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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군대를 아느냐-4
게시물ID : humorbest_149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사Kei
추천 : 34
조회수 : 3282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3/11/04 12:55:22
원본글 작성시간 : 2003/11/04 11:39:36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5> 입소대에서의 신체검사. 



아침 5시 50분... 



방송으로 울려 퍼지는 군가소리와 불침번의 땡고함 소리에 잠을 깼다. 



" 기상........기상......"   10시부터 잤으니 사제에 있을때보다 더 많이 잔 셈이다. 



기상 하자마자 매트리스 위에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stretching) 체조란걸 



배웠다.   그걸 10분정도 하고 모포를 모두 갠뒤에 정각 6시가 되자 모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침 점호를 취했다.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애국가를 부르는데 정말 묘한 기분이 든다. 



날이 채 밝지 않은 고요한 아침에 울려퍼지는 남자들의 애국가 노래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었다. 



가끔가다가 2절이나 3절, 4절을 부를때도 있었는데 그럴땐 립씽크를 해야만 



했다.  뭐? 한국사람이 애국가도 제대로 모르다니..부끄러워 할줄 알라구?   



흠..흠..흠....과연 그럴가?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철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기리 보전하세 

  윗 애국가 1절에서 철자가 틀린곳이 과연 몇군데가 될 것 같은가? 

  그렇다.   5군데가 틀렸다.  못맞추는 사람도 수두루 빽빽 하더구먼..▦ 



" 뒤로 돌앗! " 



웃통을 벗은채로 서있던 우리들은 모두 뒤로 돌았다. 



" 전방에 대하여 함성 5초간 발사! " 



" 으아.................으아.........아아아아.........  ........아으.........." 



모두들 뒤에 보이는 담벼락에다가 함성을 질러댔다.   사제에 있을때 아침 



6시만 되면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렸었는데....그게 이런소리였다니.....크.. 



아침 구보를 했다.     나는 군화가 그렇게 무거운줄 몰랐다. 



이런걸 여자들은 돈을 주고 사서 신고 다니다니...쩝.. 



몸이 안 좋다는 몇 명만 열외를 하고 그외엔 모두 웃통을 벗고 입소대를 한바퀴 



돌았다.  이것도 안하다가 하니 도착할때쯤은 숨이 헐떡거려 꽤 힘들다.  담배 



피는녀석은 애꿋은 담배에게 원망을 했다.  " 에잉...........내가 이놈의 담배를 



끊어야지...." 하는 맘에도 없는 소릴 하면서.. 



아침식사후 오전에는 신체검사를 받았다. 



키, 몸무게를 재는 일반적인 검사외에 X선 촬영에 혈액검사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예방주사접종이었는데 일명 '공포의 총주사'.. 



▩ 총주사는 바늘이 없는 주사로써 약물을 총처럼 쏴서 피부안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아프기는커녕 아무런 느낌조차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약간 부어 

  오른다▦ 



총주사 예방접종은 기간병들이 총주사를 들고 다니면서 우리 팔뚝에 주사를 



놓아 주는게 아니라 우리가 한줄로 서서 지나가면서 기간병이 쏘는 총주사에 



팔을 겨냥하여 맞아야 하는거였다. 



왜냐하면 지루한 단순노동으로 인해 군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기간병이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팔만 앞으로 내민채 총을 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냥을 잘못하여 빗맞은 대기병들은 팔에서 피가 줄줄 흐르기도 했다. 



총 3대를 맞게되는 예방접종이 끝나고 나니 또 모두들 웅성웅성거린다. 



3대중 한 대는 장피푸스접종이고, 한 대는 간염예방접종이며, 나머지 한 대는 



정력감퇴제라는거다. 잉? 정력감퇴제? 입대전 개소주에 한약까지 먹고 왔는데 



이놈의 주사 한 대로 수십만원을 들인 공로가 헛수고란 말인가? 



아직도 그말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력감퇴제라고 추정하는 근거가 



한가지 있다.  군대에 입대하고 나면 누구에게나 똑같은 2가지의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2번째 현상이 바로 윗 근거를 뒷받침해주는 증거(?)인 것이다. 



