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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대응 전략과 한국의 전략
게시물ID : corona19_9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Van
추천 : 10
조회수 : 1546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20/03/16 06: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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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제 국가별 코로나 대응전략은 2가지로 갈라지고 있다. 
국가별로 국경 봉쇄나 학교 휴교 등 다양한 정책들이 내놓고 있지만, 결국은 "누구까지 테스트하느냐"를 보면 그 국가의 전략이 보인다. 

1) 경증 환자도 의심되면 테스트해서 확진자를 찾아내고, 격리해서 확산을 억제한다. >> 한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2) 가벼운 증상이 있으면 "테스트없이 집에서 자가격리"하고, 회복되면 일상으로 돌아간다. 악화되면 테스트를 받는다 >> 영국, 일본, 스웨덴, 스위스 등 

2번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들이 바보라서는 아니다. (일본 제외) 1번을 하기에 이미 너무 늦었거나, 1번을 할 역량이 없거나, 1번을 했다가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 같은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당장 1번을 택해서 경증자 포함해 확진자수가 수천~수만명으로 늘어나면, 이들을 계속 검사하고, 치료하는데 과도한 자원이 들어가, 심장병과 같은 더 심각한 질환을 앓는 위급한 환자들이 곧바로 엄청나게 죽어나갈 수도 있다. 한국 정도의 의료 인프라나 군대까지 있는 나라는 흔치 않다.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갈 수 있는걸 몰라서 검사를 안하는게 아니라, 이들을 다 붙잡고 있을 여력이 없어서 엄두를 못낸다. 

2번을 선택하는 국가들은 "집단면역"을 지향한다. 즉 전국민의 50~60% 이상이 감염되어야 바이러스가 결국 종식될 것이란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장기전이다. 그래서 이들은 학교 휴교도 안하고, 최대한 일상을 유지하며 최소한의 테스트만 한다. 물론 감기 증상이 있으면 알아서 자가격리는 하되, 병원은 오지 말라는 입장이다. (일본은 다른 목적이 있으니, 2번 전략인데도 학교를 닫았다...) 특히 휴교하면 애들을 조부모에 맡기기 쉬어 노약자가 위험에 처하니, 젊은층이 면역을 얻으며 인간 방파제가 되길 바라는 2번 전략과는 맞지 않다. 

한국이 1번 전략으로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해서 모든 국가들이 1번을 할수 있는건 아니다. 이탈리아는 유럽 중 가장 먼저 1번을 하려다가 망했다. 나름 많은 테스트수 가져갔지만, 한국처럼 잘하지 못해서,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확진자/사망자 폭증 + 사실상 의료 붕괴 + 산업 붕괴가 나오고 있다. 추정컨데 당장 통계로 안잡혀도 코로나가 아닌 환자들까지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못받으며 많이 죽어가고 있을 것 같다. 향후 코로나 대응 결과를 평가할 때 코로나 사망자수 외에도 국가 전체의 질병 사망자수의 변화도 봐야할 것 같다. 

1번을 제대로 할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2번을 착실히 준비하는것 보다 더 큰 재앙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은 작은 땅덩이에 인구 밀집도도 높고, 매우 뛰어난 의료 인프라와 위기에 강한 특유의 국민성도 한몫해서 지금까지 성공해 왔다고 본다. 이를 미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이 정말 제대로 따라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하루만 대응이 늦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방역에 있어서 과연 한국처럼 기민하게 대응할수 있을까? 

지금 2번이 매우 위험한 실험으로 보이지만, 1번을 가겠다는 것도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이들 국가 중 일부는 만신창이가 돼서 뒤늦게 2번으로 갈 수도 있다. 미국도 현재 의료보험 체계에서 테스트 늘린다고 퍼지는걸 잡을 수 있을까? 당장 국민들의 관심이 코로나 억제에 있다고 1번을 택했다가 감당을 못하면 확진자는 미친듯이 느는데, 병원은 마비되고, 의사와 병실은 없는 아비규환이 벌어질 수 있다. 

2번을 선택하면 국민들로부터 살놈살이냐, 경제때문에 국민을 버린 무능한 정부, 결국 아무것도 안하겠다는거자나 등의 강한 비난을 받을 수 있음에도, 영국등의 유럽 국가들이 2번을 어쩔수 없이 고르는 이유다. (단, 일본은 국민을 버린게 맞는거 같은데, 반대로 국민들이 정부를 옹호한다...) 오히려 바이러스 억제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뒤로는 2번을 추구하면 국민들의 행동지침이 매우 혼란스러워지는데, 차라리 솔직하고 냉정하게 말해줘서 좀 놀랍지만 고맙다는 현지 반응도 있다.

2번을 택하는 국가는 기본적으로 장기적으로 전세계 60-70%가 결국에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1번 국가들이 지금은 성공을 하고 있어도 결국 어느 시점에는 2번으로 넘어올 것이란 생각도 갖고 있는 듯하다. 특히 국가간 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이상, 2번으로 넘어간 국가들이 생겨날수록 확산전에 바이러스를 차단하려는 1번 전략은 위태로워진다. 물론 1번을 최대한 유지할 수록 확산을 지연하며 자원을 분산시킬 수 있으니 능력이 된다면 최대한 버텨야할 것이다. 

한국은 현재 매우 잘하고 있다고 본다. 엄청나게 어려운 걸 기어이 해내고 있다. 다만 앞으로 꽤 오랫동안 계속 이처럼 어려운 일을 해내가야할 것 같다. 한국도 자원이 한정적이며, 많은 사람들이 한계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다. 한없이 학교를 쉴수도, 앞으로도 닥칠 경제적 위기도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하니, 지금까지 했던것 같이 매우 기민하게, 변화에 대응해나가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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