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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보솤]웃풍에는 난방텐트!![BGM]
게시물ID : humordata_14945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동물의피
추천 : 16
조회수 : 4413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4/01/16 13:21:28
 
아즈망가대왕 OST - 신학기
 
 
 
 
 
 
 
 
 
 
 
 
[출처]네이버 블로그 - 잉여인간 또라이짱
글쓴이:또라이짱 (ddongpudae) 님
 
[2차 출처]내가 아는 카페 Mon~Sun, am12:00~am12:00
글쓴이:내자산맡길수있겠니 님
 
[3차 출처]엽기 혹은 진실..(연예인 과거사진)
http://cafe.daum.net/truepicture/Qt7/999080
글쓴이:신길동짬뽕 님
 
 
 
 
 
 
 
 
 
 
 
내가아는카페.jpg

 
내가 아는 카페, http://cafe.daum.net/cs11sz ⓒ 내자산맡길수있겠니
 
원출처 : 잉여인간 또라이짱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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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시련의 계절이다.
가스비 폭탄의 시련. 집구석 웃풍의 시련. 욕실 냉수마찰의 시련.
발 시련~ 손 시련~ 얼굴 시련~ 출근하기 시련~ 그냥 다 조낸 시련~
겨울을 가장 아끼는 계절로 꼽고 있지마는 추위에는 또 한없이 여린 독거노인이라
혹한기를 대비하여 포털 입력창에 '난방'을 검색했다.
그러자 자동완성 기능으로 몇가지 아이템이 순위에 올랐다.
작년에는 동절기 대비 차원으로 창문에다 뽁뽁이를 붙여 나름 바지런을 떨었더랬다.
뽁뽁이 시공 후 기분상 집 안이 한층 따뜻해진 것 같고,
거꾸로 두 번 태울 것도 없이 올해 가스비는 단단히 잡은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는데,
느닷없이 불투명해진 창문 비쥬얼에 또랑이는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창가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며 묘생 시름을 더는 또랑이에게 뽁뽁이 시공은 또 하나의 시련이었다.
보통 꼴 보기 싫은 게 아니었던지 퇴근해서 돌아오니 창가에 붙인 뽁뽁이가 너덜너덜한 상태로 팔랑거리고 있었다.
옘병, 만갈래로 찢어 놨구나.
저 종간나 쉑히가 뽁뽁이에 나를 투영한 것 같았다.
 
이번 해 한파 대비 아이템은 난방텐트로 낙점하였다.
인터넷에 난방텐트를 수배하자 '산들로'라는 상품의 상품평이 압도적으로 많이 검색되었다.
사용자들이 많으면 그만큼 품질면에서 어느 정도 입증된 게 아닐까. 하는 판단에 산들로로 결정을 하고,
마침 티몬에서 딜이 떴길래 적립금 다 때려 넣어 결제를 완료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엄마....택배가 안와.
고객센터 게시판을 훑으니 나와 같은 처지의 구매자들의 항의로 게시판은 이미 욕설과 성토의 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판매자의 답변이 사흘 전에 끊긴 걸로 보아 여기서 암만 떠들어봐야 별 대책이 없을 것 같았다.
배달이 산 들로 간게 아니냐며, 개드립 섞인 환불요청을 던지고는
신경질적인 손놀림으로 마우스 휠을 거칠게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연관 상품에 뜬 비슷한 디자인의 난방텐트를 1000원 더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었다.
주문을 저녁 8시에 했는데 다음날 오전 9시에 택배가 도착했다.
판매자가 우리집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었던 듯.....
극단적인 고객감동 배송에 쌈바리듬으로 화답하며 박스를 갈랐다.
내래 5초 만에 텐트를 세워주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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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텐트 천에 폴대 두 개를 교차하여 통과시킨 뒤 네 개의 꼭지점에 박힌 고정쇠를
폴대 구멍에 끼우기만 하면 끝인, 사실 방법이고 자시고도 할 것 없는
재료만 흘깃 훑어도 그림이 딱 나오는 수준이었는데
문제는 내가 노숙만 버릇해와서 텐트란 걸 쳐 본 역사가 없다는 거였다.
 