첫 번째 현상은 입대하고 1주일에서 2주일정도 대변을 안본다는거다. 



특히 훈련소에서 더욱더 잘 나타나는 현상으로써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증세다. 



( 나는 1주일 내내 대변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심한사람은 20일정도나 



견디는걸 봤다.) 



두 번째가 바로 모든 남성들에게 흔히 있는 새벽발기(勃起)가 사라진다는거다. 



바로 이 현상 때문에 마지막 주사가 정력감퇴제가 아니냐는 의심이 생긴거 



같다. 



▩ 옛날에는 건빵에 든 별사탕이 정력감퇴제란 말도 있었다. 글세......... 

  원래의 용도는 건빵먹다 목마를까봐  침 생기게 하는 사탕인데 그래도 혹시 

  모르지... 정말 정력감퇴제인지도.....흐흐▦ 



점심을 먹고 또 하는일없이 연병장에 앉아 멍하니 있는데 앞을 보니까 몇몇 



녀석들이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 왓............저...저거 뭐야? '  그들은 신검을 받은 뒤 면제가 되었거나(5,6급) 



또는 후에 재신검을 받고 입대해야 하는 사병들(7급)이었다. 



이유야 어쨌든간에 얼마나 부러웠던지........ 웅성웅성 잡담하던 입소자들 모두가 



조용해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병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 귀향하는 저녀석들..... 지금 기분이 어떨까? '    정말 궁금하다.. 



사제에 있을 때 전공이 전산과인 관계로 나는 전산시험을 치게되었다. 



근데 시험문제들은 쉬운데, 답이 왜이리 어려운거야?   기초적문제까지 헤매 



가면서 나는 겨우겨우 시험지를 제출할수있었다.  입대하자마자 돌대가리가 



된것일까?  그래도 신기한 것은 일단 병과가 전산쪽으로 정해졌다는것.....후후 





<6> 군대 짜발이가 되다. 



지루한 신검이 끝이나고 자신의 신체검사표를 들고 최종검사를 받고 있었다. 



근데 내차례가 되자 기간병이 신체검사표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손가락으로 



한쪽귀퉁이를 가리키면서 그리고 가라고 했다. 



" 넌 5일선발대야..알겠어? "          " .........예 ..." 



나는 '5일선발대'라는 판정을 받고 한쪽 귀퉁이로 갔다. 



5일선발대? 그런 병과도 있었나?  의아해 하면서 그쪽으로 걸어가보니 귀퉁이엔 



10여명이 앉아있는데 전부다 키가 크고 안경 안쓴 사병들만 모여있었다. 



흠.......뭔가 짐작 가는게 있다.  모두들 앉아서 수근거리기를  "우린 전경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고, "특공대가 아닐까" 란 추측도 나왔다.  심지어 한녀석은 



농담으로 "'월남파견 스키부대가 아닐까?"라고 하기도 했는데 하루만에 단순 



해져버린 나는 정말 월남에 스키부대가 있는줄 알았다. 



기간병에게 우리들은 대체 뭐냐고 자꾸 귀챦게 물어보니 " 아마 너희는 헌병 



일꺼야" 라고 하는게 아닌가?  뭐....뭐? 헌병?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헌병 후보생이란다.  모두들 기겁을 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전공 살려서 전산병으로 빠질려고 했는데 웬 헌병? 헌병은 모든 군인 



들이게 미움을 받는다던데......이거 군생활 꼬이는거 아닐가?' 



신체검사는 정말 따분하고 지루한 일과다. 



수백명이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그냥 앉아서 대기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가고 기다리던 저녁식사시간이 되었다.  정신을 딴데 



두고 있다가 줄을 잘못서는 바람에 배식을 했다.  배식조는 식사시간 30분쯤 



전에 식당에 미리가서 준비를 한다.  나는 깍두기배식을 담당했는데 ...이거 정말 



할 일이 아니다.  같은 내무반 생활을 해서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녀석들이 



얼마나 아부를 해대는지..... 



