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들은 기억속에 오래 남습니다.
그래도 보통 글이 말보다 더 오래갑니다.
편지가 그래서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근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더군요.
그래서 아픈 기억을 지우려고 받은 편지들을 태우기도 하나봅니다.
디지털시대에도 달라지진 않나 봅니다.
쓰고 지우긴 쉬워도
그때의 감정은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김동률의 답장입니다.
너무 늦어버려서 미안
나 알다시피 좀 많이 느려서
몇 번이나 읽어도
난 믿어지지 않았나 봐
답을 알 수 없던 질문들
다음날에 많이 웃겨줘야지
난 그랬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넌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
널 알아주지 못하고
더 실없이 굴던 내 모습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내일 맛있는 거 먹자고
혹 영화라도 볼까
말하던 내가
나 그때로
다시 돌아가 네 앞에 선다면
하고 싶은 말 너무나 많지만
그냥 먼저
널 꼭 안아 보면 안될까
잠시만이라도
나 그때로
다시 돌아갈 기회가 된다면
그때보다는 잘할 수 있을까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하고 싶은데
나 아무래도 내일 쓸까 봐
또 미룰래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
지금 보내더라도 어차피
달라질 건 없다고
넌 이미 모두 잊었다고
읽지도 않을 수 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모른 척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어
나 그때로
다시 돌아가 널 볼 수 있대도
어쩌면 나는 그대로일지 몰라
사실 아직도 그 답은
잘 모르겠어
미안하단 말은 안 할래
그렇게 되면 끝나버릴까 봐
그러고 나면 똑같아질까 봐
혹시 내일이면
알게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미루고
내일도 미루겠지만
널 사랑해
이것만으론 안 될지 몰라도
이제 와서 다 소용없더라도
이것밖에 난
하고픈 말이 없는데
사랑해 너를