시작은 의욕적이었다.
이깟 텐트쯤이야.
나는야 국딩 한국청소년연맹 아람단 출신!!! 우리의 뿌리를 찾아 가꾸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청소년!!
모험 개척 활동이라는 취지하에 야영 캠프, 야생 수렵, 곤충 채집, 해양 훈련 등을 통해 진취적인 마인드를 기르기는 개뿔,
실제로는 운동장에서 진취적으로 짜라빠빠만 추다가 끝난 청춘이었지.
그래선지 텐트 폴대 하나 끼우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뻘짓이 소요됐다.
턱을 부들부들 떨며 폴대 구멍에 고정쇠를 끼우다 순간 힘이 빠져 손에서 놓쳤더니
폴대는 아슬아슬하게 내 뺨을 스치고 본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폴대의 탄성에 새삼 놀라고 한낱 꼬챙이한테 생전 처음으로 뺘마때기 맞을 뻔한 위기에 두번 놀랐다.
식겁한 마음에 손바닥으로 한쪽 뺨을 감싸며 텐트를 노려보았다.
제 아들놈과의 교제를 반대하는 재벌집 마나님에게만 뺨을 내주겠다는 게
내 인생 싸대기 철칙인데, 그 신념을 지킬 수 있어서 참말로 다행이었다.
2014년에는 바쁘더라도 꼭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기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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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끄응~으흥으흥~
오늘이 고비인 것 같은 추임새를 기합이랍시고 넣으며 15분을 넘게 양손을 달달거렸다.
무사히 4개의 폴대에 고정핀을 끼워 넣고
가까스로 형태를 잡은 텐트를 침대 위에 살포시 올려보았다.
15분간의 사투 끝에 완성한 쾌거를 멀찍이 서서 뿌듯하게 감상하고 있으려니.....어라??
아니, 저건 마치........................................자이언트 밥상보 같았다.
폴대가 교차된 지점을 손으로 잡아 위로 들어 올리면
어린 시절 엄마가 지져놓고 간 구수한 향의 된장 뚝배기와 비닐랩 씌운 계란말이,
그리고 천 원짜리 한 장과 늦는다. 먼저 자라메모지가 덩그마니 놓여져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은 서글펐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밥상보를 들어 올리자,
 
고양이 개 커!!!!”
 
시커먼 것이 언제 또 겨들어왔는지 침대 중앙에 퍼져 앉아선 제 똥꼬 그루밍에 열중이었다. 맛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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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풍을 피할 생각에 벌써 마음이 가벼워 진다.
전기장판 전원을 올리고 텐트 안으로 쑉 들어가 3면의 출입구를 모두 봉쇄했다.
얄팍한 재질의 천에 폴대 두 개로 세운 막말로 좀 허접시런 텐트라
과연 난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싶지만,
우선 내부의 상황만을 봤을 때는 일단 합격점이었다.
생각보다 아늑했고, 기분상 벌써부터 바깥보다 따스한 느낌이었다.
큰 공간에 혼자 덜렁 있다가 좁은 공간에 은신하듯 몸을 구기고 있으려니
어릴 적 장롱 안에 숨곤 했던 숨바꼭질 생각이 나고,
바깥 동태를 살피다 문짝 경첩에 중지 손가락 찡겨서 대성통곡하던 생각도 났다.
그 후로 손가락 욕이 더 자연스럽게 잘돼.
여튼 안락하게 느껴지는 내부에 만족을 하며 반듯하게 누워있으려니
발 아래쪽의 출입구 쪽에서 시커먼 형상이 어른거렸다.
지퍼를 열어 허락의 의미로 옆자리를 팡팡 치니 고개만 갸웃거리며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시 지퍼를 닫으니 얼마안가 천을 갉작거리는 소리가 나고,
잽싸게 문을 열면 저만치 도망갔다가 또 고개만 까딱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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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으면 갉작갉작, 열면 후다닥 갸웃갸웃. 밀당하고 앉았네.
 