전부다 " 하나만....더 달라 "  부탁도 하고, 협박도 하고, 욕을 하는놈도 있었다. 



깍두기는 3개씩 주면 남고, 4개씩 주면 모자라는 정도의 양이다.  3개씩 줘서 



배식이 끝난 뒤 남으면 한 개만 더 달라고 난리를 떨었던 녀석들이 " 그것봐라 



남질 않느냐" 고 욕을 하고, 4개씩 주다가 모자라서 뒷사람이 못먹으면 



뒷사람에게 욕먹고....제길.. 



그날 저녁에 나는 불침번도 처음으로 서게 되었다. 



자고 있는 입소대기병들 침상과 침상 사이에 주전자로 물도 뿌려주고 모기향도 



끊이지않게 태워주고, 온도체크에..... 



나도 같은 입장이지만, 곤히 잠들어 있는 애들이 왜그리 불쌍해 보일까? 



칠흙같이 쌔까맣게 어두운 밤에 빠알간 모기향만 조요히 타 들어 가는걸 보고 



있자니  정말 말로 표현할수 없는 묘한 기분만 자꾸 든다.. 



고독일까?  그리움일까?   



원래 논산 입소대에서의 대기는 3박4일 정도를 하고 병과가 정해진뒤 



훈련소로 간다고 하는데 헌병은 타병과랑 달라서 조금만 뽑기 때문에 어느정도 



인원이 차야 여기를 떠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들은 헌병들의 숫자가 어느정도 찰때까지 무려 13박 14일 



동안을 대기병으로 있었다. 



정말 사람 피마르게 하는 나날들이었다.  웬지 시계가 멈추어버린듯하고, 내가 



아무쓸모없이 밥만 축내는 인간쓰레기 같고, 머리도 점점 돌머리가 되어 가는 



기분이다.   하루종일 하는일이라곤 먹고, 자고, 일보고, 멍하니 앉아있고, 잡초 



뽑고, 청소하고, 씻고, ...............정말 폐인이 따로 없었다. 



군가를 배웠다. 



제2훈련소(논산)가 란다. 



' 백제의 옛터전에 계백의 정기 맑고      관창의 어린뼈가 지하에 혼연하니 



  웅장한 호남무대 높이 우러러 섰고      대한의 건아들 서로 모인 이곳에 



  아아! 젊은이의 자랑 제 2 훈련소.....' 



군가는 대부분이 단순하고 음정이나 박자보단 땡고함이 주 포인트므로 배우 



기가 매우 쉬웠다.  심지어 가르쳐 주는 기간병도 정확한 음정을 잘 모를때가 



많았기 때문에 정확성보다는 우렁찬 목소리가 더 중요했다. 



다음날 우리 5일 선발대는 좀더 엄격한 테스트를 거쳤다. 



부모님들중 한분이라도 생존하시지 않거나 살아계셔도 별거중이면 예선(?) 



탈락이 됐고, 가족은 물론 친척들까지 전과를 모두 검사해서 한명이라도 



경찰서를 들락거린적이 있으면 그역시 제외됐다.  앞니가 빠지거나 보기흉한 



사병도 제외되고 시력과 키는 기본이었다.  몸무게도 확인하고, 모두 발가벗겨 



온몸에 문신이나 흉터도 철저히 검사해서 탈락시켰다.  모자를 씌워봐서 어울 



리는지를 보기도 했고, 말을 더듬거나 어눌한 말투는 아닌지 국민교육헌장을 



낭독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혹시 오(O)다리가 없는지, 다리를 일(1)자로 나란히 



붙이는 것도 테스트 했다. 



매번 테스트때마다 웬지 탈락되는게 무서워서 안떨어질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렇게 모든 심사를 거쳐서 20명 남짓한 인원이 남았다. 



