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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상병님 잠깐 저랑 이야기 하실수 있으신지요."
나즈막한 목소리로 비밀이야기라도 하듯이 나에게 속삭였다.
나는 녀석이 무슨말을 할지 걱정반 궁금함 반으로 녀석의 뒤를 따라 나섰다.
한 겨울의 찬 바람과 시릴듯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녀석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Y상병님도 아시겠지만, 저희 어머니는 굉장히 유명한 무속인 이십니다.
그 때문인지 저는 가끔 봐서는 안될것들이 보일때가 있습니다.
자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것들을 볼때면 항상 뭔가 안좋은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어찌보면 덕분에 화를 피하며 살아왔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꿈에 나올까 두려운 몰골을 한 것들을 볼때마다 저는 이런 능력을 제게 준
어머니를 많이도 원망했습니다."
녀석은 마치 읍조리듯이 천천히 본인의 이야기를 이어나아갔다.
나는 마치 녀석의 주위만 색이 진해진듯 검게 물들어가는 듯한...
혹은 마치 물속 저 깊은곳에 자리잡은 생물을 보는듯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도 덕분에 많은 위험한 상황을 벗어날수 있었다고 생각해 보면, 축복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한참을 입을 다물었다.
"담배...한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나는 담배를 피지 않기 때문에 그걸 고려하듯이 조용히 나에게 물어봤다.
"그래.. 뭐 한대 펴... 근데 왜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녀석에게 질문했다..
꼬끼오....
5시쯤 되었을까? 저 멀리 민가에서 닭이 울었다
상념에서 깨어난듯 녀석이 말을 이어 나아갔다.
"Y상병님은 참..뭐랄까 친형님 같으십니다. 제 짬밥에 이런 이야기 하면 건방지다고 하실수 있으신데..
항상 후임들에게 편하게 대해주시고 하셔서 모든 일이등병들이 Y상병님 전역하실때 서운해 할것 같습니다."
뜬금없는 칭찬에 나는 그저 녀석에 말에 코웃음을 치고 말았다.
"마! 그게 그냥 니들 갈구기 귀찮아서 그런거지 다른 뜻은 없어! 근데 그거랑 지금 이 시간 까지 나를 붙잡아 두는 이유가 뭐야?"
꼬끼오....
다시한번 닭이 울었다.
첫번째 닭 울음소리로 부터 30분쯤 지났을까? 주변의 공기는 아까보다는 조금 풀어진듯 했다.
"Y상병님은 그렇게 말하시지만, Y상병님은 참 좋은 분이 십니다. 저는 Y상병님이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전역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 이 시간까지 Y상병님을 붙잡아두고 이야기를 한것 입니다."
도무지 나는 녀석이 하는 말을 이해가 되질 않았다.
허탈한 마음도 들고 갑작이 눈이 무거워 지기도해서 녀석에게
"뭐야 대체 무슨 말인데? 지금 나는 니가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수가 없다?"
"Y상병님. 30분만....30분만더 있다가 주무시면 안되겠습니까?
30분만 더있다가 전부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녀석의 눈이 심하게 흔들리는것이 느껴졌다.
뭔가 불안한듯이 흘낏 흘낏 어딘가를 바라보는거 같았다.
평소 녀석이 착하고 헛튼 행동을 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녀석의 말대로 아무말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불침번이 다가와 안잘꺼냐고 묻는 말에 적당히 둘러대고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녀석이 입을 열기만을 가만히 기다렸다.
꼬..끼오!
조금더 힘찬 울림으로 닭이 세번째로 울었다.
"됬습니다. Y상병님은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주시면 됩니다."
녀석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녀석이 피우던 담배만이 어두운 우리의 사이를 밝히고 있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가끔 보지 말아야 할것을이 보입니다. 그것들은 때로는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인간과 전혀 상관없이 흩어져 사라져 갑니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씩 그것을은 춤을추듯 인간의 형상을 빌려 인간에게 해를 가할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저는 단지 그 자리를 피할뿐 무엇인가를 할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그 자리를 피하기만해도 사건에 휘말리지 않음을 알기에 그저 도망치는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습니다."
아까보다는 조금더 힘있게 말하는 녀석의 말에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아까...근무중에도 그것을 보고있었습니다. 녀석은 무엇인가를 찾듯이 땅을 해집으며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있어야할 위치가
텅빈 사람의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찾느라 분주하게 손같은것을 놀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하지만 관여하면 않좋을것을 알기에..저는 Y상병님이
저를 부르기전까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 볼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근무를 복귀하던 도중 숙영지 절벽쪽으로 검은 머리하나가 마구 웃으며 굴러다니는 모습을 볼수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것과 눈이 마주친 저는 그것에게 홀려 멍하게 서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Y상병님쪽으로 녀석이 시선을 옮기는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등뒤로 얼음으로 된 칼이 지나가듯 서늘함이 느껴졌다.
"야. 귀신 이야기하면 귀신들이 모이는거 아냐? 이런 이야기 해도되?"
나는 어설프게 주어들은 오컬트지식으로 녀석에게 조금 따지듯 물었다.
"괜찮습니다. 아까 닭이 3번 울고 나서 주변에 그것들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건 귀신같은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의 악의 혹은 악한 기운들이 뭉쳐진 덩어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악한 기운들이 인간의 모습을 빌려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거기서 생기는 마이너스 감정을 먹고 점차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래? 그럼....난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 것들이 나를 바라보고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악의]의 집합들은 때로는 선한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어 거기서 생기는 비참함과 참담함.. 그리고 분노를 가장 좋아 하는듯 합니다. 아마 스스로
가지지 못한 따듯함에 끌리는 것일지도요.. 여하튼 녀석은 Y상병님에게 굉장한 관심을 갖고 맹열하게 굴러와 Y상병님주변을 춤추듯 통통 튀어다니는게 보였습니다. 그대로 주무셨으면 가위에 눌리시던가...최악은 살[殺]을 맞으셨을수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녀석은 깊은 한숨과 다시 담배한대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몇번 라이터를 탁탁 거리더니 이내 불이 붙은 담배를 깊게 빨아 마시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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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여기까지 다음편이 마지막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