취침 직전 출입구를 다 봉쇄하고 자리에 누웠다.
얼굴에 닿는 공기가 이전보다 덜 차게 느껴지는 것이,
난방의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았다.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뻐근하게 느껴지는 허리 통증에 힘겹게 눈을 뜨니
섹히가 또 가로 본능이다.
놈이 상식과 양심이 있으면 나와 나란히 세로로 잘텐데,
주인 척추 엿가락처럼 휘어보라고 그렇잖아도 좁은 공간에서 항상 가로로 몸을 뉘여
날 침대 밖으로 밀어내지 못해 안달이다.
에라 모르겠다. 보일러를 틀고 바닥으로 내려와서 자면 어느새 또 바닥으로 내려와 내 이부자리의 지분율을 조금씩 먹어간다.
다시 전기장판을 켜고 침대 위로 올라가면 어느새 또 슬금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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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쉑히 때문에 가끔은 정말 이렇게 자기도 한다.
내 골병의 8할은 우리 또랑이가 세운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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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정 가운데에 떡 하니 누운 또랑캐 쉑히!!
 
저녁 간식으로 고구마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언젠가 회사에서 고구마 몇 개를 얻어온 적이 있었다.
고구마는 역시 땅끝 마을 해남 황토 고구마!!!하고 자기 전 한 두덩이 쪄먹고 잤다가
야밤에 땅끝 너머 세상의 끝을 볼 뻔한 이후로 고구마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취침 전 고구마는 이승탈출 넘버원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소중한 사실을 깨달았다.
사방이 막힌 밀실 구조의 형태는 가스 방출시 완벽한 자살 현장으로 변한다.
내가 뿌린 씨앗을 스스로 거두면서 잠결에 도게~도게~ 느므 도게~
그 얼마나 분노했던가.
자칫 내 사랑하는 고양이도 죽일 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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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에 구입했지만 실사용은 달에 한두 번 내외인 탭북.
난방텐트를 들인 후로는 데스크탑보다 탭북의 사용 빈도가 높아졌는데,
씻자마자 후다닥 방으로 들어와 텐트 문부터 열어젖히고 들어가 앉는다.
20분 전에 미리 켜둔 전기장판으로 바닥은 뜨끈뜨끈하고,
그 동안 데워진 내부 온도는 바깥보다 상대적으로 훈훈해 추위에 달달 떨며
마우스를 쥘 필요가 없어졌다.
화면 터치도 가능하니 이불에서 손을 꺼내기도 귀찮으면 코끝으로 타자를 치기도 한다.
콧날이 매우 곧고 오똑하여 누르고자 하는 글자는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는데,
문제는 상대적으로 가까워진 화면 때문에 눈이 자동으로 사팔뜨기가 돼서
포털 사이트 로그인 한번 하고 나면 빈혈이 와ㅋㅋㅋㅋㅋ눈의 피로도가 급속화ㅋㅋㅋㅋ
엎드려 누워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으면 정면으로 누워서 탭북을 가슴 위에 얹기도 하고,
흉부가 답답하고 앞으로 꺾인 고개가 뻐근해지면 이번엔 머리를 베개에 평평하게 뉘이고
탭북을 앞으로 나란히자세로 뻗어서 손에 쥐고 본다.
그러다 힘 빠져 탭북이 얼굴 위로 정통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광대와 명품 콧날을 주축으로 전반적으로 안면이 함몰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몇 분간 눈을 뜨지 못한 채 서럽게 오열했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역시 탭북. 이름값을 하려는지 활용도가 아주 높다.
탭했다가 북했다가 눈탱이 밤탱이 됐다가.
다음날 눈탱이 발색이 얼마나 화려할지 기대가 되던 밤이었다.
 


출처 :  잉여인간 또라이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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