그러자 한 헌병고위관계자가 와서는 일일이 한명한명을 살펴보면서 또 몇 명을 



탈락시켰다.     ' 으음....저사람은 도대체 뭘 기준으로 해서 탈락시킨걸까? ' 



드디어 20명가량이 남자 그사람이 드디어 우리에게 헌병병과를 주었다. 



" 니들은 이제 050(헌병병과를 일컫는 숫자)이다. " 



이제는 정말 헌병이 된 것이다. 



사제에서 길가다가 2명씩 다니는 헌병을 본적 있었는데..내가 헌병이라니.. 



기쁘지도 슬프지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기간병은 우리의 무료함과 그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축구를 시켰다. 



운동신경은 좋지만 구기종목엔 영 자신이 없는 나는 그냥 구경만 했다. 



땡볕에 하기도 싫은 축구를 하느니 그냥 관중석에서 메기일병( '동작그만'의 



개그맨 메기를 무척 닮았던 당시 기간병 : 본명 최규인)이 하는 농담이나 듣는게 



훨씬 더 잼있었다.  축구가 끝난 초저녁무렵.....모두 연병장 모퉁이에 있는 



수도꼭지에 모였다.      " 자....모두 벌거벗고 샤워를 한다....실시! " 



메기 일병이 그렇게 외치자 겨우 담하나 너머로 민간인 집들이 즐비한데 어떻게 



벌거벗고 목욕을 하느냐고 대기병들이 항의를 했다. 



그러니 메기 일병이 하는말... 



" 야임마.... 이 주위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낙도 없으면 무슨재미로 살겠냐? 



모두 벗어. 실시 "             으...........군인이 두려울게 뭐냐......... 







<7> 군목의 정체. 



다음날 오전 짜파게티 일병(밤에 짜파게티를 몰래 먹다 걸려서 군장 돈 뒤 



붙은 별명이라고 함. 본명 : 김구)이 종교행사 집합 하라고 한다. 



사제서 교회를 다니던 나는 군대교회는 과연 어떤가 호기심도 나고 해서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불교건, 기독교건 갈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모처럼의 일요일인데 좀 쉬어보겠다...그거겠지.. 짜파게티 일병은 모두 집합 



시킨 뒤 다시 외쳤다.  " 앞에서 4줄......기독교 출발!  그다음 4줄 불교행사 



출발, 나머진 작업준비! "  햐....이렇게 간단한 전도방법이 있었다니.......크하하 



군대교회도 사제교회랑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근데 예배당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강단에 서있던 군목이 하는말.... 



" 여러분. 전 신경이 좀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조금만 시끄러워도 설교를 잘 



못하는 버릇이 있어요. 죄송합니다.  어이!  양쪽가에 있는 대기병들...선풍기를 



모두 꺼버리세요 "     " 끄으아아악.. " 



선풍기를 켜놔도 더운바람이 불어나와 미칠지경인데 그것마져 끄니 교회는 



순식간에 완젼 찜통이 되었다.  그리인해 파김치가 된 우리들은 떠들고, 졸고, 



자고...... 난리였다.  군목이 " 조용히 해주세요.." 하고 부탁을 했으나 그래도 



우리들은 막무가내......... 바로 그때 군목이 외쳤다. 



" 야야! 조용히 안해? 나도 계급이 대위야. 모두  똑바로 앉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고 모두 놀라 자세를 바로해서 앉았다. 



나도 그때까지 군목은 군인이 아닌줄 알았는데.......이럴수가.. 



화를 내던 군목은 다시 설교를 하기 시작한다. 



" 에...그래서.....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은 항시..........." -_-; 



예배를 마치고 나오니 교회앞에는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순대로 줄을 서고 



있다.  너나할것없이 모두 담배를 피우느라고 교회와 성당은 안개가 낀 듯 



자욱하다.     대기병의 99%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담배를 못피는 나는 웬지 어린애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훈련소를 가면 2주일정도 금연을 시킨다던데....저녀석들 그걸 어떻게 참을까? 



담배가 만들어내는 안개속에 홀로 서서 사제 생각을 했다. 



소외감, 고립감, 고독감........  사제인들이 너무 보고싶은 밤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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