명 정도의 적은수만 공천함으로써 지지자들에게 정의당으로 비례후보를 몰아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선거연대는 전통적인 선거연대의 부활인 만큼 지지자들에게 설득하는 것도 용이하고, 민주당이 적은 수이지만 비례후보를 공천하면 위성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 실리도 있고, 명분도 얻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면 자유한국당을 저지하고, 민주당-정의당 모두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만약 민주당 지지자의 절반은 그대로 민주당에, 절반은 정의당에 투표해준다면, 민주당은 20%의 정당지지율로 4석의 비례의석을 가져가고, 정의당은 20석 정도의 비례의석을 가져갈 것이다. 한편으로, 민주당은 경합지역 지역구들에서 선전할 수 있으므로, 지역구에서는 10석 내외의 이익을 가져갈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민주당과 정의당 연합이 최소한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고, 정말 잘하면 180석내외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180석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합의하는 거의 모든 개혁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지금껏 지역에서 정의당을 위해 선거를 준비해온 후보자들에게는 매우 큰 불이익이 될 것이다. 정의당이 정상적인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하는데, 매번 선거때마다 지역구는 민주당에게 양보하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정치가 활성화되지 않는 면도 분명히 있다. 사실 당선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당을 위해 자신의 돈과 시간 그리고 인생을 쓴 정의당의 지역구 후보자들을 생각하면, 이 방안을 내가 서술하는 것이 너무도 미안하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개혁이 제대로 실현되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상황 속에서는 비상수단으로서 이러한 방안도 생각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방안으로 자유한국당 세력을 누르고, 이후 선거법의 재개정을 통해 위성정당 전략을 차단하는 법률을 완성시킨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안착하게 된다. 그 단계에서 지역구 선거에 자유로이 출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현재의 구도대로 선거를 진행한다.

이 방법대로 가면, 민주당은 매우 크게 불리해질 것이다. 자유한국당 세력에게 20석을 상납하고 선거를 시작하는 꼴이니 말이다.

정의당의 선거결과는 둘 중 하나이다. 현재와 같이 민주당 지지층의 극히 일부만 정의당에게 표를 주는 상황이라면, 10%내외의 득표를 할 것이고, 비례의석 8석 정도를 차지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의 기대대로, 선거 막판에 민주당지지자들이 어쩔 수 없이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50%정도 된다면, 비례의석 20석 정도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정의당은 민주당의 비례정당전략을 크게 비난했고, 민주당측의 연합비례정당 제안도 걷어찼기 때문에, 민주당지지자들이 정의당에게 표를 몰아주는 후자와 같은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전자의 방향대로 간다고 판단해야 하고, 정의당은 지역구 의석과 합쳐서 10석 정도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다.

이러한 의석은 기존의 정의당이 6석짜리 정당이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큰 판에서 보면, 자유한국당이 120석 이상을 확보할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개혁법안도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정의당은 개혁법안을 성사시키지 못한다고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자한당을 비난하겠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이러한 의석구도를 만드는데 정의당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은 개혁을 위한 연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서로 비난하면서 연대가 깨어질 것이다. 결국 한국의 정당구조는 박근혜 탄핵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역사의 퇴행 상태로 말이다.

 

 

위와 같은 세 가지 방안 중에서 정의당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 권한은 내가 아닌 심상정 대표 및 정의당의 구성원 전체에게 있다.

다만 나로서는 가능하면 1)2) 중에서 선택하기를 바란다. 1번과 2번의 방법을 선택해서, 장기적으로는 선거법을 재개정하여, 위성정당을 법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진보세력의 오래된 숙원이 안정된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 만약 3번을 선택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폐지되거나,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1번과 2번 중에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내 생각에는 1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1번을 선택하면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후보자들에게 깃발을 내리라고 하는 슬픈 선택을 강요하지 않아도 자유한국당을 저지하고, 민주진보세력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정의당의 의석도 지금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더 늘어날 것이다. 수구세력의 퇴출이라는 명분과 의석이라는 실리를 모두 얻으면서도, 당내에서 상처받는 사람이 적은 방법이 바로 1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심상정 대표님께 한말씀 올리면,

본래 정치집단, 곧 정당은 시민들에게 길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열망이 무엇인지 포착하고, 그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세련된 언어와 제도로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정당의 역할이며, 정치의 책임이다.

 

그러나 선거법 개혁과정에서 미처 메꾸지 못한 실수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 혼란에는 선거법 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정의당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혼란의 상황에서 시민들의 집단지성은 이미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합비례정당은 그 방법들 중에 하나이다.

 

정당이 해야할 역할이었던 대안제시를 집단지성이 실행했다. 이제 정의당은 이 대안을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않고, 집단지성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한다면 정당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의 책임을 지는 자세도 아니다.

 

심상정 대표님은 정의당이라는 정당의 대표이며,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정당의 역할과 정치의 책임을 부디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나아가는자 드림

출처 http://www.justice21.org/125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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